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인터뷰] 일렉트로 바이올리니스트, 이하림 | 레전드매거진

일렉트로 바이올리니스트, 이하림

무대를 사로잡는 뜨거운 에너지
일렉트로 바이올리니스트

이하림

[PART 1 : 삶을 돌아보다]

01. 하림님이 클래식 전공을 꿈꾼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클래식에서 벗어난 장르에 뛰어든 지 14년 차이긴 합니다만(웃음) 만 3세 때부터 피아노를 자연스럽게 시작했고, 만 7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어요. 클래식을 전공한 다른 친구들을 보면 음악가 집안인 경우도 많은데, 저희 집은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음악과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던 어머니 덕분에 저도 일찍이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여담이지만,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부모님께 받은 수학여행비로 악기 가게에 진열되어있던 바이올린을 구입하셨대요. 그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죠. 아무튼 그렇게 음악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이 자연스레 음대 진학으로 이어지면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바이올린을 전공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02. 올해 3.1 절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공연의 무대에서 총 5곡 중 4곡의 무대에 오르셨습니다. 전 세계 121개국 생방송에, 우리나라 공중파 3사와 종편 11개에 방영되는 등 규모가 큰 무대였습니다. 그 무대를 마치신 소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제 음악 경력 중 가장 큰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을 대표하는 무대에 제가 함께한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러웠으며, 그에 앞서 사명감이 컸습니다. 저의 실력과 인지도를 뛰어넘는 자리였기 때문에 제가 무대에 오롯이 세워진다는 느낌이 강했죠. 무대를 준비할 때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5일이었어요. 저는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해내고자 하는 편이라, 5일 동안 두 시간 정도 자면서 무대를 준비했어요.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곡이 처음 연주해보는 곡이고, 멜로디 라인을 직접 만들고 전부 외워서 퍼포먼스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가 왜 48시간이 아닐까 한탄하기도 했어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무대를 마쳤을까 싶기도 한데..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연습에 집중했습니다. 솔직히,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조차 없었어요. 그런 생각조차 사였죠.

03. 2019 PADAF의 홍보대사로 위촉되셨는데요, PADAF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파다프(PADAF)는 Play And Dance Art Festival의 약자로, 장르 간 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미적 패러다임을 창조하자는 의의를 갖고 있는 복합 예술축제입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 9회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넘어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파다프는 해를 거듭하면서 연극, 무용뿐만 아니라 영화, 방송, 사진, 설치미술, 음악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어 한국의 창작자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어요. 이런 의미 깊은 축제에 올해 최초로 음악 부문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은 저에게도 의미가 깊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장르 자체도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이고,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퍼포머’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거든요. 음악이 다양한 예술 장르와 결합할 때 큰 파급력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왔기 때문에, 파다프와 같은 의미 있는 문화축제가 더욱 견고하게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또한 이 예술축제가 일렉트릭 바이올린 시장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통로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04.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던 ‘인생 책’이 있나요?

네. ‘성경:Bible’이 제 인생책입니다. 무신론자였던, 음..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나신론자였던 저는 한때 정신분석학, 심리학, 인문학, 철학 서적 등을 다양하게 접하며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어요. 그럼에도 어딘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던 부분들이 성경을 통해 비로소 해소되었죠. 자기애와 신념이 강한 저의 삶의 패턴과 습관들에 변화를 가져다준 유일한 책이에요. 그 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과 가치관,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저는 크리스천이고, 성경적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신앙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어요. 답이 되었을까요?

05. ’지금의 이하림을 이루게 한 사람들’을 돌아본다면, 떠오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머니요. 어머니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분이나 다름없습니다. 늘 가족에 헌신하셨어요. 제가 어떤 결정을 하건 반대하지 않으셨고, 항상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이에요. 처음 차를 운전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날 택시와 접촉사고가 있었고, 혼이 날까 봐 잔뜩 긴장하고 집에 왔는데 집 앞에 나와계시더라고요. 주차를 하고 내리자 어머니가 웃으면서 “주차는 잘 하네~ 쉬지 말고 내일도 바로 차 가지고 나가. 겁먹고 쉬면 더 못하게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는 늘 제가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나 도전할 수 있게 가르쳐주셨죠.

요즘도 제가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면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부담스러울까 봐 공연장에 오셔서도 대기실에는 오지 않으실 정도로 섬세한 부분들까지 생각하고 배려하는 분이에요. 또, 지금 제 모든 무대의상은 어머니가 직접 디자인하시고 제작해주시고 계십니다. 저희 어머니 참 멋있죠.

06. SNS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계신데, 소통하는 가운데 얻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SNS라..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3년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의 일들이에요. 아시다시피 청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자리잖아요? 방송에 출연할 당시 제 상황은 너무 힘들고 절박했어요. 내가 여기에 나가서 뭘 이야기하지? 다들 스펙도 뛰어나고 인지도도 높은 사람들만 서는 자리인데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전부 내려놓고 대본도 없이 마이크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큰 무대에 홀로 섰어요. 그래서인지 아주 솔직하게, 당시의 제 심정과 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했어요. 그러다 울컥해 강연 중에 눈물까지 쏟았죠.

방송이 나간 후 매일 50통 이상의 메시지와 이메일들을 받았었어요. 음악 분야뿐만 아니라 미술과 각자의 여러 분야에서 힘든 상황에 처해있던 분들에게 메시지가 온 거예요. 하던 일을 포기하려고 작업실을 내놓았는데, 다시 해보려고 한다. 당신의 강연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내가 한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구나. 나는 늘 부족하지만, 작은 존재이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은 감히 미리 단정 짓기도 어려우며, 미리 알 수도 없는 영역이구나. 그래서 더 겸손해져야 하겠다고 다짐하며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게 되었죠. 그분은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은 제가 훨씬 감사할 일이죠.

07. 바이올리니스트 이외의 다른 삶은 생각해보시지 않았나요?

네. 없어요. 실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지만, 특별히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언제나 즐겁고 좋은 날만 있는 것도 아니었죠. 저에게 가장 큰 자괴감을 안겨 주고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음악이지만 반대로 저에게 가장 큰 기쁨과 벅차오르는 감동을 안겨주는 것도 음악이에요. 고 3때 담임선생님께서 제 수능 성적이 너무 잘 나와 인문대학으로의 진학을 권유하기도 하셨는데, 제가 그때 당돌하게 “저 대학 가려고 음악 한 거 아니거든요? 음악 하려고 대학가는 거예요!”라고 얘기했었어요. 생각해보면 참 패기 넘치던 아이였죠. 어릴 때부터 선생님께 그렇게 이야기 했던 고3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음악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어요. 어쩌면 약간의 애증인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나는 늘 부족하지만, 작은 존재이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은
감히 미리 단정 짓기도 어려우며, 미리 알 수도 없는 영역이구나.
그래서 더 겸손해져야 하겠다고 다짐하며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게 되었죠”

[PART2: 이하림의 음악]

01. 한국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었던 악기인 일렉 바이올린을 선택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공부하게 되었지만, 클래식 공부는 때로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숙제 같았어요. 스무 살 때부터 억대의 악기로 연습하고 연주하는 친구와의 현실적인 갭도 컸고, 십 대 때부터 상처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졸업한 선배들과 음대생들의 취업률을 보면.. 현실이 너무나 참혹한 거죠. 최상위 0.1%만 살아남는 시장이었고, 오케스트라 또한 저와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주 5일을 방송국에서 스트링 세션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대기시간에 영국의 ‘BOND’라는 그룹의 무대를 직접 눈앞에서 봤던 경험이 저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어요. 당시 무대공포증이 심하던 저에게 그들이 보여준 것은 무대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조금 줄이고 그 자리를 퍼포먼스에 대한 열정으로 채워가며 무대를 만드는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에너지,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 난생처음 보는 것들이었죠.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 막연했던 꿈을 현실적인 목표로 구체화시켜 준 하나의 포인트였어요.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주어진 것, 시키는 것, 남과 맞춰야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저를 답답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일렉 바이올린은 좀 더 다양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고 악기 또한 어쿠스틱에 비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고, 퍼포먼스를 하기에도 여러 가지로 편리한 악기였어요. 더 튼튼한 것도 한몫하네요(웃음)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때, BOND와 같은 구성의 그룹 멤버로 데뷔를 했죠. 밴드가 6년 차가 되던 해에 팀의 전속계약이 끝나 자연스럽게 솔리스트로 전향하게 되었고, 그렇게 또 8 년이 지났네요.

02.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많이 하고 계신데, 원래부터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릴 때부터 대중음악을 정말 좋아했고, 특히 초등학교 때 듀스의 모든 곡의 가사를 완벽하게 외울 만큼 듀스의 빅 팬이었어요. 자신의 노래와 의상과 안무까지 직 접 만들어 자신의 무대를 보여주는 듀스는 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고, 제 인생의 유일한 연예인입니다. 요즘도 듀스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대중음악을 즐겨듣다 보니 제 전공인 바이올린으로도 퍼포먼스와 함께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죠. 합이 맞는 아티스트들을 만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 제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음악에 녹여내다 보면 저도 몰랐던, 예상하지도 못했던 결과물들이 나와요. 음악의 합이 운명처럼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희열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매번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고, 커다란 즐거움이죠. 물론 늘 타이트한 일정에 맞추어야 하고 방송을 준비할 때는 그때마다 며칠 밤을 새워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고통마저 행복한 순간들이에요.

03. 바이올린 연주를 하실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물론 연습이에요. 굉장히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질문인 것 같아요. 여기에 걸맞은 짧고 강한 답을 하고 싶은데.. 말 그대로 ‘기본’을 지키는 것! 건강한 정신, 건강한 육체라고 말하면 좋을까요?(웃음)

후배들이 저에게 고민을 상담할 때면 늘 해주는 말이 있어요. “연출하려고 하지 말고, 네 안에 담겨있는 것들이 충만하게 넘쳐흘러 그 기운이 주변에도 흐르게 하라” 고요. 이를 위해 그 안에 많은 것들을 담아내야 하죠. 책도 많이 읽고, 음악 뿐 아니라 무용, 미술, 스포츠 등등 아주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집중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열망하는 무언가로 너 자신을 가득 채워라. 알아듣는 친구도 있을 테고,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는 친구도 있겠죠?

04. 그럼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이것 또한 연습이에요. 공연을 하다 보면 공연장 시스템도 전부 다르고 방송의 경우 여러 가지 상황들에 긴박하게 마주하는데, 최악의 경우 모니터링이 아예 안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상황들이 닥쳤을 때 피할 수도 없고 핑계를 대거나 변명을 해서도 안되거든요. 어떤 악조건과 맞딱뜨려도 담담하게 대처하며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연습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죠.

05. 평소에 어떻게 연습하고 계시나요?

요즘은 일렉 앰프 대신 웨스톤 인이어를 착용하고 연습하고 있어요. 인이어는 매우 날것의 소리를 내요. 듣기 좋은 소리만 들려주지는 않죠. 그런데 필터링 된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면서 연습하다 보면 연습할 때 기분은 좋지만 실제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환경이 달라져 당황하게 될 수도 있어요. 연습은 제 기분 좋으려고 하는건 아니니까, 이런 날것의 소리에 적응해야 하는 거죠. 요즘은 안한지 꽤 됐지만 예전에는 점프를 하면서 소리가 뜨지 않게 하기, 빙글빙글 돌면서 소리내기 등의 연습도 했었어요.

인터뷰 전문은 레전드매거진 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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