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페달 스틸 아티스트 김범준 | 레전드매거진

페달 스틸 아티스트 김범준

그가 기타를 눕혀서 연주하게 된 사연

기타는 통속적 악기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스페인에서 출현한 클래식 기타는 교향악에 쓰일 정도로 고상함을 자랑하지만, 우리에겐 포크 기타와 일렉 기타가 더욱 친숙하지 않던가. 클래식 기타와 달리 두 기타는 주법에 명확한 논의가 형성되어있지 않다. 어떻게 연주하던 비슷한 소리가 나면 용인되는 수준의 자유분방함을 자랑하는데, 이는 기타가 대중과 함께 발전한 것에 기인한다고 볼수 있다. 포크송 열풍을 필두로 보급된 포크 기타는 지식층이 아닌 노동자의 손에서 민중의 애환을 달래는 도구로 쓰였고, 블루스-로 큰롤-록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며 출현한 일렉 기타 역시 반전을 외치며 기득권의 탐욕에 저항하는 수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다양한 주법이 등장하였고, 수십 년에 걸쳐 그것이 다듬어진 오늘날. 리듬 악기와 멜로디 악기로의 영역이 혼재하는건 비일비재하고, 때려서 연주하는 퍼커시브 슬랩이나, 음의 위상을 변화시켜 공간감을 형성하는 앰비언트 뮤직까지, 현대 음악에서 기타는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악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리스트 김범준의 연주는 남다르다. 그의 음악적 해석은 십여 년간 세션 활동을 반증하듯 대중적 어프로치를 띄고 있지만, 그러한 연주를 기타를 눕혀서 선보이는 데서 주목할 만하다. 기타를 눕혀 연주하는 이를 본 적이 있는가? 마치 거문고처럼 말이다. 이런 독특한 스타일은 ‘랩 스틸 기타의 발생지’인 하와이에서 태동을 시작하여 ‘컨트리 음악의 도시’ 내슈빌에 아직 그 계보가 남아있긴 하지만, 미국 본토 내에서도 빠르게 생명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그는 어떠한 이유에서 이미 사양길을 걷고 있는 주법에 주목한 걸까? 자생력을 잃은 레트로가 뉴트로라 불리며 재조명받는 오늘날, 기타를 눕혀서 연주하는 스타일이 또 다른 형태의 뉴트로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인가. 도브로 기타와 페달 스틸 기타의 대중화를 꿈꾸며 그 초석을 다지는 연주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기타를 눕혀서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기타리스트이자 국내 최초의 도브로 & 페달 스틸 아티스트 김범준입니다. 복면가왕 하우스 밴드를 비롯하여 각종 방송 및 공연에서 세션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고, 그레치 기타 엔도서로 도브로 기타 홍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Dobro Guitar and Pedal Steel Guitar

도대체 무슨 악기를 연주하고 계신 건가요?
제가 연주하는 악기는 도브로 기타와 페달 스틸 기타입니다. 여러분이 익히 알고 계시는 기타에서 파생된 악기들이지요. 도브로 기타의 정확한 명칭은 레조네이터 기타(Resonator Guitar)로 공명 장치가 부착된 형태의 기타를 의미하는데요. 이것을 눕혀서 연주하게끔 제작된 모델을 스퀘어넥 레조네이터 기타라고 부릅니다. 스퀘어넥 기타는 이름처럼 넥이 두껍고 네모난 형태라 일반 기타처럼 세워서 연주하는 게 불가능 하죠. 페달 스틸 기타는 무릎에 얹어 연주하는 랩 스틸 기타(혹은 하와이안 기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요. 랩 스틸에서 음폭을 넓히고 페달을 추가하는 등 본격적으로 앉아서 치게끔 고안된 기타라고 할 수 있죠.

왜 레조네이터 기타를 도브로 기타라고 부르나요?
레조네이터 기타를 제작하던 미국의 많은 제조사 중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바로 도브로(Dobro)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명사처럼 굳어져 버린 것이지요. 1928년에 창립된 이 회사는 현재, 기타 명가로 유명한 깁슨의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타와 말씀하신 두 악기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레조네이터 기타와 페달 스틸 기타 모두 지판을 짚어 음정을 조절하고 현을 튕겨 소리를 생성하는 현악기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레조네이터 기타는 이름대로 쇠로 된 공명 장치(Resonator Cone)가 있어, 현의 떨림이 증폭되며 특유의 쇳소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페달 스틸 기타는 일반 기타에 4 개의 현이 추가된 10개의 현을 가지고 있는데, 튜닝을 달리 한 두 개의 넥을 사용하여 총 20개의 현을 연주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어요. 특정 현의 음 높낮이를 바꿔주는 페달과 니바가 존재하고, 이를 적극적 으로 활용하여 연주함으로 일반 기타와는 다른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헤비메탈과 기타 그리고 나의 유년기

연주하는 모습이 피아노를 연상시킵니다. 혹시 피아노를 배우진 않으셨는지…
물론 배웠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 두 달가량 배운 경험이 있죠. 그것도 음악학원이 아닌 무지개 미술학원 이란 곳에서. (웃음)

그러면 본격적으로 기타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커요. 아버지가 클래식 음악과 성악을 좋아하셨고, 어머 니는 교회의 전도사로 찬송을 부르셨거든요. 그런 환경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자라다 보니까 자연스레 악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기타를 접한 건 중학교 때로 기억해요. 교회의 형들이 기타를 연주하며 헤비메탈을 즐겨 들었는데, 저도 그영향으로 메탈에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했죠. 등, 하교 시간에는 물론, 수업 시간에도 이어폰은 필수품이었 고, 어쩌다 용돈이라도 받으면 쪼르르 달려가 테이프를 사는 게 일상다반사였어요.

우연한 만남, 새로운 시작

캘리포니아의 빈티지 악기 샵으로 유명한 Norman’s Rare Guitars 유튜브 채널에 두 번이나 출연하셨던 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주세요.
사실은 그게 저도 생각지도 않게 일어난 일이에요. 노만스 레어 기타는 건즈 앤 로지즈의 슬래시부터 블루스 기타리스트 조 보나마사, 리치 샘보라나 조지 린치 등 저명한 기타리스트들도 기타를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샵인데요, 특히나 빈티지 기타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유명세를 얻은 곳이에요. 저도 새로운 악기를 찾고자 방문했는데 1930년 산 도브로 기타가 눈에 띄더라고요. 평소에도 남들이 잘 안 하는 연주, 선택하지 않는 악기에 관심이 많은 터라 자연스레 손이 갔어요. 그런데 도브로를 시연하는 제 모습을 본 노만 아저씨가 흥미를 보이셨고, 대화를 나누다 즉석에서 촬영 제의를 받으며 첫 영상은 그렇게 올라가게 됐어요.

우연에서 개성까지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처음부터 도브로 기타리스트가 될 생각을 갖고 도전하신 건 아니었나 봐요.
네, 한국에 도브로 기타리스트가 없으니 최초의 연주자가 되어 시장을 독점하자! 이런 원대한 야망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행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아 도브로를 시작한 것이고, 결정적으로 노만 채널에 출연한 게 계기가 되긴 했지만, 우선은 내가 재미있고 흥미를 느끼니 계속해서 손이 갔던 거죠. 하지만 아쉽게도 쓸데가 마땅치 않았어요. 아니, 더 정확히는 기타리스트 김범 준을 찾는 이는 있었지만, 스퀘어넥 도브로 연주자를 필요로 하는 이는 없었죠. 그래도 세션 활동과 병행하며 틈틈이 연습하는 저를 다른 동료들이 많이 응원해줬어요. 특히 멀티 악기를 연주하는 권병호 씨가 힘을 많이 실어주었죠. 그 덕에 행사에서 소소하게나마 기타를 눕혀서 연주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다른 멤버가 실수로 제 영상을 복면가왕 밴드 단체방에 공유한 적이 있어요. 때마침 임현기 음악감독님의 눈에 뜨였고, 악기 편성에 도브로 기타와 페달 스틸 기타가 추가되면서부터 본격 적인 페달 스틸 연주자로 방송에 나갈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연주부터 운반까지, 기타리스트가 단순 흥미로 접근하기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산재하네요. 그렇다면 흥미 이외에도 꾸준히 매진하게 만든 매력이 있을 거 같아요.
우선 생소한 악기다 보니 어딜 가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요. 가야금이냐고 묻기도 하고, 건반 악기로 착각 했다는 분들도 계시죠. 처음엔 외형 때문에 주목을 받다가도 연주가 시작되고 나면, 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운 선율에 치유를 받았다는 말씀을 해주세요. 나의 연주에 위로받고, 음미하는 관객의 표정을 마주하는 순간이, 제게도 최고의 보람이자 힐링의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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