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트로트샛별 양지원 | 레전드매거진

트로트샛별 양지원

정통을 지키기 위해 인내한 발걸음
트로트 샛별 양지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4살부터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한 양지원은 철이 들기도 전에 5000회 이상의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장래가 촉망받는 트로트 신동이었다. 하지만 떡잎 시절을 제외하면 양지원의 커리어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꽃을 피울만하면 꺾이고, 줄기를 뻗으려 하면 밟혀나가는 등 계속된 노력 끝에도 결실을 맺지 못했고, 너무 지쳐서 트로트를 계속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 다고 한다. 특히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자는,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나 실망보다는 새로 시작한다는 설렘과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정통 트로트의 계승을 꿈꾸는 그가 지난 시간 걸어온 길을 함께 들여다보며 〈미스터트롯〉을 통해 화려하게 우리 곁으로 돌아온 트로트 가수 양지원을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양지원 님.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이후 많이 바빠지셨을 거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안녕하세요. 트로트 가수 양지원입니다. 제가 트로 트라는 장르에 입문한지도 어느덧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사실 트로트 신동이라 불리던 어린 양지원을 기억하고 계신 분에 비해 정통 트로트를 이어가는 현재의 양지원을 알아주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러나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뒤로는 많은 분들이 절 알아주시고, 정통 트로트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굉장히 기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최근에는 신곡과 트로트 메들리 음반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에 발표할 신곡은 경쾌한 리듬의 세미 트로트인데요, 양지원이라는 가수가 신곡을 발표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의 기대치가 그리 낮지만은 않을 것이라 예상 하고 있어요. 게다가 어린 시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죠. 그래서 제작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는 중으로, 편곡도 트로트계의 모차르트라 불리고 계신 정경천 선생님께 부탁드렸어요. 5월 중순에 녹음을 시작해서 여름 무렵에는 여러분들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신동이라 불릴 정도로 두각을 보이며 여러 무대에서 노래를 하셨잖아요. 혹시 자신이 트로트 가수로 성장할 것이란 걸 예상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사랑했지만 가수를 목표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트로트를 좋아하게 된 것도 제 의지였다기보다 할머니와 할아버 지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카세트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트로트였고, 트로트를 들으며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어린 양지원에게 트로트란 잘 모르지만 매일 들리는 음악, 무심코 흥얼거리는 음악이 되어버린 것이죠.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게 있어선 트로트가 그런 존재였던 것 같아요. 트로트란 존재가 너무도 당연해서 트로트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거죠. 그러다 본격적으로 트로트 가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남 인수 가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제가 너무나 좋아하던 장윤정 선배님을 만나 뵌 이후부터였는데, 선배님이 제게 노래를 잘한다며 트로트 가수가 될 생각은 없냐고 물으셨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그 질문을 받고 조금은 무모하고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가수를 꿈꾸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선배님과 같은 인우 프로덕션에 들어가게 되며 가수로서의 첫 발을 떼게 되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어린 소년이 홀로 버티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네, 많이 힘들었어요. 특히 변성기로 인해 매일같이 목소리가 바뀌고, 과거의 발성이 구사되지 않아 목소리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어 요. 그럴 때면 연습실 한편에서 홀로 울기도 하고 벽에 머리를 박아가며 마음의 고통을 잊으려고 아주 애를 썼어요. 하지만 그 순간뿐이지 결국 나아 지는 것은 없더라고요. 길고 긴 고민 끝에 연습실에서 벗어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연습을 병행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연습실에 틀어박혀 노래만 부르던 준비생에서 벗어나 성인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차츰 밟아 나가기 시작한 것이죠.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냐고요? 글쎄요… 당시는 절실함이 컸던 거같아요. 이곳에서 떨어지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거 같다는 위기 감…? 남자 트로트 가수로서는 최연소로 일본에 진출했는데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국의 트로트를 일본에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던 거 같아요. 한국의 트로트라는 씨앗이 일본의 엔카를 만나면 굉장히 좋은 장르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두 장르의 장점을 접목시켜 고급스러운 음악을 일본, 더 나아가 세계를 향해 펼치고 싶다는 강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죠. 물론 쉽지만은 않았어요. 너무 힘들어 홀로 운 적도 많았고 회의감이 들 때면 모두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제 이름이 적힌 앨범이 나왔고, 기자 회견을 갖고 프로모션 콘서트를 진행하는 등 순조롭게 데뷔 준비를 마쳤죠.

〈미스터트롯〉에서 양지원 님이 부른 노래를 들어보면 무언가 간절한 느낌이 들기도, 한편으론 긴장한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어요.

네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죠. 이번에도 실패하면 머리를 빡빡 밀고 외진 곳에 있는 산업 단지에 들어갈 생각이었어요. 제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대이니 간절함이 묻어 나온 것 같아요. 게다가 거의 10년 만에 다시 밟는 무대였고, 장윤정 선배님을 비롯한 여러 마스터들과 시청자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데서 오는 긴장감도 굉장히 컸어요. 그래도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행복이었 어요. ‘미스 고’를 부를 때에는 제가 그렇게나 꿈꾸던 정통 트로트를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주체할 수 없었 어요. 그동안 여러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고생했던 것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존재한 것 같았고, 역시 나는 트로트가 좋고 트로트 가수로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 나의 길이란 것을 깨닫기도 했죠.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을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감정이 복받쳤어요. 설령 여기서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정말 행복하게 노래부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까지 했어요. 비록 아쉽게도 본선 2차전에서 탈락을 했지만, 미스터트롯에 참여하여 얻은 경험으로한 사람의 성인이자 성숙한 가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제노래를 좋아해 준다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죠. 그간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개인 무대에서 ‘미스 고’와 ‘미움인지 그리움인지’를 선곡 하셨잖아요. 정통 트로트는 소화하기가 쉽지 않기에 경연대회에서 기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선곡하신 건가요?

네 사실 제작진도 정통 트로트를 부르기보다 빠르고 흥겨운 노래를 권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들어왔고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던 음악적 뿌리는 정통 트로 트에 있기 때문에 고민 끝에 가장 나다운 노래를 보여주기 위해 정통 트로트를 선택하게 되었죠. 정통 트로트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탈락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핑계겠죠. 그것보단 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탈락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통 트로트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정통 트로트를 선택 했기 때문에 양지원이라는 사람이 가진 것을 더욱 진솔하게 보여줄 수있었고, 저 스스로도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잘한 선택 이라고 생각해요.

〈미스터트롯〉에 참가한 후로 양지원의 목소리에서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음정, 박자가 잘 맞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니면 훌륭한 가수라고 생각하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훌륭한 가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 요. 마치 배우들이 연기할 때 그저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몰입하여 연기를 하는 것처럼요. 노래를 부르는 것도 3분의 드라마라고 볼 수있는 거죠.
그래서 연습의 방향도 바뀌었어요. 예전에는더 멋있고 간드러지기 위한 기교를 많이 연습 했다면 지금은 곡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어떤 가사에 어떤 감정을 담는 것이 좋을지, 상황에 맞는 감정과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이해와 깊은 소리를 내는 연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 배울 점이 많지만, 부족한 점을 하나하나 고쳐가며 제가 원하는 목소리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마치 아무 걱정 없이 노래하던 어린 시절처럼 노래하는 것이 다시금 정말 즐거워졌습니다.

양지원 님이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트로트를 사랑하고 계신지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양지원 님에게 음악적 스승이 되어준 분은 누구인가요?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제가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언제나 나훈아 선생님을 언제나 음악적 스승님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카세트나 CD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제게는 친근한 목소리인 데다가, TV에서 노래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죠.
선생님의 그 깊은 목소리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감정을 따라 하려고 노력해 왔었고, 아직까지도 선생님의 노래를 즐겨 들으며 그 목소 리를 따라 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신적인 스승님이라고 한다면 장사익 선생님이라 말씀드릴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께선 무대에 오르실 때 항상 한복을 입곤 하셨어요. 장구 하나만 있으면 무대를 가리지 않고 노래하는 분이셨 죠. 언제나 우리의 전통을 지키려 하셨고 널리 알리려는 욕심이 많은 분이셨어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정통 트로트에 대한 신념이 더욱 깊어졌고, 제가 나아갈 방향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수 있는데큰 도움을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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