[레전드인터뷰] 조형우 | 레전드매거진

조형우

낯선 경험에서 펼쳐지는 그의 음악 세계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은 레전드매거진 구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레전드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형우입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요. 11월 26일 ‘그 밤’이라는 싱글을 발매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곤소곤)

사실 명문대를 나오셨잖아요.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 명문대 졸업자로 소위 탄탄대로를 걸으며 살아가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굳이 아티스트의 삶을 선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요즘은 음악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고학력을 지닌 분들이 워낙 많이 계셔서 부끄러워지는 질문이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이러고 있었다’ 정도의 느낌입니다. (웃음) 실내건축학과를 전공했는데, 졸업 후의 삶을 크게 나누어 보면 일반적인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공을 살려 건축 디자이너 로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이너의 길은 상당히 힘들고 모험적인 진로로 보였는데요, 당시엔 디자이너를 선택하느니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안정적이지 않을진 몰라도, ‘이런 놈 하나쯤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인생은 선택이고그 선택이 쌓여 지금의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면요 적당히 재미있게 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험을 찾아 훌쩍 캠핑을 떠나는 등 최근 야영에 푹 빠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캠핑에서의 경험이 작곡을 하는데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요즘 캠핑 열풍이 정말 뜨거워요. 저도 그 트렌드에 휩쓸린 사람들 중 하나인데요, 요리를 좋아해 유튜브에서 캠핑 요리 영상을 보다가 차츰 관심이 커져 입문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는 거의 홀로 캠핑을 갔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불멍*’하고, 사색하는 게 내 안의 소리를 듣기에 좋은 취미 같아요.

캠핑을 가면 의외로 할 일이 많은데요. 그 덕에 잡념이 생길 틈이 없습니다. 뭐랄까, 도시에 있으면 몸은 좀편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면, 캠핑을 갔을 땐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에요. 생각보다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그걸 준비하고 행하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게 가장 적절한 설명 같아요. 모험 아닌 모험을 하며 그간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도 느끼게 되고, 한정된 자원으로 살아가면서 미니멀 리스트적인 자세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이 반영되어서 일까요? ‘축제’, ‘Swim’ 그리고 신곡 ‘그 밤’을 듣고 있으면, 일상에서의 경험을 노래하고 있지만 무언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나요?
특별히 여행 경험이 많다고 말할 순 없지만, 보통 특정한 ‘장소’에서 받은 느낌을 기반으로 곡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대부분의 곡 작업은 제 작업실이나 침실 안에서 이루어지 지만, (웃음) 곡을 쓸 때 불러오는 기억들은 대개 그간 지나온 특별한 장소에서 받은 영감 들이거든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짧은 글귀나 멜로디의 형태로 기록하는 편인데, 익숙한 공간보다는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처음 보는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사실 미술작품에 조예가 깊지는 않은데, 미술관이라는 정적인 공간 특유의 느낌이 차분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밖에도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서 사색에 잠기거나,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하는 것도 좋아해요.

‘Swim’ 은 영국 여행 중 영국의 땅끝 마을에서 ‘이 바다 건너편에는 어떤 사람이 있을까?’ 라고 생각한 당시의 기억을 불러와 곡을 쓰고, 그때의 사진을 그대로 앨범 커버로 썼어요. ‘축제’는 어떤 영상에서 봤던 북유럽의 풍경, ‘그 밤’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마지막으로 다녀온 아일랜드 더블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완성했습니다. 대체로 제가 좋아하고 다녀온 장소들이니 당시 기억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발매한 신곡 ‘그 밤’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그 밤’은 영화 〈Once〉의 도시 더블린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곡이에요. 기타를 독학하던 시절 ‘데미안 라이스’의 앨범 한 장을 통째로 연습할 만큼, 제게는 아이리시 포크 음악이 큰 의미를 가지다 보니 꼭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었거든요.

‘그 밤’은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으로 보냈던 밤이 마지막인 줄 미처 모르고 아쉬워 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의 독백이에요. 새벽 감성의 곡이고요, 영화의 한 장면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이 감미로운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침대 위에서 혼자 읊조리며 썼던 곡이고, 굉장히 개인적인 느낌이 나길 바랬어서 보컬 녹음도 일부러 전문 녹음실 대신제 작업실에서 녹음했어요. 기타 프렛에서 발생하는 잡음도 일부러 지우지 않고 모두 놔두었고요.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주세요.
이른 아침의 일정이 없는 날은 오전 9시~11시에 일어나요. 요리를 좋아해서 작업실 출근 전 아점을 성의 있게 해 먹고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곤 합니다. 그리고 이른 오후, 작업실로 출근하죠. 작업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나가려고 해요. 일주일에 1~2회 정도 라디오 방송이 있고, 외부 작곡가 등 외주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지인에게 부탁받은 일들을 처리하고, 틈틈이 유통사와 소통하며 신곡의 구체적인 발매 시기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차가 막히는 것을 싫어해 퇴근은 대부분 9시 이후에 하는 편이에 요. 성격상 누구에게 일을 맡기고 소통하면서 다투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더 죄송스럽고 번거롭다고 여겨져서, 꼭 필요한 작업을 제외하고는 작사, 작곡 및 연주 전부를 최대한 스스로 맡으려 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모험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제 하루 일과를 보시면, 음악 하는 사람들도 매일매일 똑같구나 싶으시겠지만, 가끔은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다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캠핑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당시, 코로나 때문에 캠핑을 가는 것조차 위험하게 느껴져서 거실에 텐트랑 침낭을 세팅하고 잔 적도 있고요. 튀김기를 선물 받았을 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튀길 기세였던 적도 있었죠. KFC 치킨을 좋아해서 똑같이 만든다고 유튜브를 보며 온 집안을 아주 기름 범벅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어요. 종종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남들 들으라고 노래를 쓰는 사람이라면 좀 특이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낯을 꽤 가리는 편이라 집을 나서서 타인을 만나는 순간부터가 제게는 모험의 순간이기도 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는 늘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터라 주변에선 제가 낯 가리는 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웃음) 삶이 무료하실 땐 자신을 영화 속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멋진 배경음악도 선택해 보고, 가끔은 바보 같은 일들도 시도해보세요. 인상적 하루가 될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근간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자신 아닐까요? 결국 뮤지션이라는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길 하는 거고,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더이상의 작품 활동은 어렵다고 생각해요. 과거 소속사에서 윤종신 PD님이 ‘노래는 이야기’라고 하신 말씀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저의 작품 세계는, 다행히 좋은 부모님을 둔 덕에 어릴 때부터 음악과 악기를 익힐 수 있었고, 동화 대신 전설적인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길 해주신 아버지 덕에 음악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또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음악을 하다 보면 제각기 다양한 사람의 의견이나 평가에 흔들리는 순간도 있는데, 최대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을 견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게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미스틱 스토리 소속으로 계시다 현재는 독립하여 활동하고 계시죠. 홀로서기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모험이자 일종의 여행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독립 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고 계신데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모험이자 여행 같다고 하신 표현이 제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아 너무나 와 닿네요. 회사에 소속되어 발표한 음악들은 여전히 너무나 소중한 제 자식 같은 아이들이고, 회사는 아직도 친정 같은 느낌으로 자주 연락하고 방문하며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없었더라면 결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독립적인 행보를 이어나가지도 못했을 거예요.

비유를 하자면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냐, 나만 알고 싶은 구석진 독립 카페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 요. 아무래도 회사에 소속되면 앨범 발매 순간만큼은 회사 전체가 제 앨범만 바라 보고, 사전에 계획된 순서에 따라 앨범을 출시해야 하니 마냥 발매하기도 어렵거든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회사나 대중이 바라는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덕분에 대중에게 주목받은 앨범이 나오기도 했지 만, 지금은 더 자주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조금 힘을 빼고 앨범을 내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진정한 나의 음악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고, 홀로 발매를 도전해보는 모험이었죠. 독립 이후, 올 한 해 동안 1장의 EP와 3장의 싱글을 발매했어요. 처음엔 걱정이 많았는데, 감사하게도 이전보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많아 출발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작업 환경에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재밌게 일해봐야죠.

예술가의 삶이 불안정하다고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 불안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작품 활동을 포기하고 생업에 힘쓰는 아티스트가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형우 님도 활동을 이어가는데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뮤지션들이 지속 가능한 음악을 하기 위해, 그 방법을 물색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속사라는 지붕 아래에서 지내며,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그리고 더 자주 나의 음악을 발매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아티스트의 음악이 엄청난 흡입력이 있거나,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붙잡거나, 그것도 아니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버틸 힘이 있거나. 음악을 업으로 삼는 데 있어 너무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자신의 음원을 발매하는 뮤지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대단하니까 한 명 한 명 꼭 알아주시고 박수 쳐주세요.’라는 의미로 말씀드린 건 아니에요. 저 역시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서 동료 의식을 가지고 그들을 격려하고 싶어 꺼낸 이야기예요. 코로나 때문에 예술가들의 삶은 더 불안정해졌고, 오프라인 공연은 너무 많이 줄어, 실제로 올해 음악을 그만둔 연주자 및 뮤지션들이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꼭 예술인들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너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당장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쎄요, 열심히 버텨 보고, 치열하게 생존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 아닐까요? 다른 것 보다 누군가 저희 노래를 들으며 진심으로 행복과 위로를 받는다면 버티는 데 큰 힘이 될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으세요?
걸작이라는 거창한 평가까진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앨범이나 노래를 하나쯤은 남기고 싶어요. 대중 앞에 작품을 내놓고 평가받는 직업을 가지다 보면 진심 어린 응원보다 비수 같은 악플 하나가더 오랫동안 머릿속을 잠식하거든요. 그런 부정적 피드백보다 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남긴, 사소하 더라도 애정 어린 의견을 더 귀담아듣고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티끌 하나 없을 만큼 떳떳한 사람 없겠지만, 지금보다 더 선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 해요. 그런 삶을 살다 보면 더 진실되고 마음에와 닿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음악을 통해 여러분들의 삶에 기쁘고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고, 저도 거기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모든 분들이 고생 많으셨고 남은 한 해의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형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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