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한식명인, 윤숙 | 레전드매거진

한식명인, 윤숙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한식명인 윤숙자

한식문화의 뿌리를 찾다
음식을 보면 그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볼 수 있다.
제철 재료들로 만들어 오방색이 조화를 이룬 한국의 상차림에는 가족, 이웃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조상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우리는 따뜻한 밥 한 끼로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 건강을 회복하나 보다.
지난해 12월, 일생을 한식의 교육과 연구에 생을 바쳐온 윤숙자 선생님을 만났다.
개성이 고향인 선생님은 1948년 종갓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나셨다.
부엌에서 두부를 만들거나 술을 담그는 등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보며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낸 어린시절로 자연스럽게 한식 요리 연구가의 길로 접어들었고,
2002년에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선생님은 나라의 중요한 행사에서 여러 차례 대외적으로
한국의 전통음식을 알리는 일을 해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답계 만찬의 총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식음료 전문위원 및 각종 박람회와 행사를 맡아오는 한편 60여 권의 한식 관련 서적을 출간하였으며, 조선시대 고조리서 속 애매한 표현법들을 정량화하고 체계화하여 서적으로 출간하는 등 세계에 한식을 알리고 후대를 양성하며 오늘날 한식의 계승과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뵙게 되어서 무척 영광입니다.

레전드매거진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사단법인 한국전통음식연 구소의 윤숙자 소장입니다. 

지난 2019년 한 해, 어떻게 보내셨나요?

여느 해 못지않게 참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연초에는 교육에 집중하는 한 편 국내외의 큰 행사 몇 가지를 치러내면서 박물관 운영과 전통 음식 강연도 꾸준하게 했어요. 참가했던 행사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상반기에 ‘제15회 떡·한과 페스티벌’을 주최했습니다. 세계화를 위한 창의성 높은 떡·한과라는 주제로 경연대회를 진행했고 명인들의 작품 전시와 일반인들의 체험 행사를 병행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게끔 했어요. 두 번째로는 서울 종로구청과 함께 ‘궁중과 사대부가의 전통음식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고조리서 속의 우리 음식을 주제로 한식문화를 보존하자는 의미를 담아 궁중과 사대부가의 음식문화와 생활상을 재현하는 행사였지요. 국가에서 진행하는 의미 있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 감사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바쁜 나날들을 보내셨네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요리 연구가란 어떤 직업인지, 하시는 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음식과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포함해 관련 분야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를 하는 사람을 일컬어 요리연구가라고 부릅니다. 저는 특히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경험적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먼 후대까지 계승될 수 있는 보존 가능한 형태로 기록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1400년대부터 이어져온 한국의 고조리서들을 현대의 서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고조리서에 적혀있거나 구전으로 이어져온 조리법들은 대개 정량화되어있지 않습 니다. 한 톨만 넣어라, 한 줌만 넣어라 , 한 조각 넣어라, 푹 끓여라, 잠깐 끓여라, 살짝 익혀라. 등의 애매한 표현들이 많은데 막상 요리를 할때 응용이 쉽지 않을뿐더러 특히 외국인들은 이런 표현법을 불편하게 느끼곤 하지요.

직업적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 전통요리 전문 가가 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종갓집의 막내딸로 태어난 저는 어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곁에서 늘 보며 자라났어요. 야무진 손을 가진 어머니는 종갓집의 큰 살림도 어려움 없이 해내셨답니다. 두부, 엿, 술과 같은 다양한 음식들을 척척 만들어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우리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한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것같나요?

최근 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한국 문화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진 것같습니다. 동경, 파리, 런던 등 세계 각국의 중심 도심지에 방문해 보면 현지 음식과 한식을 콜라보한 퓨전 한식 전문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있어요. 또한 한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알려 지면서 한식이 현지 식당의 평균 가격대를 상한 하는 등 고급 음식화 되어가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식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독특함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가장 대표적인 매력은 한상차림에 있습니다. 주식과 부식이 나뉘어 있으며 밥과 국, 반찬을 구분해 식사하지요. 음식이 가진 성질과 찬이 놓이는 위치, 절기에 따라 변화하는 음식들,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 이 모든 것들이 상차림 안에서 음양오행과 자연의 조화를 이룹니다.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오는 제철 식재료를 가지고 만든 음식인데요.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술 등 발효음식이 많아 건강에 좋습니다. 약식동원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 즉 먹는 것이 약이라는 뜻입니다. 배앓이를 할 때 어머 니께서 보리차를 끓여 주시고, 속이 안 좋으면 죽을 끓여 먹고 조금 나아지면 밥을 질게 지어 먹으며 우리는 건강을 회복하곤 했지요. 한식은 약으로서의 기능도 가지며, 그 기능에는 만드는 이의 정성도 담겨 있어요. 마음, 조화, 배려, 이모든 것들이 담긴 상차림이 바로 한식이 갖는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사단법인 농림부의 산하 기관으로서 한국 전통 음식의 연구, 개발 및 보급, 전수교육 등을 통해 전통음식 문화의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하는 단체입니다. 2020년인 올해로 설립 21주년째로 접어드네요. 저희 단체는 지난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식을 알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전통음식교육, 강의, 전시, 쿠킹클래스, 시식행사 등 체험활동을 주최해 왔으며 해외에서는 2003년 오사카 식품박람회를 시작으로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중동 아시 아, 에티오피아, 이란 등을 포함하여 25개국 이상의 한국대사관과 문화관을 돌아다니며 한식을 알렸습니다. 해외에서 한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주와 해외 유명 호텔 셰프들에게 한식을 교육하고, 연변 조선족들이 과거에 드셨던 연변 음식의 원형을 발굴하는 작업도 해왔고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한국 음식을 표준화시키기 위해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한글을 포함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체코어, 스페인 어, 아랍어 총 8개 국어로 제작하여 어디서나, 언제든지, 누구든지 한국음식의 제대로 된 맛을낼 수 있게 하였습니다.

구독자분들께는 <EBS 최고의 요리비결>의 요리 선생님으로 친숙할 것 같아요. 촬영 중 재미 있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EBS 최고의 요리비결>은 전통음식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을 두루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촬영할 때마다 다른 음식을 해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2017년 12월쯤 방영되었던 이북 음식 닭온반이 기억에 남네요.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는 아니었기에 MC분께서도 어떤 음식인지 궁금해하셨어요.
두 번째로 명절 차례상 차림과 관련하여 상차림에 올렸던 음식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문 요청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석에 남은 잡채로 피자를 만들고 나물과 전으로 국을 끓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차례를 지내고 남은 재료가 항상 고민이었는데 음식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그동안 한식을 계승하기 위한 교육과 활동을 이어오며 참 많은 제자들을 육성하였습 니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지금 각지에서 요리연구원, 의례음식연구원, 궁중음식점, 떡 카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식의 인식이 개선되고 보급되기까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노력에 대한 결실로 이제는 후대의 제자들이 이와 같은 가르침을 계승하여 발전을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 제 고향인 개성의 음식과 북한의 음식을 연구하며 살아갈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부설 개성식문화 연구원을 2018년에 개설하였 습니다. 또 개성에서 가까운 연천군의 작은 땅에 개성에서 나는 식재료를 심어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갔어요. 그간 한식의 계승을 위해 쉼 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76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