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레전드인터뷰] 마에스트라 여자경 지휘자 | 레전드매거진

마에스트라 여자경

뜨거운 순간에 깃든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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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은 늘 나를 비켜갔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완벽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가 남긴 말이다.
마에스트라 여자경의 삶은 음악을 향한 끝없는 갈망과 개척의 여정이었다. 프로 데뷔후 16년, 때로 가파른 언덕도 많이 올랐는데 돌아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음악가의 의무를 다하며 보낸 지난 세월이 담긴 그의 얼굴엔 치열한 분주함과 차분한 평온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코로나로 인해 계획되어 있던 일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예상됩니다.

상반기에 불쑥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대부분의 연주들이 갑작스럽게 취소됐어요. 3,4월 무렵 예정되어 있던 거의 대부분의 공연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이 시간들도 곧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집에서 밀린 공부도 하고 요리도 하며 온라인 수업을 받는 딸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5월부터 다시 연주 들이 재개되어 감사한 무대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다시 8월 연주들이 연달아 취소되면서 올해 하반기를 비롯해 내년의 국내와 해외 일정 대부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 죠. 현재 다시 상당수의 공연이 10월부터 재개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음악인들이 코로나 재해로 인한 요즘 상황에 많이 지치고 우울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그저 안주할 수만은 없기에 상황에 대처할 계획들을 세우고 약속된 일정에 희망을 갖고 준비하느라 요즘은 오히려 더 바쁜 시간 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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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랑에 빠진 건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때부터 클래식 라디오를 즐겨 들었어요. 채널을 93.1 클래식 FM 에 늘 고정해두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도 하고, 아나운서가 해주는 곡소개와 해설을 매일 받아 적었습니다. 프로그램 이름, 오늘 날짜, 선곡 리스트, 이 곡은 누가 작곡했으며 곡에 얽힌 역사와 배경은 무엇인지까지 자세하게. 학기 중에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오후에, 방학 때는 하루 온종일 라디오를 들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팝송과 영화음악도 즐겨 들었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건 클래식이었고, 초중고 시절 내내 학교 오케스트라, 교회 피아노와 오르간 반주 활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워 악보를 그릴 줄 알았기에 혼자 이태리 칸쵸네 작곡도 해봤었고,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좋아하는 작곡가에 대한 건 백과사전을 곁에 두고 찾아보며 공부했어요. 예중, 예고에 다닌 적은 없지만 저의 성장기는 항상 클래식 음악과 함께였습니다.

지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학부시절 작곡을 전공했는데, 전공수업보다 교내 오페라 프로젝 트로 참여했던 반주자 활동에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오페라에 대한 흥미와 호감은 곧 오페라 코칭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재학중이던 한양대에는 지휘과가 없었는데, 없던 학과에 지원해 공부를 마치니 저에게는 ‘대학원 지휘과 1호’라는 수식이 따라붙게 되었 죠. 대학원을 마치고 음악을 더 깊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 유학을 결심하고 준비한 끝에 나이 서른에 독일에 가서 늦깎이 한국 유학 생이 되었습니다.

오페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작품 하나를 무대 위에 올리기까지 아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요.
주역 가수, 조역 가수, 합창단, 오케스트라, 피아노 반주, 연출, 조연출, 조명, 의상, 분장, 무용수, 연기자, 무대감독, 스탭, 그리고 지휘자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작업이 바로 오페라입니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파트의 사람들이 작품 하나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고 눈빛을 주고받은 끝에 탄생하는 역동적인 화합의 장르 죠. 양보와 화합 이면에는 많은 희생도 존재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한편 으로는 그래서 더욱 매력 있는 장르라고도 생각합니다.

한 곡을 지휘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시나요?

무엇보다도 악보를 철저히 탐구하는 게 중요해요. 정말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악보를 보며 분석하고 알아가는 작업을 합니다. 연주자들과 효과적인 리허설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작업이죠. 때로 몇 시간, 몇 주, 몇 달이 걸릴 때도 있으며 한번 준비했던 곡도 다시 연주할 때는 새롭게 준비해야 하죠. 수십 번을 연주한 곡도 마찬가지로 다시 준비해야 해요. 하다 보면 의외로 준비기간이 짧게 소요되는 경우도 있고 더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완벽한 준비는 없어요. 최선을 다하는 준비가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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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지휘를 하고 싶으신가요?

목표는 팔순까지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 90세가 되어서도 기력만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계속 지휘를 하고 싶어요. 때로 외국의 굉장히 연로한 지휘자 분들이 앉아서도 지휘를 하시는데, 그만큼 명성이 있어야 불러줄 테니 저도 할 수 있는 한 죽는 날까지 무대에 설수 있다면 정말 영광이며 감사한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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