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사운드 아티스트 피정훈 | 레전드매거진

사운드 아티스트 피정훈

새로움을 쫓는 “예술적 협업의 달인”
사운드 아티스트 피정훈

각자의 필드에서 활동하는 여느 사운드 아티스트 들과는 달리 영화음악, 연극, 뮤지컬, 무용, 타악, 미디어 아트 등 소리가 필요한 문화·예술분야 어디든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 없고, 매번 새로움을 쫓아가는 “예술적 협업의 달인” 피정훈의 인생이 담긴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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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매거진 구독자분들에게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피정훈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학부장을 맡고 있으며, 외부에서 활동할 때는 작곡가 겸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크레디트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었을 때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범위가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사운드 디자이너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직업인지 좀 더 명확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운드 디자이너의 분야가 사실 굉장히 넓고, ‘이러한 일을 한다’라는 직업적 개념을 명확히 정의 내린 사람도 없어요. 일식 요리사와 중식 요리사처럼 조리 방법은 다르지만 둘 다 요리의 한 분야이듯, 사운드 디자이너 또한 각자의 필드에서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습 니다.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효과음을 만들거나 편집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고, 게임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공연의 사운드 디자이너는 효과음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공연장에서의 소리를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사운드 시스템을 담당하는 PA(무대 음향) 업무의 비중이 굉장히 많죠. 또 핸드폰을 포함한 가전제품 쪽에서는 사용 자의 편의를 위해 소리를 커뮤니케이션 접점에 적용하는 UX(사용자 경험) 사운드 디자인, 자동차의 사운드 디자인 등 작업의 결과물이 나오는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서 하는 일이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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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체성의
방황기

연세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밀접한 환경에 계셨던 건가요? 작곡 공부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어머님께서는 성악 전공이라 합창단 활동을 하셨어요. 이러한 환경에서 영향을 받아, 11살 무렵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학교를 다닐 때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어요.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 중에 하나였죠. 결석도 잦았고, 머리도 기르고 다니고. 그렇다고 마냥 논 것은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 공부를 나름대로 했었어요. 해외 잡지를 번역해서 본다던지, 악보를 분석한다던지. 주로 음악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 잡지를 많이 봤어요.
일렉기타를 다루며 헤비메탈을 연주했었고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본고장인 미국에 가야겠다 결심했어요. 그래서 1년 과정의 기타를 공부할 수 있는 「Musicians Institute」라는 전문학교 GIT(Guitar Institute of Technology) 수료를 위해 데모곡을 쓰고, 안 되는 영어로 입학 신청서를 써가며 입학 허가를 어렵게 받았지만 결국 못 갔어요. 그때 당시 병역법이 4년제 이상의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아니면 비자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좌절을 하고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바꾸어 가게 된 곳이 연세대 작곡과예요. 고3 학기를 시작할 때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해서 작곡과 화성학 공부 등 열심히 준비 해서 운 좋게 입학하게 됐어요.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어요.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 중에 하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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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을 주는
교육자로서

국내와 비교했을 때 미국 대학의 교육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 대학과 다른 점은 다른 학과와의 벽이 그다지 없다는 점이에요. 청강은 당연히 가능하고, 타 학과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하거나, 학점을 받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저는 연극학교 학생이었어서 음악학교와 협업하는 경우가 어쩔 수 없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타 학과 학생과 협업을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금전적으로 지원을 해줘요. 학교별로 다르겠지만, 좋은 학교는 그런 부분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각 소속 학교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학생들이 예술적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협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죠. 물론 그만큼 등록금도 비싸고, 기부 입학도 받고 우리 문화와는 다른 점이 많아요. 그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협업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여기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가능한 영역 안에서 학생들이 협업을 많이 하고, 학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현재 교수직을 맡아 오시면서 적용한 수업 사례들이 있을까요?
저희 학교는 현재 무용과 학생들과 협업하는 교과목이 따로 있습니다. 《안무를 위한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과목으로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그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팀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받아서 공연하고 상도 받으면서 외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연기하는 친구들과 협업하는 수업도 있는 데, 성우나 배우들이 브이로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오디오 편집·녹음이 필요하게 되자 전자음악과 학생 들과 협업을 하게 된 거예요. 애니메이션 더빙도 해보고, 브이로그 제작해보는 것을 저번 학기에 처음 시작 했어요. 수업이지만 따로 가르침 없이 팀을 만들어주고 해 보라고 맡기는 것이 다예요. 다행히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이제는 대학이 놀게 해 주고, 만나게 해 주고, 새로움을 자극해주는 그런 역할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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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아티스트로의 소양
“예술적 합의”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늘어난 진도가… 마냥 좋아할지 잘 모르겠네요. 그러면 학교 수업 말고 코로나 시기에 개인 활동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뿐만 아니고 한국 예술계가 다 마찬가지인데, 하반 기에 활동이 조금씩 시작이 되었어요. 지원을 받을 수있는 예술 기관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기관에서 사용 해야 하는 예산들이 하반기에 많이 풀렸거든요. 요즘 주로 현대무용 작업을 많이 하는데, 하반기에 차츰 공연이 진행되면서 무용 작품을 2개 했었고요, 가장 가까운 일정인 1월 말경에 〈플랫폼엘〉에서 공연되는 이정연 안무의 〈루시드 드림 2(Lucid Dream Ⅱ)〉 라는 작품 사운드 작업이 현재 막바지에 이르렀고, 2 월 중순경에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무용단의 < 새날>이라는 작품 음악 작업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쇼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몇십 명, 많을 때는 몇백 명 되는 스텝이 유기적으로 한 목표를 향해서 가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죠.

영화감독이신 문병곤 감독님과는 〈불멸의 사나이〉와 〈SAFE〉 두 작품을 함께 하셨어요. 연달아 연을 이어 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문병곤 감독님의 졸업작품이 〈불멸의 사나이〉인데, 미술 부분이나 영상편집을 일일이 직접 부탁하실 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과 의욕이 넘치셨고, 음악 부분도 이곳저곳 수소문하시다가 제가 그전에 한국 영화 몇 개작업한 크레디트를 보시고 이메일을 보내셨어요. 그 당시 제가 미국에서의 바쁜 생활 탓에 결정을 고민하 다가 보내주신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그때 미국의 작곡 선생님에게도 보여드렸더니 훌륭한 영화라고 극찬하시며 같이 작업을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얼떨결에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죠. 그렇게 랜선으로 작업을 하게 된 〈불멸의 사나이〉가 칸 국제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을 받기도 한작품이에요. 졸업작품이 그만한 주목을 받는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다음 해 귀국을 했을 때 감독님은 〈SAFE〉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계셨고, 그때는 제가 더 적극적으로 협업을 제안했죠. 〈SAFE〉는 전보다 감독님께 여러 가지 제안도 해보고 긴밀히 작업을 했었는데, 2013 년 칸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부문 ‘황금 종려상’ 수상까지 하게 되어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정도까지 기대는 하지 못했거든요. 사실 이 작품 때문에 제가 굉장히 덕을 많이 봤어요.

〈SAFE〉작업하실 때 좀 더 의욕적이고 긴밀하게 작업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특히 신경을 쓰셨는지 궁금해요.
〈SAFE〉는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음악이 작품 뒷부분에 집중되어 있어요. 영화의 후반부인 추격 액션신에서 흘러나오다가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메인 테마가 나오는 게 거의 전부예요. 작업 당시 문병곤 감독과 조금 이견이 있었던 부분은, 문병곤 감독님은 예술 영화이기 때문에 상업영화 스타일의 음악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고민을 했었고, 저는 긴박감을 위해 상업영화적으로 가길 원했죠. 결국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게 되었 어요. 결론적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함께 도전하는
선배로서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세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안 해봤던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분야가 새로워도 좋고요. 똑같이 현대 무용을 하더라도, 컴퓨터 소리뿐만 아니라 아예 어쿠스틱 한 소리도 좋을 것 같고, 쇠파이프를 두들긴다던지 안해봤던 것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나, 신진예술가분들에게 경험이 녹아 있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만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분야와 협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향으로 효과를 내는 재능이 있으면 쓰일 데가 굉장히 많거든요.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음향 작업이 필요한 분야는 굉장히 많이 늘어나 있어요. 자신의 재능이 넓은 데서 쓰일 수 있는데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제가 안 해본 분야에 도전을 했다는 부분에서 잘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현대무용이나 미디어아트, 고석진 선생님과의 국악 작업도 모두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지 답을 갖고 한 것이 아니에요. 예술가들 간의 협업은 정답이 없어요.

현재 사운드 아트 쪽을 희망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상상도 못 할 제안과 새로운 포맷이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브이로그 사운드 작업도 저 때는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분야죠. 본인들이 그것을 찾아서 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 유튜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중 음악 작업이 필요한 콘텐츠를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뭐가 되었든 간에 그분들에게 협업 제안을 얼마든지 할 수 있거 든요. 그런 새로운 분야들을 많이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피정훈님의 자세한 인터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레전드매거진 VOL.025
▣모아진 https://vo.la/cZbUx
▣밀리의서재 https://vo.la/z4MBO
▣조인스 https://vo.la/lb05Q
▣리디북스 https://vo.la/Iho6d
▣자운드 https://vo.la/ZDr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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