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IDIOTAPE | 레전드매거진

IDIOTAPE

지니어스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디오테잎(IDIOTAPE)은 디구루(신디사이저), 제제(신디사이저), 디알(드럼)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 전자 음악 밴드이다. 2012 제9회, 2018 제1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이디오테잎은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와 대중성 모두를 확보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한국 전자 음악 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세계 무대를 넘나들며 자신의 음악을 펼치고 있다.

IDIOTAPE

안녕하세요, 이디오테잎 여러분.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올여름에 동유럽으로 투어를 다녀왔어요. 런던,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헝가리에서 공연을 했는데 벌써 한 달 가까이 지났네요. 그 이외에는 음악 듣고, 연습하고, 작곡하고, 알코올 보충도 하고 있고(웃음) 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투어가 가장 큰 이슈였네요.

북유럽 투어라니 고생도 많이 했을 거 같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네, 현장의 분위기가 굉장히 폭발적이었어요. 오히려 저희가 놀랄 정도로요.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저희 이름 연호해주셨는데 저희가 유럽에서 이렇게까지 인기 있을 줄 상상도 못 하고 있었기에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디알: 그리고 사고도 있었어요. 문콕이라고 하죠?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구루가 문을 잘못 열어서 옆 차를……
제제공연 중에 기억나던 일은요! 작년에 슬로바키아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저희 공연을 보러 오셨던 분이 런던 공연에도 찾아오신 거예요. 슬로바키아 현지인인데 말이죠. 알고 봤더니 그분이 공부를 위해 런던 근교로 유학을 왔는데 저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오신 거였죠.
디알: 정확히 얘기하자면 저를 보러 온 거죠. (웃음)
구루: 이 부분은 편집해 주실 거죠?

세분의 빈틈없는 티키타카를 보면 역시 오래된 밴드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디오테잎이라는 팀은 어떻게 결성되게 된 건가요?

디알: 이디오테잎이라는 팀은 2008년도에 결성되어 있었고 저는 2009년도에 합류를 했어요. 08년도에는 드럼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기타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가고 그 자리를 제가 대신하게 된 거죠.

구루: 대신은 아니에요. 디알형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니까.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기타 치는 친구가 탈퇴하기 전에 이미 디알형 소개를 받았었어요. 친구의 룸메이트가 디알형이었거든요. 그렇게 디알형과 만나 연락처를 주고받았는데, 그때는 인사만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죠. 그러다 기타 치는 친구와 헤어지고 제제와 둘만 남게 되었어요. 둘이서 공연을 진행하니 연주하는 악기가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악기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디알 형이 떠오른 거죠. 다른 친구를 통해 형의 연락처를 물어보았고 연락처를 받아서 입력을 하려고 보니까 이미 있는 번호더라고요. (웃음)

디알: 그때 제가 살짝 삐졌어요. 그 친구한테 그랬거든요. “어? 알고 있을 텐데, 내가 연락처 줬는데.” 그렇게 1월에 다시 만났고 그 뒤로 또 몇 달간 연락이 없었어요. 첫 공연이 5월이었는데 연락이 4월에 온 거죠. 그래서 정말 합주를 몇 번 못하고 올라갔어요. 게다가 제가 이런 음악을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 낯설고 생소해서 시퀀스 프로그램이라도 보면서 공연을 할 생각으로 주최 측에 모니터를 요청했어요. 근데 모니터 크기를 이야기 안 한 거죠. 17인치 모니터가 왔는데 그것도 저~ 멀리에 설치되어 있었어요. 망한 거죠. (웃음)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했어요. 관객들이 드럼 소리 말고 못 듣게 하려고 어마어마하게 세게 쳤어요, 경찰이 올 정도로. 그리고 정말로 경찰이 왔었죠. 민원 때문에… 네, 그랬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제제: 그래도 성공적이었어요. 공연을 마치고 디알형이 그러더라고요. “야, 드럼 세게 치니까 좋아하지? 그렇다니까~” 라고… 형 앞에 어떤 관객이 있었는데 그 분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요.
디알: 그분이 저를 보면서 ‘와 놀랍다’가 아니라 ‘쟤 괜찮을까…?’하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보고 계셨어요.

세분은 이렇게까지 대중의 사랑받을 것을 예측하셨나요? 이디오테잎이라는 밴드는 처음부터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결성한 팀인가요?

디알: 저는 전에도 밴드를 많이 해봤는데 성공적인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제제그래도 그걸 그렇게 얘기하면 좀…
디알: 아니 사실인데 어때~ (웃음)
제가 하던 밴드가 계속 실패를 겪다 보니 어떻게 하면 잘 될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사라지더라고요.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음악을 시작했는가?’라고 물었을 때 지금 음악을 하고 있는 이유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어요. 저는 진짜 음악이 좋아 시작했는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오늘은 관객이 몇이나 점프하였는가를 두고 누가 잘 나가는 밴드인지 우열을 가리곤 해요. 그래서 관객을 뛰게 만들어야만 하는 그런 억지 호응에 너무 지쳐있던 거죠. 지금의 나는 이 음악이 좋은가? 이 음악에 만족하는가? 하는 고민 끝에 모든 것을 다 잊고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시 한다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때 이디오테잎을 만나게 되었고 진짜 아무 생각이 없이 시작하였어요. 그냥 내가 즐겁게 연주하고 싶었고,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디오테잎의 음악은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한 장르였고 저한테도 신선한 장르여서 제가 굳이 관객들한테 무언가를 유도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에라 모르겠다 나만 좋고 보자는 생각이었죠. 자신의 연주에 집중하고 나의 즐거움을 쫓다 보니 대중들의 사랑까지 덩달아 얻게 된 것 같아요. 이디오테잎에 합류하기 전에는 너무 힘들어서 제게 어떤 밴드가 되는 게 소원이냐 물었을 때, “저 팀은 얼굴로 먹고살아” 라는 소리를 듣는 팀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이건 제 개인적인 기준이긴 하겠지만, 음악은 평범한 것 같은데 잘 나가는 팀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이었거든요. (웃음)

구루: 저는 DJ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제가 전자 음악을 라이브로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DJ를 하며 한계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페스티벌이나 다른 공연장에서 전자 음악 DJ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자연스레 클럽을 찾아오는 사람들 말고는 다가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던 시기였죠. 제가 DJ를 하던 2000년대 당시에는 클럽에서 놀면 재밌다는 소문만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막상 와서 즐겁게 노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어요. 저는 댄스음악이 왜 어렵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음악이 어려워~, 노래도 안 나와~라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어요.

그런 답답함이 깨질 거 같은데 안 깨지고 깨질 거 같은데 안 깨지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고민 끝에 라이브로 공연을 하면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음악을 조금이라도 찾아 듣는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란 생각에 현재의 포맷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그 당시에 저는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디오테잎은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야’라고요. 그때는 클럽 음악이나 전자 음악만 듣던 시기라 ‘여기가 내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하한선이야’라는 생각으로 계속 작업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으니까 대중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졌었고, 활동 초기에 생각만큼 풀리지 않아서 ‘흠, 호락호락하지 않군?’이라고 느끼다 지니어스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며 ‘역시,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죠.
디알그게 바로 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입니다!

제제: 지금까진 초창기 때의 이야기였고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죠. 이제는 멈출 수 없는 거예요, 멈추기엔 너무 늦었어요. 음악적인 의도는 항상 있어 왔는데, 2019년 늦여름을 기준으로 본다면 변화에 대한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초창기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다르잖아요. 당장 디알 형만 봐도 처음엔 전자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되었고, 저 역시 지금의 나와 첫 앨범을 만들었을 때의 나와 두 번째 앨범을 만들었을 때의 내가 모두 다르잖아요. 매 시기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요.

옛날엔 단순했는데 나이가 들고 음악을 알고 정보가 많아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거 같아요. 이디오테잎으로 활동한 10년 동안 좋아하는 게 더 많아진 거죠. 지금 세상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운 시대잖아요. 그런데 그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잖아요. 저희도 이게 맞나? 틀린 건가?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죠. 반대로 혼란스러움이 없으면 굳이 음악을 할 이유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잘 모르니까 더 궁금하고 더 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요소 같아요. 만약 10년 전에 전자 음악이 대세였다면 안 했을 거 같아요. 요즘은 아티스트 병이라고 부르죠,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어 하는 거. 그 당시에 남들 이 안 하니까 더 하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디오테잎을 결성하던 당시에는 우리가 10년쯤 활동하면 전자 음악이 한국에서 부흥하고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다들 좋아할 거야 그리고 그 꼭짓점에 우리가 있을 거야!라는 큰 포부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도 사람들이 전자 음악이 뭐야?라는 질문을 해요. (웃음) 그렇다면 음악을 대하는 이디오테잎의 철학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디알: 저는 하나예요 ‘나만 좋고 보자’ 작업을 하던 공연을 하던 내가 즐겁지 않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전 공연을 할 때 모니터를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필이 안 받은 상태에서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면 관객들은 그걸 다 알아요. 제가 진짜 좋은지 좋은 척하는 건지. 자기중심적 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저는 항상 절 먼저 생각해요. 레코딩 할 때도 드럼 라인을 끝내주게 녹음해서 제제나 구루한테 “야, 끝장이야” 하고 혼자 자뻑하는 거죠. 제 철학은 하나입니다 내가 좋으면 다 된다.

제제: 이제 거기서 좋은 것만 남겨요.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아니다 싶은 건 다 빼요. 예전엔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이젠 조심스럽지도 않아요. (웃음) 저는 거창하게 철학이라고까지 말해야 되나 싶긴 한데, 내가 정말 이게 좋은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는 거 같아요, 확신이 있는지. 확신이 없으면 진행을 못시키는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우리 세명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대중성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요즘에 뭐가 유행하는지 모르거든요, 당시에는 더 그랬고… 근데 그걸 의식하고 대중성을 쫓으려 하면 더 혼란스러워지는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자신에게 집중하는 거죠. 이게 정말 내 마음에 드는가, 그것이 결정의 요건이 되는 거 같아요. 이를테면 디알형이 뭔가를 녹음했는데 너무 좋다고 한다면, 제가 다시 한번 의문을 던지는 거죠. 과연 이게 좋은가, 거기서 저도 좋다고 느끼면 우리가 공감을 한거고, 아니라고 느끼면 얘기를 해보는 거죠. 형은 이게 왜 좋아요? 저는 다른게 좋은데 형은 어때요?라는 식으로요.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의 접점을 찾아가는 게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디알: 그게 밴드를 하며 가장 큰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접점이 맞아떨어졌을 때.

구루: 공약수를 찾는 느낌인 거죠. 사실 대중성이라는 것은 대중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K POP이라는 장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가 대중적인 팀은 아니겠지만, 당장 저희 셋이 서로 좋아하는 장르를 이야기해도 못 따라가요. 서로가 잘 몰라요. 그런데 해당 씬에서는 탑을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란 말이죠. 누굴 대중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잖아요. 대중성을 조금 다르게 말하면 설득력이라고 생각해요. 설득의 기술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내가 이걸 절실하게 믿고 있다면 조금 스킬이 둔탁하고 무디더라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우리가 집중했던 거 같고, 우리의 공약수만 남기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디오테잎의 철학인 거 같아요.

이디오테잎의 대중성은 세 사람의 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대중적 흥행을 이야기한다면 지니어스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디오테잎에게 지니어스란?

제제: 처음 지니어스가 방영될 때 피디님에게 메일을 받았어요. 우리 음악을 지니어스 주제가로 쓰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저희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실제 방송을 보니까 저희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처음에 무서웠어요. 너무 남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면서 대중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죠. 지금은 과연 지니어스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으면 우리가 그만한 대중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우리 음악을 그만큼 인지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다고 우리 음악이 무조건 TV에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디알: 무슨 소리야? 난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구루: 재미난 거 같기는 해요.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의도로 소비되기 시작하는 거라고 볼 수 있잖아요. 긴장감이 필요한 부분에서 저희 음악을 쓰는 걸 보면 포커스는 하나 같아 보여요.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스릴러 씬에서 우리 음악이 나오는 게 약간 필수 요소가 된 거 같아요.
제제: 슬픈 점은 그 음악이 뭔지 아는 사람들도 이디오테잎이라는 밴드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 마음 아프긴 한데…
구루: 확실히 지니어스 이전과 이후 활동 영역이 많이 달라졌어요. 방송 이후에 행사 섭외도 더 많이 들어오고 페스티벌에서도 연락도 더 많이 오거든요. 일단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거 같아요. 제제의 말처럼 이디오테잎은 모르지만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면 이야기가 수월하게 풀리니까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죠. 한 편으론 더 혼란스러워지기도했어요. 왜냐면 시차가 있거든요. 우리가 곡을 만들었을 때와 지니어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2~3년의 시차가 있어요. 이디오테잎은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대중들이 우리 과거를 처음 발견하고 유레카를 외치는 기분이랄까요? 이 괴리가 초반엔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어요.

대중적 성공 뒤에 이런 고민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역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이디오테잎은 해외 투어도 많이 다니셨잖아요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제제: 유럽의 페스티벌에 갔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는 점 같아요.
구루: 거의 2세~80세까지.
제제: 심지어 아기들도 와요. 엄마가 헤드폰 끼워서. 동양인 입장에서 서양인의 나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주 연령대가 3~40대 인 거 같아요. 그리고 나이 많으신 분들도 꽤 많아요. 한국의 전자 음악 페스티벌은 20대 거나 더 어린 친구들이 많잖아요. 이런 분포가 문제가 있다라기보단,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으려면 나이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게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어요.

구루: 전자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서 다 그런 거 같아요. 우리나라는 30대 초중반까지만 즐길 거리가 있고 30대 중반을 넘어간 사람을 위한 즐길 거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다 술 아니면 노래방으로 귀결되잖아요. 본인의 직업이랑 상관이 없는 거 같아요. 이게 진짜 우울하고 슬픈 일이라고 생각해요. 유럽의 경우는 즐길 거리가 다양하고, 일본만 해도 클럽에 가보면 연령대가 다양해요. 전 일본에도 DJ를 하러 자주 가는데 30대 초반이 제일 어린 연령인 그런 클럽도 있어요. 그런 곳에 가면 동질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 해지죠. (웃음) 전자 음악이 사실 음향이 굉장히 중요한데, 해외는 기본적으로 평균치가 높으면서도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가 정말 심한 거 같아요. “여기는 사운드가 별로야” 라고 소개를 받은 곳도 한국의 평균과 비슷비슷하고 “여기는 정말 좋아” 라는 소개를 받아서 가보면 ‘와, 이게 말이 돼? 소리가 이렇게 빠질 수가 있는 거야?’라며 감탄을 할 정도로 좋아요.

디알: 재밌는 건 기자재가 여기와 거기가 그다지 다르지 않아요. 별 차이가 없는데 사람들의 취향이라던가 소리에 대한 개념에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제제: 음악 페스티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음악이잖아요?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무대에 더 신경을 쓴다거나, 소리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거나… 그리고 클럽의 경우는 월세에 쫓겨서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거 같아요.
구루: 돈을 쓰기는 하는데 고민의 정도가 다른 거예요. 한국은 공간이 작아도 소리가 사람을 압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거 같아요. 출력이 부족해도 안 되는 출력으로 무조건 빵빵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해외와는 좋은 음향 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다른 거죠.
디알: 그런 거 같아요, 보여주기 식 구성인 거죠.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놓치고 무대에만 엄청나게 투자를 하는 거죠.
제제: 한때 Funktion-One이라는 스피커가 클럽에서 유행을 타던 적이 있었어요. 문제는 우리도 펑션 원을 사서 좋은 소리를 뽑아야지가 아니라 우리도 드디어 펑션 원을 달았다~! 가 되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스피커를 달아도 내가 어떻게 소리를 낼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소리가 어떤 건지, 내가 의도한 바가 없으면 그냥 빛 좋은 개살구잖아요. 전자음악은 음향이 더 중요하니까 티가 많이 나는 거 같아요.

구루: 클럽이던 페스티벌이던 그 음향에 노출되는 시간을 생각해봐야 해요. 짧게 한, 두 시간도 있겠지만 최소 네 시간은 넘어간다고 봐야 해요. 이 정도 데시벨에 네 시간 이상 노출이 돼도 귀가 즐거워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는 기획자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딱 들었을 때 빵빵- 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즐거움이 뭐냐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른 거 같아요.
제제: 이디오테잎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해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다는 것 같아요. 저희도 나가서 경험해보고 알게 된 것들이 많아요. 좋은 점도 있었고 나쁜 점도 있었는데 경험이 없으면 이런 얘기를 하기도 힘들잖아요. 예를 들어 클럽을 간다고 하면 좋은 클럽에 한번 가보는 거죠. 좋고 나쁨의 취향 차는 있어도 본질적으로 좋은 소리를 듣고 추구하는 부분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씬에 있는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좋아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이번엔 한국의 전자 음악 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해요. 한국에 전자 음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제제: 시간이요.
구루: 호오? 젊구먼 자네.
제제: 깊게 들어가 보면 한국의 전자 음악 씬이 3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20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거의 씬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 던 거 같아요. 요 근래 10년 사이에 뭔가 무언가 만들어질 거 같은데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됐어요. 그런데 이건 비단 전자 음악 씬만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문화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쟁과 분단을 겪으며 대중문화의 명맥이 끊겼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은 이제 10여 년 지나고 있는데 유럽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내년에 50주년을 맞이하고, 스위스의 팔레오 록 페스티벌은 이미 40주년이 넘었고, 하다못해 후지 록 페스티벌만 해도 20년이 넘었잖아요. 그런 좋은 문화가 생겨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한국도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루: 너무 긍정적이야. 너무 긍정적이네요. 저는 이 질문을 보면서 지금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나요?라고 반문하고 싶어 졌어요. 전자음악에도 여러 가지 갈래가 있고 소비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실 지금의 한국은 페스티벌에서 소비되는 거지 음악 자체가 소비되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페스티벌 음악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장르들은 어느 정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거 같아요. 외국에서는 스타디움 락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거든요. 한국의 전자 음악은 그런 카테고리로서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놀이로서 소비가 되고 있는 거죠.

어떤 장르던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자음악으로 시선을 더 좁히면 우리나라에선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나라는 광장문화라는 게 없잖아요. 산업화 과정의 일부로 없앴다고 알고 있는데… 전자 음악이라는 게 노래도 없고 퍼포먼스도 화려하지 않아서 보고만 있으면 지루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달리 말하자면 공연을 보며 친구와 잡담을 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음악에 내 모든 정신을 다 쏟지 않아도 괜찮아요. 전자 음악은 이런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 하거든요. 밴드가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도 비슷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부터 출발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장소도 문화도 너무 적어서 힘들다고 보는 거죠.

인터뷰 전문은 레전드매거진 9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1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