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명량', '극한직업' 영화음악감독 김태성 | 레전드매거진

영화음악감독 김태성

음악과 장면이 만나 발생하는 시너지

영화음악감독 김태성

음악에 따라 같은 장면도 완벽하게 다른 의미로 전달됩니다.
영화감독이 구상한 이미지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음악감독의 일이죠.

반갑습니다. 김태성 감독님.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음악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영화음악감독 겸 작곡가 김태성이라고 합니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명량〉, 〈1987〉, 〈극한직업〉, 〈사바하〉와 드라마 〈손 the guest〉 그리고 〈SKY 캐슬〉이 있습니다. 대다수의 음악감독님이 자신의 공간에서 작품과 시름하다 보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은둔형 스타일이라 생각해요. 먼 길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오랜만에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여섯 개의 참여작이 개봉하였습 니다. 굉장히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거 같아요.

네 맞아요. 아직 〈싱크홀〉이 마무리 조절 단계에 있고, 〈한산〉과 〈노량〉이 작업을 개시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영화계가 침체된 상황이지만, 이전부터 해오던 작품들의 마무리 작업으로 굉장히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어요. 게다가 굵직한 프로젝트와 향후를 내다보며 준비 중인 작품까지 남아있어서 앞으로의 일정도 빡빡한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작업 중인 작품에 집중 하며 무수한 영양제로 하루하루를 나고 있습니다. 낮밤이 뒤바뀌기 일수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네요.

업계 데뷔 후 3년 만에 감독으로 입봉 하셨다니 이례적으로 빠른 성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닐까 합니다.

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 열의를 가지고 노력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가 한국 영화 산업의 황금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가 천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영화 아카데미가 등장하며 훗날 이름을 알릴 영화감독이 교육을 받던 시기였죠. 하지만 커지는 산업 규모에 비해 유독 영화음악의 입지는 좁았어요. 영화음 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지가 않았고요. 그러다 보니 운이 좋아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가 찾아왔 고, 입봉 후 업계에서 버티다 보니 자연스럽게 참여 작이 쌓이게 됐어요. 이제는 경력을 인정받으며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음악에서도 활동하는 자리에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영화음악감독으로서 겪는 어려움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어떤 작품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그 결과가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진 않거든요. 모든 영화의 시나 리오가 다르고 각각의 씬에 부여되는 의미와 해석 또한 상반되기 때문에 기존의 결과물을 깨고 완전히 새롭게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반복돼요. 하지만 저를 찾는 감독님과 관객의 기대치는 이전 작품에 분명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부담감을 크게 느낍니다. 영화를 머리로 만들다 보면 수가 읽힐 때가 있어요.
영화의 문법을 너무 충실하게 따르다 보면 뻔하고 진부한 전개로 흐르기 쉽거든요. 반전이 하나도 없이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영화만큼 지루한 것도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작품의 초반에 관객의 예상을뒤 흔드는 음악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게 예측불 허의 전개가 진행되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이 생각을 멈추고 영화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게 돼요. 그러면 반은 성공한 거죠.

그간 60여 편이 넘는 영화 제작에 참여하셨잖아요. 쉴 틈 없이 많은 작품에 참여하다 보면 지칠 법도 한데 감독님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이 기다리고, 그 산을 넘어도 첩첩산중으로 쌓여있는 작품을 마주하다 보면 때론 지치기도 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제 능력을 믿고 자신의 소중한 시나리오를 맡겨주신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힘을 냅니다. 어떤 시나리오는 개발 기간만 5년이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활이 걸린 거대 프로젝트인 경우도 있어요. 그런 소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저라는 사람을 찾아와 주실 때. 감독님이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며 저와 함께 하자고 말씀하시는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해요. 이야기를 마친 감독님이 떠나실 때부터 저의 고민이 시작되지만요. 규모가 큰 만큼 막대한 책임감과 거기서 오는 압박도 엄청나거든요. 내가 미쳤지, 왜 이걸 하겠다고 해서… (웃음) 롤러코스 터를 타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에요.

감독님의 철학을 짧게 정리해주신다면?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가 이 작품 안에서 떳떳한가.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나태해지거나 자기 복제에 빠지지 않고 좋은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영화 제작의 다른 영역들은 세분화되었는데 아직 음악은 작곡가와 에디터의 영역이 분리되어있지 않아요. 영화계가 더욱 견고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서로의 분야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곡가가 따로 있는데 영화에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공동 작곡으로 감독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흔하고, 영화사에 귀속되는 권리와 제작자가 갖게 되는 권리도 명확하지 않아요. 특히나 음악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도 잘 모르고 찾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거든요. 더 안타까운 일이죠. 작곡가는 작곡가로서, 에디터는 에디터 로서 크레디트를 따로 분리하여 개개인의 공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영화 산업에 새로운 참여자가 늘어날 테고, 영화음악의 양과 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관련인터뷰

 372 total views,  2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