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9와 숫자들 | 레전드매거진

9와 숫자들

숫자들의 위트 있는 리듬
9와 숫자들

9와 숫자들이 2020년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이했다. 이들은 때로 발산하듯 한껏 드러내고, 때로 수렴하듯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지난 10년간 부지런히 성장해왔고 그 여정의 일환으로 네 번째 정규앨범 ‘서울시 여러분’을 발매했다. 네 번째 앨범의 주제를 보여주는 9와 숫자들의 방식은 흥미롭다. 친절하지만 결코 친절의 대상을 옹호하는 법이 없다. 뜨겁지 않지만 냉소와는 정반대다. 그들은 트랙속 가상인물들의 평범한 삶에서 저마다의 반짝임을 드러낸다. 그 반짝임은 낙관과 관조 사이에 머물며 보통의 우리를 주인공으로 조명 하고 있었다.

9와 숫자들,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송재경 : 보컬 송재경입니다.
유정목 : 기타를 연주하는 유정목이고요.
꿀버섯 : 베이스 치는 꿀버섯입니다.
BOY.D : 리듬 파트 담당하는 BOY.D 에요.

언제 어떤 계기로 네 분의 인연이 시작되었죠?

송재경 : 2000년대 중반에 홍대 클럽에서 공연을 하다가 만났어요. 꿀버섯과 저는 ‘그림자 궁전’이라는 팀을 함께 하고 있었고, BOY.D는 ‘스 타리 아이드’ 정목이는 ‘프렌지’로 각자 다른 팀에서 활동하고 있었죠.
꿀버섯 : 같은 클럽에서 매주 공연을 하니까 얼굴을 계속 볼 수밖에 없고, 보다 보니 정도 들고, 친해졌어요.
송재경 : 직접적인 계기는 저의 솔로 프로젝트 였어요. 2009년에 큰 기대 없이 발매한 솔로 앨범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공연과 방송 문의가 계속 들어와 매번 연주할 사람을 섭외했어 요. 그 활동이 길어져서 정식 멤버 영입을 고려 하기 시작했고, 각 파트별로 한 명씩 모았죠. 현재 9와 숫자들의 라인업은 1년에 걸쳐 2010년에 만들어진 멤버들이에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가고 있습니다.

팀이 결성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꿀버섯 : 계속 보던 사람들이라서 뭐. (긁적)
BOY.D : 아무 생각 없었어요. (단호)
송재경, 유정목 : (침묵)

한국대중음악상과 인연이 깊잖아요. 모던록 부문에서 최우수 노래상 두 번, 음반상 한 번을 수상하셨는데요. 시장성에 좌우되지 않고 음악성을 비중 있게 보는 시상인 만큼 수상이 멤버들 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했어요.

송재경 : 수상이라는 것이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존재가치에 대해 인정받는 기준이 될 때도 있잖아요. 의미를 찾자면 거기에 있겠죠.
BOY.D : 우리 음악에 대해 고찰하고 글을 써주고 상을 주는 건 음악적으로 상당히 큰 동기부 여가 돼요.
유정목 : 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우리가 어디서 상 받아오면 팬들이 기특해해요. (웃음)
송재경 : 팬들은 우리가 뭘 해도 너그럽게 봐줘 요.
꿀버섯 : 고마운 분들이죠. 늘 찾아와 주고.
BOY.D : 응원해주고.

초단편소설의 기획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송재경 : 예전부터 콘셉트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 안에 소수나 약자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죠. 프로젝트의 성격상 이러한 취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글이 꼭 필요했어 요. 초단편소설은 그래서 기획하게 되었죠.

소설을 쓰는 일은 가사를 쓰는 일과 어떻게 달랐나요?

송재경 : 가사는 노래의 일부이기에 멜로디와 만났을 때 가치가 생기잖아요. 소리라는 감각을 고양시켜 그 의미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가사만 보았을 때 독립적인 창작물은 아니죠. 반면 글은 문자 언어 자체만으로 사람을 납득시킬 수있는 완전함이 필요하니 그 점이 어렵게 느껴졌 어요. 저에게 글쓰기는 뭐랄까.. 하나의 장래희 망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책을 많이 읽어요. 좋은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제 안에서 좋은 글을 쓸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올해로 데뷔 11주년이잖아요. 오랜 시간 동안 밴드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송재경 : 비결이라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데 있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안 좋은 건 버리고, 좋은 건 계속 지켜나가고자 했습니다. 가끔은 무엇을 버려야 할지에 대해 멤버들 각자의 의견이 달라 충돌도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그 충돌도 우리의 일부로 변화의 매개가 돼요.
유정목 : 열린 마음과 겸손함을 중요하게 생각 했고 지금도 그래요. 실력이 뛰어난 신생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 주눅 들고 반성하기도 하고요.
송재경 : 가끔은 우리가 쥐고 있는 것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 걸까. 어쩌면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
BOY.D : 어쨌든 멤버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9와 숫자들의 음악을 만든다면, 지금 당장 대중의 반응이 없을지라도 시간이 흘러 시대가 바뀌 면서 재평가될 날도 오겠죠.
송재경 : 저희는 한방을 기대한 적이 없어요. 한번의 기회에 목숨을 걸지 말자며 평정심을 유지 하는 거죠. 노래 제목처럼.

앨범의 분위기를 보면 변화를 거듭해왔어요. 1집 앨범에서는 희망이 주 정서인 것 같고, 최근 4집 앨범을 보면 앨범의 부제가 대변하듯 동시대 사람들을 위로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이변화가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송재경 : 꿈이나 목표가 고정되어 있는 건 아니 잖아요. 살아가다 보면 생각이 바뀌니까. 삶의 목적지는 계속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살아가다가 운 좋게 무언가를 쟁취한 사람도 있겠지만, 애초에 삶이란 쟁취가 불가능한 건아닐까 싶었던 적도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 막연한 기대가 아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단 하나. 내가 이 곳에 존재 한다는 것. 나의 실존. 말씀하신 세월의 흐름이란 작위적 반영이 아닌 자연스러운 실존의 투영에 가깝겠죠.
BOY.D :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절망에만 빠져 있는 건 부질없다는 생각도 하고요.
유정목 : ‘서울시 여러분’의 위로는 힘을 내자고 억지로 등을 떠미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상황 자체를 보여주는 공감의 위로에 가까워요.
송재경 : 배려와 존중을 담았습니다.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패기 어린 시기도 필요하지만, 지금 이 곳에 당신만 서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함께 하고 있다. 조금만 팔을 뻗으면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있다고 알려주는, 그런게 필요한 것 같았어요.

트렌드라는 단어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송재경 : 사전적 정의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 지만 제가 생각하는 트렌드는 생각과 사고의 유행이에요. 때로 급진적인 사고가 지배적인 시대도 있고, 인내의 정서가 주된 시대도 있죠. 세대별 트렌드도 달라요. 어둠을 지향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밝고 가벼운 정서를 지향하는 세대도 있고.

9와 숫자들의 이름이 결국 추구하는 건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송재경 :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 하죠. 밴드를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원천이니까요. 요즘 밴드와는 별개로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기업의 본래 가치인 수익창출이 수반되어야 하잖아요. 음악도 마찬가 지죠. 그런데 수익만 추구해서는 안돼요.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음악적으로도 개인으로서도 영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죠. 예를 들면 저희가 앨범을 발매해 큰돈을 벌었는데 이 앨범에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의미하다고 봐요.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소통하되, 사회에 해가 되지 않는 긍정적 이고 보탬이 되는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싶어요. 실은 이에 앞서 가장 근본 적인 것은 음악은 저희의 삶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음악을 안 하면 삶의 행복이 많이 줄어들겠죠.

음악을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때가 언제 였는지, 한분씩 말씀해주세요.

꿀버섯 : 항상 잘했다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 다른 걸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다른 걸 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결국 음악을 택했겠죠.
유정목 : 힘든 일은 어디에서 뭘 하건 늘 일어나게 마련이잖아요. 커가면서 친구들과 동창들을 만나면 다들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해요. 그런 걸 보면서 저는 최소한 거기서는 훨씬 자유롭다는 걸 최근 들어 많이 느껴요. 음악 활동은 비즈니스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저 자신 과의 경쟁이니까요. 외부 사람들과의 갈등이 없거나 비교적 적다고 할까.
BOY.D : 함께 10년 정도 음악을 하다 보니 멤버들이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불만이 생길 때도 있고 그래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음악을 할 거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어요. 새로운 곡을 작업하기로 하면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고 막막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이 가장 커요. 우리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걸 느끼는 순간 멤버들에게 갖고 있던 사소한 불만들이 사라지죠. 그 시간이 지속되다 보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만족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운이고요. 그런 과정들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볼 때. 그럴 때가 음악을 하면서, 9와 숫자들로 함께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송재경 : 최근에 데이비드 보위의 ‘Blackstar’ 앨범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 어요. 순간 죽었던 세포들이 살아나는 것 같은 희열이 느껴졌죠. 마찬가지 로 저희 음악을 듣고 누군가 이런 감동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길게 오래 남을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열망은 삶의 활력이죠. 음악을 하다 보면 때로 관성이 생겨 지치고 싫어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오래전에 즐겨 듣던 음악을 꺼내 들으며 마음을 다잡아요. 채소는 금방 시들지만, 음악은 시들지 않아요.
몇 년 뒤에 꺼내 들어도 갓 딴 채소와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죠. 그게 음악의 매력이며, 음악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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