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패션 인플루언서, 이난정 | 레전드매거진

패션 인플루언서, 이난정

스타일의 본질은 ‘나’를 표현하는 것
패션 인플루언서 이난정

패션을 사업적인 관점에서 입는 행위와 관련된 것만으로 이야기하는 건 패션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은 패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다양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다. 패션은 미래의 트렌드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감각적인 분야임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소재들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패션에 대해 소위 문외한인 사람도 옷을 잘 입거나 패션센스가 남다른 사람은 단번에 알아보곤 한다. 때문에 패션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종종 직관적 영감의 대상인 대중의 뮤즈로 부상한다. 패션의 본질에 대한 나의 물음에 이난정은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나를 잘 알고, 더욱 사랑하려는 노력이겠죠?”

인플루언서라는 단어의 어감과 의미가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패션 인플루언서 이난정은 어떤 사람인가요?

전에 누군가 반쯤 농담조로 ‘혼자 놀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인플루언서를 정의 하는 말이라더라고요. 인플루언서가 하는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결정짓는 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설명하려 하는 순간 코끼리의 코만 만지고 그게 코끼리의 전부인줄 아는 오류를 범하게 되거든요. 굳이 이야기하려면 총체론적 관점에서 개인에 대한 분석과 삶의 맥락, 사회의 변화 양상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하죠. 저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회를 만났을 때 적극적으로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 어요. 인플루언서라는 단어의 의미는 이러한 저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이 표현되는 방식이에요. 옷은 나 자신을 보여주는 수단이죠. 제 삶의 목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정한 내가 되어가는 데에 있어요.

보이는 것만이 인플루언서의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시각적인 정보는 정말 중요해요. 누구나 처음 만나면 생김새와 옷차림을 보잖아요. 하지만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만났을 때 단지 ‘옷을 잘 입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끝나나요? 단언컨대 최초의 인상을 토대로 상대방의 내면에서 발현되는 에너지까지 본능적으로 느끼고 여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적절한 것 같아요. Influencer. 직역하면, 영향을 주는 사람이니까.

요즘은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가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일정은 많이 취소되었는데, 최근에 유명 기업 전자제품의 광고 작업을 했어요. 도어 패널 컬러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냉장고인데, 광고 기획자가 색을 잘쓰는 저와 그 제품의 특성이 잘 매칭 된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아요.
패션이 다른 어떤 분야와 만나도 콜라보레이션이 유연하다 보니 이처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여러 가지 제안이 들어오곤 해요.

트레절콜렉션과의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위티(oui,tt) 론칭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브랜드 메이킹 첫 단계부터 론칭 말미까지 전반적인 영역에 개입되어 함께 일을 했어요. 트레절콜렉션에서 과거에 주최한 행사에 저를 초대해 자연스럽게 어울리다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데, 대표님이 저의 감성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맡겨보고 싶다고 제안하셨 어요. 제가 일러스트를 그려 가면 디자이너분이 패턴 작업을 하는 등 저의 영감과 감성을 기반으로 브랜드가 탄생했죠. 스타일링, 룩북, 영상까지 전체적인 실무에 제 의견을 반영했어요. 예술의 영역에 디자인 작업 까지 포함해 넓은 범주에서 보자면 제가 했던 작업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에 가까웠다고도 볼 수 있어요.

브랜드 메이킹은 처음 시도해보는 일이었을 텐데, 어렵진 않았나요?

기획적인 부분이나 기술 등에서 상대적인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노력한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 있는건 아니니까,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욱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어요. 부족한 부분은 저보다 그 일을 잘하는 전문가 분들이 보완해 주셨 죠. 초반 미팅 때 브랜드 담당자분이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난정 씨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생각나거나 떠오르는 걸 그림이나 말로 자유롭게 표현하세요’

패션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을 하시나요?

질문을 하신 분에게 역으로 물어요. 패션관을 뭐라고 정의하시 는지. 그럼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죠. 옷을 입는 방법, 스타일링을 하는 방법,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 절대 포기할 수없는 아이템 등. 앞서 예로 든 것 중 어느 것도 정답이라 할 수없다고 봐요. 반대로 어쩌면 모든 것이 맞는 답일 수도 있겠죠.
패션관에 대해 명확하게 떨어지는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패션은 결국 도구일 뿐이죠. 나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세련된 도구.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개방성을 추구한다는 제 라이프스타일관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도 될까요?

디자인을 전공하다가 패션 인플루언서가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 저는 옷에 유난히 집착하던 소녀였어요. 제 고향은 경상도 상주로, 패션의 진원지인 서울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죠. 10대 시절 우연히 서울에 놀러 갔다가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걸 보면서 스트릿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용돈을 모아서 신발, 가방 등 유행하는 아이템을 구매하기도 하고, 유명 브랜드 매장에 방문해 옷을 입어 보거나 신발을 신어보기 위해 서울에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들에 대한 정보를 남들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신발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는데 회원수가 점점 많아지더니 5만 명까지 늘어난 거예요.

인스타그램 데일리룩 스타일링과 사진 촬영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나요?

스타일링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제가 해요. 저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제가 아니겠어요? 패션에 대해 조언을 구해본 적은 없어요. 평소에 아주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스타일링하고 있어요. 사진 촬영은 남편이 도와주고 있어요. 다른 분과도 협업을 해봤지만 남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콘셉트에 대한 시도와 연구를 아끼지 않으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남편은 저의 가장 좋은 동료입니다.

트렌드를 결정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첫 시도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죠. 조금 다른 이야기인 데, 최근에 조거 팬츠처럼 스트랩을 빼서 바지에 휘감는 게 유행 이었는데 이를 오마쥬해 명품 가방을 포장하는 끈을 발목에 리본 처럼 묶어 연출한 이미지를 봤어요. 이런 건 센스죠. 아이디어만 있다면 쉽게 버려지고 잊힐 수도 있는 무언가를 나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연출로 활용할 수 있어요. 트렌드를 결정하는 건 기존에 존재하던 관념이나 행동을 따라가기보다는 다양한 관찰을 통해 얻은 영감을 통한 새로운 시도,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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