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퍼커셔니스트, 조재범 | 레전드매거진

퍼커셔니스트, 조재범

스물넷.
예술을 시작 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 음악인의 길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드럼을 칠 때도 느끼지 못했던 만족감을 작은 탬버린에서 찾을 수 있었고,
별다른 수입 없이 연습실에 틀어박혀 하릴없는 매일을 보낼 때에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연주자로 데뷔한 후에도 동료들을 높이며 기쁨을 나누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스물넷.
음악을 하기엔 늦은 나이, 그는 천직을 찾았다.

리듬을 버무리는 큰손
퍼커셔니스트 조재범

안녕하세요 조재범 선생님!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조재범입니다. 저는 드럼도 다루지만 주로 퍼커션을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최근엔 학교 강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라 이슬라 보니따(La Isla Bonita)라는 라틴재즈밴드와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라는 펑크밴드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션으로 참여한 정세운 씨의 콘서트를 무사히 마쳤으며, 10월부터 아이유 투어를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데, 11월부터 1월 초까지 매주 주말 13회의 공연이 잡혀있습니다. 아이유 투어가 끝나면 백지영 콘서트로 3월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스케줄 중간중간에 단기성 프로젝트로 여러 가수들의 무대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퍼커션으로 할 수 있는 공연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고 있어요.

쉴 틈 없는 일정이네요. 역시 연말은 뮤지션들의 성수기인가요?

네 맞아요. 연말에는 많은 가수들이 공연을 합니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가수들이 전국투어를 하는 경우가 많았죠.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런 가사도 있잖아요. 과거엔 콘서트를 주말마다 2회씩은 했었는데 요즘은 공연 시장의 추세상 그렇게는 잘 안 이루어지고 있어요. 잘해야 주말에 1회 공연을 하는데 그나마도 이름이 있는 가수분들이 가능한 일이고, 그렇지 못한 가수들도 많습니다.

주 무대가 콘서트에서 뮤지컬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공연 수요자가 없어졌다기보다는 공급자인 가수들이 뮤지컬을 많이 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아무래도 콘서트보다는 뮤지컬의 수입이 훨씬 크거든요. 뮤지컬은 매일 공연하는 데다 기간도 한 달 이상의 장기 공연이 많다 보니 뮤지컬에 집중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또 예전보다 페스티벌이 많아졌어요. 페스티벌은 입장 티켓만 구입하면 많은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수 한 명만 나오는 단독 콘서트는 큰돈을 주면서까지 보러 가지 않게 되는 거 같아요. 공연의 장르도 바뀌었어요. 힙합이나 아이돌 공연이 늘어났는데 밴드가 필요한 공연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요. 공연 자체의 규모는 커졌으나 밴드나 세션이 들어가는 공연은 줄어든 것 이죠.

공연은 늘어났는데 오히려 연주자들이 설 무대는 더 줄어든 것이군요.

그렇죠. 저도 14년째 커먼 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방송은 물론이고 재즈, 록 페스티벌이나 클럽, 공연장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활동해도 우리나라에선 밴드를 꾸려 공연 수익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연주자가 설 무대가 점점 줄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전반적 분위기이기 때문에 연주자들이라면 다 같이 겪고 있는 고충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퍼커션을 처음 접하신 건 언제인가요?

24살 때 퍼커션이라는 악기를 접하고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교회에서 같이 드럼을 치던 형에게 소개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생소한 악기였지만 뭔가 내게 잘 맞는 악기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자연스레 드럼보다 퍼커션에 흥미가 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우스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처음에 퍼커션을 시작하게 되면서 쳤던 악기가 카우벨 하고 탬버린이에요. 사실 드럼을 치다가 손바닥만 한 탬버린과 카우벨 앞에 놓고 연주를 한다는 게 시시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전 즐겁다는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결국엔 더 크고 본격적인 악기들을 샀어요. 저희 집 형편이 그리 넉넉지는 않았는데… 과감하게 어머니 카드로 콩가와 팀발레스 같은 중요한 악기들로 풀세팅을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사버리니까 무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거 같아요. 점점 빠져들었고 이게 내 악기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던 거 같아요.

연습은 어떤 식으로 하셨어요? 그때는 교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요즘은 유튜브라는 훌륭한 채널이 있고 인터넷이 발달해서 좋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지만 저때는 그런 것들을 전혀 접할 수 없었어요. 타악기에 입문한 초기에도 선생님을 전혀 알 수가 없었고 혼자서 그저 열심히 연습하며 지냈죠. 그러나 제 연주에 항상 아쉬움을 느꼈고 절 퍼커션으로 입문하게 해 준 형과 수소문하다가 SBS 방송국에서 퍼커션을 연주하는 정홍영 선생님을 소개받았어요.

선생님께 기초적인 부분을 레슨 받으면서 실력을 쌓아나갔고, 선생님께 비디오를 빌려다가 몇 번씩 돌려보고 연습하곤 했죠. 레슨 비디오도 아니고 퍼커션 연주가 잠깐씩 나오는 비디오였어요. 아니면 수요예술무대 같은 TV 프로에서 종종 퍼커션 연주자분이 나왔는데 저~멀리, 무대 뒤편에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을 따라 하며 배웠죠.

그런 식으로 스스로 터득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가졌던 거 같아요. 독학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요즘 뭐든 빨리빨리 이루어지는 시대잖아요. 저도 레슨을 하고 있지만, 저희 때와 비교하면 요즘 친구들의 습득 속도는 정말 빨라요. 제가 콩가 소리를 내는데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면 요즘 친구들은 6개월이면 어느 정도 소리를 만들 수 있게 돼요.

“그건 좋은 스승 밑에서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제가 오랫동안 연습하며 습득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있겠지만 주변을 보면
보통 굉장히 빨리 습득하더라고요. 아, 생각해보니 저한테 배우는 친구들이
유독 더 빠른 거 같기도 하네요. (웃음)

연습하며 좌절도 많았어요.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거나 아무리 연습해도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을 때마다 자괴감도 많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실력이 안 늘지? 혼자 고민하고 혼자 상처 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있었는데, “기본에 충실하라”였어요.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그 말씀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그때는 너무 조급했던 것 같기도 해요. 기본기보다 화려한 연주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더라고요. 그런데 기본기에 대한 부분이 준비가 안되어있으면 새로운 테크닉을 연마하려 해도 기본기가 발목을 잡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저는 선생님이 기본기를 강조해주셨던 게 지금의 절 만들어준 원동력이고 아직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거 같아요.

프로 연주자로 데뷔하시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선생님께 레슨 받기 시작한 지 한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선생님이 같이 라틴밴드를 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소리도 제대로 안나는 상황에서 용감하게 시작을 했죠. 그래도 한 3년을 재즈클럽에서 연주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충실히 연주하고 성실하게 연습하다 보니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저의 연주적인 인프라와 인맥을 형성하게 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왔던 거 같아요.

저는 교회에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연고나 인맥이랄 것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이라 생각해요. 좋은 연주자를 통해서 다른 연주자를 소개받고 그분을 통해서 또 다른 분을 소개받고… 나중엔 어릴 때부터 존경해왔고 그저 바라만 봤던 연주자들, 가수들과 함께 공연을 하게 되는 영광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어요. 요즘 말하면 성공한 덕후인 거죠.

저는 근 20년간 연주 활동을 하면서 꾸준하게 연습했어요. 금전적으로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계속 연습하였어요. 처음 연주를 시작했을 땐 무료로 공연한 적도 있고, 심지어 이 많은 악기들을 차에 전부 싣고서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페이를 고작 3만 원 받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크건 작건 무대를 가리지 않았어요. 돈이 얼마가 됐던 지금 이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가지고 열심히 했더니 조금씩 페이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횟수도 많아지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구독자분들을 위해, 퍼커셔니스트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퍼커셔니스트가 하는 일을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양념을 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에 양념을 뿌리는 거죠. 요리를 만들 때 고기나 야채 같은 원재료도 중요하지만 소금이나 후추 같은 다양한 조미료들을 적절하게 배합하면 맛이 훨씬 살잖아요. 퍼커션이라는 조미료를 가지고 악기라는 원재료의 맛을 살려줘서 음악이라는 요리를 더욱 맛있고 풍성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양념이라는 것들을 과하게 사용하면 음식을 해칠 수가 있고 너무 절제하면 싱거운 느낌이 들 수도 있어서, 각각의 음악마다의 적절한 배합과 양을 연구하고 고민해서 딱 필요한 만큼 간을 해주는 게 훌륭한 퍼커셔니스트라고 생각해요.

연주자로 활동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너무나 좋아했고 즐겨 듣던 가수인 신승훈 선배님의 세션을 맡아 콘서트에 참여했을 때가 기억나요. 꿈만 꿔오던 가수를 대면했을 때의 기쁨이랄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서는 영광스러운 경험이죠. 공연에 섭외됐을 때 너무 설레었고 처음 연습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가슴이 쿵쾅쿵쾅 되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연습이 끝나고 같이 식사를 했는데, 세상에 내가 신승훈 선배님과 한상에서 밥을 먹게 되다니!

“나의 우상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것이 부담되진 않으셨나요?”
엄청 부담됐죠! 감동이 더 크긴 했지만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고 큰 탈없이 넘어갔던 거 같아요.

연주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나의 연주력이 한 단계씩 내가 발전해나가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껴요. 내가 꾸준히 나아지고 있구나,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구나 하고 자기 성취감을 느낄 때 보람을 느끼는 거 같아요.무엇보다 근본적인 원동력은 퍼커션이라는 악기가 나에게 주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제 아무리 화려한 무대나 좋은 동료들, 훌륭한 개런티나 여러 가지 환경들이 좋아도 제가 즐겁지 않다면 연주자로서의 음악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새로운 악기를 연구하거나 내가 다루고 있는 악기에 대한 새로운 테크닉이나 새로운 연주 방법을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밌고, 그런 연습을 음악과 접목시켜서 새로운 표현을 했을 때 얻는 즐거움과 기쁨이 굉장히 크거든요. 다양한 악기를 조합하여 연주에 도움을 주는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인생의 즐거움이고 꾸준히 연주자로 살아가게끔 해주는 보람이자 원동력인 거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퍼커셔니스트의 길을 걸으실 건가요?”
다시 태어나서 또 다른 선택을 할 기회를 얻는다면… 
굉장히 망설이고 고민되겠지만…
고민 끝에… “네”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그만큼 힘들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잘 버텼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고되고 힘든 길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많이 느낍니다. 퍼커션의 길을 열어준 교회 형님에게 감사하고, 절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하고, 그 과정 속에 만났던 많은 연주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연찮은 기회로 나는 가수다를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준 베이시스트 서영도 형님한테도 감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진짜 말 그대로 감사한 인생이에요.

끝으로 구독자분들께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칠게요.

요즘에 음악인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거진이 많이 없어져서 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관심 있는 연주자나 가수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매거진이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기사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구독자분들도 기사를 읽다 좋은 분들, 마음에 드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에게 응원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SNS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응원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 연주자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하는 일 다 잘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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