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공간/공감 - 사유의 사유 | 레전드매거진

사유의 사유

빛과 향기를 품은 서점

사유의 사유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사유의 사유는 학예사 출신의 주상호 대표가 직접 큐레이션한 서적들로 채워진 독립서점이다. 메인 테마는 역사와 예술이며, 독서모임이나 문화 체험 등 구 단위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관함으로써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로나 사태로 커뮤니티 활동이 주춤했던 것도 잠시, 최근 들어이 곳은 조금씩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가게 앞으로는 방학천이 흐른다. 방학천을 따라 조금 걸어가다 보면 젊은 창작자들의 공방이 밀집된 *방예리(방학천 문화 예술거리)가 나온다. 방예리에는 유리공예, 가죽 공예, 판화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의 아담한 공방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십년전만 하더라도 지저분한 하천과 유흥주점이 즐비하던 자리에는 깨끗한 산책로와 도시재생모델로 선정되어 변화한 공방거리가 남았다.

방예리 인근에 사유의 사유가 문을연 것은 2018년 무렵, 주상호 대표가 본래 하던 일을 정리하고 독립서점 오픈을 준비한 지 3년 만의 일이 었다. 평소 역사 마니아였던 그 답게 서점의 큐레이션 메인 테마도 물론 ‘ 역사’였다. 가게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 도서 선정과 인테리어까지 하나하나 밑그림부터 시작해 채색과 마무리 단계로 나아가며 작품을 만드는 화가의 마음으로 여러 번 수정하며 공간을 가꿔나갔다.

하나의 주제에 관한 책을 모두 모아 소개하는 북 큐레이션은 사유의 사유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시리즈다. 두 달에 한번 정도 시리즈를 교체하고 있으며 그동안 전쟁의 역사, 언어에 대한 책, 역사 그림책 등 다양한 시리즈를 소개해왔다. 한 번은 어떤 손님의 요청으로 존 버거의 ‘제7의 인간’ 을 들여다 놓았는데, 책을 읽다 깊게 빠져 급기야 북 큐레이션 시리 즈로 존 버거를 선정하게 되었다.
존 버거는 197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로, 제7의 인간은 유럽 이민 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그의 글과 장 모르의 사진을 엮은 사진집이다.

주상호 대표 인터뷰
: 학예사 출신의 북텐더(Booktenter) 이야기

“과거 불교문화재 관련 일을 했어요.
당시 아침마다 티타임을 갖던 게 습관이 되어 요즘도 아침에는 항상 차를 우려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요.”

언제부터 서점을 열 계획을 갖고 계셨나요?
제 삶의 중심에는 두 개의 단어가 있어요. ‘책’과 ‘가족’입니다. 서점을 열어 책을 가까이하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저의 오랜 바람이었어요. 2015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출판기획 쪽에 관심이 많아 관련 강좌를 듣기도 했었는데, 그전에 책이 누구에게 읽히고 시중에 어떻게 돌아다니는지를 알아야겠더라고요. 지금은 서점 운영에 집중하고, 나중에는 출판기획도 해볼 생각입니다.

방학동에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 근처에 오래 살았지만 가게 자리를 알아보던 2018년 가을 무렵에야 이 곳을 알았어요. 당시 일하던 곳이 종로에 있어 처음에는 삼청동에 서점을 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쪽 터는 권리 금도 비싸고 집에서도 거리가 멀어 아이를 돌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고민하던 중 동네서점을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습니다. 창동과 쌍문동 일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가게 자리를 알아보던 중 우연히 방예리에 발길이 닿았죠. 당시 이미 방예리 거리는 입주가 완료되어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는데, 조금 더 걸어 내려오니 원래 바늘 공장이었던 이 가게가 보이더라고요. 가게도 예쁘고 집에서도 가깝고 밤에 조용한 점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주변에서 유일하게 여기만 비어있었거든요. 운명인가 싶어 바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서점의 메인 큐레이션 방향을 역사로 정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역사를 좋아해요. 소설과 에세이보다는 역사책이 잘 읽히고, 예술도 세계 역사라는 범주에서 나올 수있는 이야기이며 제 전공과도 연결되어 있다 보니 두 분야를 다루게 됐어요. 사실 손님들은 역사보다 예술 코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세요. 하지만 예술 서적의 비중을 지금보다 늘릴 계획은 없어요. 메인 테마는 언제나 역사라는 것을 지켜나가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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