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태싯그룹 (Tacit Group) | 레전드매거진

태싯그룹 (Tacit Group)

베이징 올림픽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2008년,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장재호와 전자음악 아티스트 가재발이 만났다. 몸담고 있던 세계는 달랐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었던 이들은 현대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악보에 기재된 침묵을 뜻하는 음악 용어 ‘tacet’에서 이름을 따와 ‘태싯그룹’을 만들었다. 융합의 시작이었다.

태싯그룹의 비전은 현시대의 가장 진보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오디오 비주얼 아트를 만드는 것에 있다. 따라서 신기술의 출연은 영감의 촉진제다. 이들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에서 발견한 예술적 영감을 기반으로 한다. 알고리즘 아트, 퍼포먼스, 설치작업, 전시 등 표현 형태는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무대에 오르면 그들을 바라보던 관객들은 전례 없던 새로운 예술장르에 의한 경험의 자극에 때론 당혹감을, 때론 신기함을 표한다.


가장 현대적인 복합예술을 구현하는 아티스트
태싯그룹(Tacit Group)

요즘은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장 : 9월 말에 열리는 <WeSa 2019>에서 신작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WeSa 2019>는 저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국내외 여러 사운드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일종의 페스티벌입니다. 올해로 벌써 6회째입니다. 매거진이 발행될 11월 초면 그 공연 이후가 되겠네요.
가 : 지금까지는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공연을 해 왔는데 신작에서는 좀 더 본연적인 사운드와 비주얼에 집중한 작품을 선 보일 예정입니다. 보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저희로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새로운 방식입니다.

먼저 태싯그룹의 작품 배경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 :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령어 들의 집합을 알고리즘이라고 하잖아요. 태싯그룹은 그런 알고리즘을 통해 작품을 만듭니다. 저희는 풍경 (wind chime)을 예로 들곤 하는데요. 풍경이 소리를 내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파이프를 조합해서 풍경을 만들고 처마 밑에 걸어 두면 불어오는 바람이나 기압에 의해서 연주가 되는 거잖아요? 그것과 유사합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 단계가 있고, 그 시스템과 환경이 부딪혀서 음악으로 태어나는 공연 단계가 있죠. 저희의 작품 중 하나인 ‘게임오버’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테트리스 게임에 블록이 쌓이는 모습이 악보 같아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블록의 높낮이에 따라 음이 달라지는 형태의 시스템을 알고리즘을 써서 만들어 냈죠. 그다음에 무대에 올라가서는 플레이들끼리 경쟁하면서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거예요. 거기에서 나오는 음악은, 물론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는 저희가 디자인한 것이긴 하지만, 저희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죠.

말씀을 듣다 보니 즉흥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장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연주자가 블록을 조합하는 방식과 어떤 블록이 나올지 등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연적이며 즉흥적인 요소들이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예요. 만드는 과정은 수학적이고 계산적인 치밀함에 집중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우연의 산물에 집중하는 거죠. 
가 : 공학도로서 만들고 공연자로서 느끼고 있어요.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머리로 만들고 가슴으로 느끼는 거죠.

나날이 진보를 거듭하는 기술들과 이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기기들은 태싯그룹의 주된 관심사가 아닐까 하는데요.

장 : 네. 컴퓨터를 필두로 시시각각 등장하고 변화하는 테크놀로지가 저희 영감의 원천이죠. 그것들의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이고요. 저희가 가장 재미를 느끼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날이 진보를 거듭하는 기술들과 이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기기들은 태싯그룹의 주된 관심사가 아닐까 하는데요.

장 : 네. 컴퓨터를 필두로 시시각각 등장하고 변화하는 테크놀로지가 저희 영감의 원천이죠. 그것들의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저희의 과제이고요. 저희가 가장 재미를 느끼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장 : 컴퓨터 그래픽을 만드는 작업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볼 계획이에요. 컴퓨터 그래픽의 학문적 기반인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최근에 원서를 몇 권 구매했어요. 그밖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가 화두인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고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 장재호 교수님께서는 클래식을 전공하셨는데, 시대적 배경부터 내재된 정서까지 어찌 보면 정 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전자음악 계열의 음악가로 합류하셨잖아요. 이처럼 전혀 다른 장르를 선택하면서 삶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었나요?

장 : 쇼팽을 좋아해서 음악을 시작했고, 대학에서는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전자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초창기에는 실험적이고 학술적인 성향의 전자음악들을 주로 만들었는데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들려주면 사람들이 너무 괴로워하는 거예요.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 고민하던 과정에서 가재발을 만났어요. 그것이 태싯그룹의 시초였습니다. 삶에 생긴 변화를 여쭤보셨는데 더 많은 음악인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즐겨 듣는 음악의 폭도 훨씬 넓고 다양해졌고,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제약 없이 자유로워지는 등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죠.

이번에는 가재발 님께 여쭤볼게요. 뉴욕에서 음악이론과 엔지니어링에 관해 공부하던 중 전자음악에 매료된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가 : 제가 있던 90년대 중반 뉴욕에서는 상업성이 짙은 전자음악들이 유행했어요. 마침 녹음실에서 일할 때여서 그런 음악들의 작업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죠.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그런 경험들을 참고 삼아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요?

장 : 연령대별로 반응도 가지각색인데, 대체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좋아요. 곡에 대한 다차원적 해석에 앞서 있는 그대로를 즐길 때 어쩌면 저희 공연을 가장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10대들의 반응과 참여도가 가장 좋은 편이에요. 우리가 의도한 바만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 우리가 미처 못 보던 것을 보고 피드백해주기도 해요.

앞으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신가요?

가 : 요즘 사운드 전시를 많이 하잖아요. 저희는 청음실을 전시형태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에요.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라서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장 : 지금까지 저희가 했던 공연의 일부를 전시의 형태로도 구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운드의 역할인데, 전시장이라는 오픈된 공간의 사운드 환경을 개선하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소리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어요.

현시대에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장 :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긴 한데요, 시대 흐름의 선두에서 세상의 변화를 읽고 미래를 제시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한 변화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도 하고, 반대로 세상의 변화를 읽음으로써 개인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겠죠.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힘들고 외롭기도 한 과정 같아요.
가 :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너무 힘들면 열 발 스무 발 앞서가려 노력하지 말고, 단 한 발만 앞서 나가겠다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 한 발 앞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죠. 본인이 마음먹는 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장 :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가족 친척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음악을 시작해요. 흔히 음악가는 정말 자기가 좋아서 오로지 자의에 의해서만 음악을 한다고도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 가정이 정확하다고 볼 수만은 없어요. 저는 그보다는 음악가는 음악을 하도록 타고난 운명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것 같아요. 만약 세상에 음악이 전부 사라진다고 해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을 거예요. 음악가는 그렇게 만들어진 필연적인 존재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저희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마 저희 음악은 글이나 매체보다는 라이브로 직접 보시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좋은 경험이 되실 거예요. 그럼 공연장에서 볼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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