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 – 레전드매거진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

“저를 농학이형(농구학자)이라 불러주시는데, 과분한 별명이라 정말 감사하고 또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구인생. 그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보다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 1998년 이후 NBA 전문기자로 일을 시작해 NBA 농구 해설위원, KBL 인터넷 생중계 해설위원, 현재의 KBS N 스포츠 한국여자프로농구와 대학농구리그 담당 해설위원이자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편집장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새로운 기록 그리고 이면에 숨은 노력까지 모두 지켜본 한국 농구역사의 산 증인 손대범 편집장을 이번 레전드에서 만나보자. 

초등학교 때 레슬링 팬이었어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면 TV앞에 앉아 레슬링이 시작되기만 기다렸는데, 레슬링 전 편성표가 농구 경기였어요. 연장전을 하니까 경기가 늦게 끝나고, 늦게 끝나니까 레슬링도 당연히 늦게 시작하고.. 막 짜증이 났죠. 근데 보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거에요. 그때부터는 토요일 일과에 레슬링만 아니라 농구 경기 시청도 추가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경기를 시청하는 정도였지 농구에 크게 흥미가 있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중학교 입학하고 체육시간에 레이업 슛 시험을 봤는데, 막상 해보니 TV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처럼 안되더라구요. 선수들은 쉽게쉽게 하던데 잘 안되니까 짜증도 나고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연습했죠. 이때 마침 농구애니메이션 「슬램덩크」가 유행하면서 동기부여에 불을 붙여줬어요.

Q.슬램덩크에서 어떤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세요?

해남에 홍익현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어요. 농구를 참 못하는 캐릭터였는데, 출전기회도 없다가 출전기회가 생겼을때 강백호를 잘 막아서 분량이 확 늘어났던 캐릭터에요. 농구 실력도 없고, 체구도 작아서 존재감 없는 캐릭터였지만 혹독한 훈련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해남의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듣는 캐릭터였어요. 보면서 이입이 많이 됐죠.  저렇게 비실비실한 애도 농구를 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저에게 줬다고 할까요?(웃음)

Q.전 사실 강백호, 서태웅 밖에 기억이 안나요. 

가장 상징적이죠. 그런데 저는 메인 캐릭터보다는 주변의 조력자들을 더 좋아했어요. 

Q.농구가 일상속에 자리잡게 된건 언제부터였나요?  

중 3때 PC통신으로 농구 동호회에 가입을 했어요. 매주 일요일 정기모임에 꾸준히 참가해 농구 시합도 하고, 농구 기술도 배우곤 했죠. 형들이 추천하는 농구 서적을 읽어보기도 하고요. 당시 제가 동호회 막내였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형들에게 많은 걸 배우게 되었어요. 농구 뿐 아니라 당구같은 다른 취미생활도 그때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저는 학교보다 동호회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경험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농구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자리잡았죠. 그 형들 대부분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있어요.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농구 외에 가지고 계신 다른 취미가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신촌에 음악 카페가 있었는데, 오천원만 내면 하루종일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다른 곳에서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헤비메탈 뮤직비디오를 보기 위해 자주 갔어요. 낮에는 농구하고, 저녁때는 카페가서 음악 듣는게 하루 일과였죠.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전 그때 음악을 들으며 농구와 밴드음악이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농구는 다섯명의 팀웍이 기계적으로 제 위치에 잘 맞물렸을 때 득점하잖아요. 밴드도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하고요. 밴드의 멤버 중 누군가가 욕심부려서 혼자 튀기 위해 애드립을 넣으면 전체적인 사운드가 무너지고 말죠. 또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면에서도 비슷해요. 화려한 퍼포먼스와 쇼맨십의 기반에는 흔들리지 않는 연주에 대한 기본기가 있어야 하죠. 농구도 마찬가지로 기본기가 탄탄하게 쌓여 있어야 순간적인 기회가 왔을 때 득점할 수 있어요. 

Q. 스포츠 해설위원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는 언제에요? 

보통 해설은 현역으로 선수로 뛰었던 분들이 많이 하시잖아요? 그분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설을 듣고 시청자들이 공감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전 선수 출신이 아니다보니 그 감정을 그대로 이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면 선수가 경기 도중에 무릎을 다쳤어요. 저는 그 고통을 모르죠. 경기를 하다 다쳐본 경험이 없으니 ‘아프겠다’고 추측만 하는거에요. 제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해설을 한다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할까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죠. PD님이 저를 뽑은 이유는 선수 출신의 해설위원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만이 할 수 있는건 뭘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죠. 

예를들어 선수들이 선호하는 전술 같은 것들은 조금 멀리서 보면 더 잘 보이거든요. 저는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도 제가 정말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 분들이 공감해 주실 때나 특히, 선수나 감독님들이 잘 들었다고 말씀해 주실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실은 기자 출신이 스포츠 해설가를 한다는 건, 그 종목에 미쳐있다고도 볼 수 있는 거에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의 역사적인 순간을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이를 직접 중계한다는건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죠. 더욱이 직접 중계한 경기가 승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작년 아시안 게임 때 우리 나라가 동메달을 땄잖아요? 그 역사의 순간을 제 입으로 전하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던 벅찬 느낌은 앞으로도 영영 잊을 수 없을 거에요. 

Q.처음으로 해설을 하셨을 때가 기억나세요? 

2001년 12월 9일. 그날이 제가 처음으로 해설을 한 날이었어요. 지금은 없어진  당시 iTV라는 채널에서 NBA중계를 했어요. Houston Rockets와 Washington Wizards의 경기였는데, 당시 마이클 조던이 워싱턴에서 뛰고있었거든요. 나의 우상! 내가 농구를 보기 시작한 계기! 그 전설을 내가 중계한다니! 전 엄청 들떠있었는데, 중계 바로 전날에 무릎 부상으로 조던의 출전이 취소됐어요. 굉장히 실망하며 중계를 들어갔는데, 아니? 조던이 출전 한 거예요! 게다가 엄청 활약하면서 팀을 승리로 견인했죠. 그 때 정말 무아지경에 빠져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막 들떠서 중계했던게 아직도 기억나요. 사실 그 때 중계를 녹음한 비디오 테잎을 아직 갖고있는데요. 보면 되게 웃겨요. 말도 안되는 말도 많이 하고.. 18년전이니까. 댓글도 기억이 나는게, ‘어떻게 이 방송에 학예회를 시키냐?’ 벌벌 떨면서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게 기억이 나고.. 

제가 직접 취재한 경기중에는 2002년 아시안 게임 결승과 2014년 아시안 게임 결승전. 이 두개가 기억에 많이 남죠. 둘 다 남자 농구 금메달이 걸린 경기였고, 둘 다 금메달을 손에 쥔 경기였죠. TV가 아닌 제 눈으로 경기를 직접 봤다는 것이, 금메달을 따는 그 순간, 그 장소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오기까지 했어요. 경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본분도 잊고 응원했던 것이 기억 나네요. 상대 중국쪽 기자와 거의 싸우듯이 응원 대결을 펼쳤는데, 금메달은 한국이 가져갔고 자연스레 응원 대결도 제가 이긴 셈이 됐죠. 

“농구 좋아하세요?”

요즘 서점에 가보니 힐링 에세이들이 많더라구요.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서 책을 한권 냈어요. 슬램덩크의 명대사와 제 일상 생활, 그리고 저의 경험과 농구 이야기를 잘 버무려서 출시한 에세이예요. 이 책은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농구 팬들에게 건내는 안부 인사이기도 하며, 농구에 대한 저의 추억이기도 해요. 제가 기존에 냈던 책들은 농구 전술서처럼 딱딱하고 농구에 대한 사전 지식을 요하는 책들이 많았는데, 이번 농구 좋아하세요?는 농구를 잘 모르거나 아예 처음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실은 이 책을 쓰는데 2년이나 걸렸어요. 다행히도 읽어주신 분들, 심지어 농구를 전혀 모르는분들도 재밌게 읽었다고 피드백을 주셔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제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거든요. 이제 긍정적인 피드백만이 아니라 금전적인 피드백만 늘어나면 되는데(웃음), 하여간 2년이나 걸린 만큼 큰 의미가 있죠 저에게.

Q.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계신다던데

네. 소설을 한권 준비 중입니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농구 소설이에요. 인천 송도고등학교에서 농구 코치를 맡으셨던 전규삼님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에요. 2년 째 집필하곤 있는데 아직 1부를 채 끝내지 못했네요. 이분이 이충희나 김승현, 심기성같은 슈퍼스타를 키워내신 분이거든요? 농구 할아버지라 불릴 만큼 인성도 온화하셨고요. 이래저래 흥미로운 배경과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기자 출신이다보니, 문체가 딱딱하고 단조롭게 느껴져 난항중이예요. 이 소설을 잘 완성하는게 첫번째 목표에요. 

Q.앞으로는 어떤걸 계획하고 계세요?

올해 8월에 점프볼에서 농구기자 아카데미를 열어요. 기자 유망주나 대학생 지망생들을 발굴하여 교육과 경험을 통해 기자로 성장시키는 커리큘럼이죠. 기존에도 비슷한 아카데미들이 있었지만, 교육보단 실습을 통해 현장으로 빨리빨리 배출하는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기획 단계서부터 체계적으로 잘 가르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단기적인 계획은 그렇고.. 장기적인 목표는요.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보통 그런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육십세가 되면 무슨 기업에 임원급으로 높은 자리에서 은퇴를 기다려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저는 육십세가 되어서도 현장에 나가서 글을 쓰고 싶어요. 또, 현장에서 젊은 세대들과 만났을 때 그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10대, 20대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고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제 목표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편집장님 출간하신 책을 읽다보니까,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편집장님만의 철학이 있는 것 같아서 들어보고 싶었어요. 

독특한 방식은 없고요, 모든걸 와이프에게 맡겨요. 간섭하지 않고, 와이프를 믿고 가고 있어요. 아이들이 공부하다 지치면 농구도 가끔 하고 게임도 같이 하며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에요. 아, 제가 뭐 하나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드라마를 1편을 보면 완결까지 다 봐야해요. 웹툰도 마찬가지고요. 한번 빠지면 멈추지 못하는게 제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제 아이들도 그 성격을 많이 닮았어요.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라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나타날 때까지 지켜보려고 해요. 강요하지 않고요. 덕후에요 제가(웃음) 저는 20년전에 좋아했던 걸 아직도 좋아해요. 중간에 버리지 않아요. 

Q.일전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농구스타 22인이라는 책을 쓰기도 하셨어요. NBA 농구스타들 중에서 편집장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지금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루브른 제임스와 스테판 커리에요. 루브른 제임스는 실은 인터뷰하면서 애를 좀 많이 먹었던 경험이 있어요. 대스타다 보니 질문하기 쉽지도 않고.. 그런데 16년 가까이 최고로 살았다는게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배울만한 사람이에요. 스테판 커리는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지 5년밖에 안됐지만, 판을 바꾸어 놓은 사람이에요. 190cm 라는 키가 NBA에서는 굉장히 작은 키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됐다는건 전문분야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거거든요. 3점슛을 정말 잘 던져요. 그런데 3점슛을 잘 던지기 위해서 해왔던 노력이 대단해요. 그 노력 덕분에 이만큼 온거고.. 여기에 우쭐하지 않고 계속 연습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두 선수를 좋아해요. 팀으로 봤을 때는 LA LAKERS 정말 좋아하고요. 

Q.저희 직원분인 스태판 커리의 왕팬 윤ㅇㅇ차장님이 꼭 물어봐 달라고 질문 두개를 던져 주셨어요. 하나는 NBA FA 계약이 끝났는데요,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가 클리퍼스로 이적했고 AD와 대니그린, 커즌스 등이 레이커스로 이적했어요. 다음시즌 NBA 판도를 어떻게 예상하시는지 ? 

판도는 아직.. 선수 구성이 안 끝났기 때문에 예상하기 어려울 것 같고요. 음.. 반면에, LA 라이벌리에 대해서는 클리퍼스가 조금 더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클리퍼스는 구성 단계에서 확고한 핵심이 있는 단계에서 두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에 조금 더 끈끈하지 않을까 해요. 

Q.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되게 많이 해요, “연애하듯이 일을 하라” 고요. 보통 할 게 없어서 스포츠 기자를 하지는 않잖아요. 정말 스포츠를 사랑해서 기자 일을 하게 되는건데, 그러면 스포츠를 사랑하는 만큼 기자일도 연애 하듯이 하라고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 소개팅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SNS도 찾아보고 주선자에게 물어보기도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그런 감정을 갖고 대하라고 조언해줘요. 연애하듯 항상 호기심을 갖고요. 비단 기자 뿐 아니라 어떤 일이건, 연애하듯 하면 성공하실거라 믿습니다.

Q.끝으로 하고싶은 말

먼저 늘 저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구하는 농학이 형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주신 레전드 매거진팀에게도 감사인사를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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