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 Disney

영화는 좋아하지만 무서운 영화 (나는 무서운 것에 대한 기준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잘 못 보는 사람이라 의도치 않게 디즈니의 팬이 되어버린 나. 나는 오늘도 디즈니가 선보인 새 영화 ‘알라딘’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역시 디즈니다. 극장 안은 이미 알리딘을 보러 온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인터넷으로 알라딘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니 1992년에 이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개봉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27년 전이고 내가 태어나기 무려 8년 전. 나는 오늘 알라딘 영화를 보고 다시 1992년 버전을 구해 봐야겠다 다짐했다.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1992년 알라딘 정보를 뒤져보다가 월트 디즈니에 대해 궁금해졌다. 나는 ‘월트 디즈니’라는 검색어로 다시 그에 대한 정보를 뒤져봤지만 그저 뻔한 위키 정보가 전부였다. 나는 갑자기 그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 이미지 검색을 하며 그의 사진 하나하나 찾아봤다.     

역시 오래된 흑백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미키마우스를 들고 있기도 하고. 대부분 아주 기분 좋게 웃는 사진들이었다. 나는 월트 디즈니가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으면 어울릴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하며 웃음 짓고 있었는데,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의 시선에 까만 남자의 구두가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구두가 아니라 인형의 발이었다. ‘이게 뭐지’하며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그 앞에 미키마우스 옷을 입은 월트 디즈니가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알라딘 지니처럼 순식간에 내 앞에 월트 디즈니가 나타났다.     

나의 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될 리 없다는 강한 의지로 그가 입고 있는 미키마우스 옷을 만져봤다.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가 실제로 내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 친절한 미소를 짓던 그가 나에게 윙크하며 자신이 입은 미키마우스 옷을 자랑하며 한 바퀴 횅 돌며 자랑까지 한다.     

꿈인지 생시인지 중요치 않았다. 나는 이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을 거라 확신했고, 두근거리는 심장과 떨리는 입술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ㄹ :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놀라지 않고 태연한 척 인사하려다 보니 그만)

ㄷ: 예, 그러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긴 어떻게 왔죠?     

ㄹ : ‘알라딘’ 보러 왔어요. 어떻게… 잘 지내셨나요?

ㄷ: ‘알라딘’을 보러 오셨다니 너무 감사하고 또 영광입니다. (웃음) 이제 곧 ‘토이 스토리 4’도 개봉할 예정이라 그 준비에 여념이 없네요. 뭐 딱히 제가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제 이름을 걸고 선보이는 작품들이니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게 많아요. 작품을 개봉할 때마다 사람들은 ‘Walt Disney’로 꼭 한 번씩 검색해 제 얼굴을 찾아보거든요. (웃음) 류빈 님처럼.     

아, 맞다. ‘토이 스토리 4’ 도 봐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고 나는 다시 그가 입고 있는 미키마우스 옷의 부드러움이 생각나 슬쩍 손을 대봤다. 역시 아직까지는 부드러웠다.     

ㄹ : 오~ 오늘은 미키마우스 옷을 입고 오셨네요?

ㄷ: 예. 오늘 ‘레전드 매거진’이라는 특별한 잡지와 인터뷰가 있는데 그냥 나올 수가 있나요? 그리고 사실 제가 이렇게 입고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제가 누군지 몰라요. (웃음) 그러니 ‘제가 오늘 인터뷰하러 온 월트 디즈니입니다’라는 걸 알리려면 이렇게 입어야 했죠. 아마 류빈 님도 제가 미키마우스 옷 입고 잇지 않았으면 제가 누군지 몰랐을걸요. (웃음) 한국으로 치자면 ‘강남’ 옆에 ‘태진아’가 있어야 “아~ 저게 강남이구나” 알아보는 느낌이랄까요?

ㄹ : 아~ 그렇네요. 제가 2000년생인데 선생님이 태어나고 정확히 99년 뒤에 제가 태어났으니 이렇게 안 오셨으면 몰라뵜을거예요. (웃음) 선생님은 1901년 생이시죠? 그 당시 선생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ㄷ: 저요? 118년 전 이야기를 하려면 좀 길어질 거 같은데 실례가 안된다면 옆에 잠깐 앉아서 얘기를 들려드려도 될까요? (털썩) 자, 1901년이라… 솔직히 그때가 기억 난나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한 서너 살 때 저의 모습이 기억나긴 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재능도 꽤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그 당시 저희 집은 엄청 가난했어요. 그래서 7살 때는 학교에 입학도 못하고 아버지를 도와 신문 배달을 할 정도였죠.      

아침에 신문을 돌릴 때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면 일부러 피해 멀리 삥 돌아가곤 했죠. 솔직히 뒤로 돌아가 골목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고요.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뭐 어찌어찌 운이 좋아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게 지금까지 와버렸네요.

ㄹ: 1차 세계 대전에도 참전하려 하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ㄷ: 아… 전쟁이란 게 참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지금도 끊임없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죠. 그 원인은 단 한 가지인데 그게 해결이 안 되니 전쟁이 멈추질 않습니다. 아이고, 내가 또 노땅처럼 세상 한탄하고 있네요. (웃음) 그렇죠, 그때 저는 영웅이 되고 싶었나 봐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철부지 어린애였는데 말이죠.

어쨌든 뭔지 모를 애국심에 가득 차 있는 저를 나라에서는 나이가 어리다고 안 받아주더군요. 그분들에게도 제가 철부지 어린아이로 보이기는 했나 봐요. (웃음) 그렇게 입대를 못해 결국 전쟁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저는 국제 적십자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며 틈틈이 그림을 그렸는데 꾸준히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제 그림 솜씨가 온 부대에 소문이 났어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면 안 되지만 부상당한 군인들의 캐리커처를 그릴 때는 참 난감했어요. 지금 부상당한 모습을 그려내야 할지 말지 고민도 많이 했죠. (웃음) 그래도 그렇게 그려준 캐리커쳐가 그들에게 힘이 될 거라 믿고 최대한 재미나게 그려줬던 기억도 있어요. 물론 아무리 부상당한 부상병이라 해도 캐리커쳐 그려주는 비용은 꼬박꼬박 챙겨 받아 당시 병원에서는 꽤 ‘있는 놈’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속닥)

실제 월트 디즈니가 사용했던 차고 모습

ㄹ : 전쟁이 끝나고 그림에 대한 꿈은 어떻게 이어가셨나요?     

ㄷ: 저는 그림으로 만들어진 영화, 즉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적십자에서 돌아온 저는 일단 무언가를 할 공간이 필요했죠.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왜 미국 사람들은 뭘 시작할 때 꼭 자기 집 차고에서 시작하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꽤 많은 녀석들이 차고에서 사고치고 세상 밖으로 나오더군요.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새로 이사 온 ‘스티브 잡스’라는 친구도 차고에서 사고 친 걸로 아주 유명세를 떨치고 왔더군요. 차고가 없었으면 지금의 미국도 없었을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웃음) 아무튼 저 역시 차고를 개조해 스튜디오로 만들었어요. 당시 부모님은 기가 막혔겠지만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카메라를 빌려와 영화적인 기교와 기법을 익히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죠.      

그 차고 스튜디오에서 동료들과 함께 ‘래프 오 그램'(Laugh-O-Gram)이라는 1분짜리 애니메이션 필름 릴을 만들었고, 작품명을 따 ‘래프 오 그램’ 영화사를 설립하게 됐답니다. 말이 영화사지 창고에서 카메라 한 대로 만든 1분짜리 영상 하나 가지고 있던 정말 영세한 ‘가게’였죠. 당시 저희 형 로이가 틈틈이 도와줘 그나마 버텨냈죠. 형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늘을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고마워 형 (웃음)     

ㄹ : 이제 슬슬 미키마우스가 나올 때가 됐나요?     

ㄷ: 벌써요? (웃음) 참… 지금이야 웃으며 농담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는 저의 울분과 한이 담긴 슬픈 사연을 가진 캐릭터예요. 저는 ‘오스왈드 래빗’ 이라는 작품 때문에 배급자 ‘찰스 민츠’와 애니메이터들에게 배신당했고, 그들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미키마우스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이용당하며 정신 못 차리는 와중에도 저의 곁을 지켜준 친구가 바로 우리 ‘어브’라는 친구예요.      

그 친구가 ‘오스왈드’의 귀를 조금 줄이고 코를 통통하게 그려 쥐 모양 캐릭터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 제안했죠. 거기에 저의 아내 ‘릴리언 디즈니’가 ‘미키’라는 이름을 지어줘 ‘미키마우스’가 탄생하게 됐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맞나요? (웃음) 이 미키마우스는 지금까지도 월트 디즈니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쥐 한 마리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웃음)     

ㄹ : 아, 미키마우스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월트 디즈니 본인이라던데…

ㄷ: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 맞아요! Hot Dog!     

Hot Dog는 1929년 Karnival Kid 미키마우스가 처음 말하기 시작하던 때의 첫 대사다. 다시 들어 너무 반가웠고, 또 직접 들으니 너무 신기했다.     

ㄹ : 뻔한 질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혹시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ㄷ: 사실 저는 연기를 아주 좋아했었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요. 그 시절 최고의 배우였던 찰리 채플린의 연기를 모방하곤 했었죠. 채플린에 대한 동경이 계속 이어져 캐릭터에 코미디를 입히는 방식이나 캐릭터의 행동 그 자체에 채플린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게 됐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행동, 그리고 표정까지 유명한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접목시켜왔던 것 같아요.     

ㄹ : 갑자기 뜬금없지만 저 디즈니 월드에 너무 가보고 싶어요!

ㄷ: 디즈니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원래 자기가 만든 거는 별 흥미를 못 느끼잖아요. 만드는 과정을 다 아니까 결과물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게 사람이죠. 그러데 저는 디즈니 월드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설레요. 아… 나도 다시 가고 싶네요. (울음) ‘꿈과 희망이 가득 찼다’는 너무나 막연한 슬로건을 내세웠다고 얕보지 마세요. 정말 여러분의 꿈을 이뤄주고 희망을 안겨드리는 그런 곳입니다. 꼭 한번 놀러 오세요.      

ㄹ : 예. 저도 꼭 가서 꿈과 희망을 찾아볼게요. 그럼 마지막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앞으로 디즈니가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길 원하시나요?     

ㄷ: 자, 디즈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영웅’이 아니라, 진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물들의 특별한 이야기죠. 인어공주만 빼고요. (웃음) 이런 부분들을 관객들이 공감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디즈니를 바라봐주신 그 시선이면 충분합니다. 우리 디즈니도 여러분의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친구이자 동반자로 영원히 곁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자.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라딘이 시작할 시간이네요. 우리 알라딘과 지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불러주세요. 자 마지막 인사는 영어로 마무리~ “Laughter is timeless, Imagination has no age, and Dreams are forever” 제가 영어를 좀 하네요. (웃음)     

ㄹ : 너무 마음에 와 닿는 말이네요. 오늘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ㄷ: 오늘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더 감사하고요. “이번 인터뷰를 요청해주신 레전드 매거진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매거진을 보니 다들 똑같이 이렇게 끝나더라구요. (웃음) 레전드 매거진의 무한한 발전과 성공을 기원하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요술램프 요정 지니처럼 사라져 버렸고, 나는 알라딘 2019를 보기 위해 극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영화를 보면 또 생각이 틀려질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변치 않을 것은 바로 ‘웃음은 시대를 초월하고, 상상력에는 나이 제한이 없고, 그리고 꿈은 영원하다’라는 그의 말 한마디일 것이다. 이 진리를 알기에 그가 ‘월트 디즈니’라는 이름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글: 사운드캣 눕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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