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레전드인터뷰] 베이시스트, 서영도 | 레전드매거진

베이시스트, 서영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스에 입문한 그는 현재 온갖 장르를 아우르는 최고의 세션맨이 되었다. “일거리가 빨리 들어온다고 하여 선택한 악기였는데 이렇게 중요한 포지션인 줄은 몰랐어요” 독학으로 시작하여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신을 갈고 닦은 그의 인생엔 베이스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학의 아쉬운 단점 중에 하나가 내 능력만큼만 연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옆에 선생이나 멘토가 있으면 5분 만에 알 수 있는 길을, 한 시간 돌아가야 했죠.”

최근근황

얼마 전에 ‘서영도와 남산친구들’이라는 공연을 끝냈어요. 재즈 보컬리스트 장정민씨가 노라 스테이지의 공연 관련 일을 맡으면서 저에게 공연을 부탁했는데, 개관할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꾸려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에 정통 연주보다는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된 공연인데요. 우리 학교 출신 중에 조정치를 필두로, 기타리스트 박주원, 그리고 우리 학교 후배들과 함께 남산친구들이라고 이름 붙이고 재미있게 공연 마쳤습니다.

“같은 학교 동문이신 건데, 기획성 공연이 자주 오고 가는 편인가요?”

그렇게까지 잘 진행이 되지는 않아요. 일단 각자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바쁘거든요. 취지도 좋고, 같이 하면 재미있고, 시너지도 어마어마한데 다들 바쁜 게 너무 아쉽네요.

베이스를 잡게 된 계기

격세지감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저희 때는 피아노, 통기타 같은건 일상에서 많이 접했지만 일렉트릭 기타, 드럼, 베이스, 신디사이저 같은 건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악기였어요. 대중음악에서 그룹사운드가 지금처럼 실용음악과가 있는 시절이 아니었고, 그룹사운드 하면 밤무대 연상하는 시대였어요. 악기를 배운다 치면 보통의 부모들은 반대했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친구들과 한두 팀 함께 하는 게 전부였죠. 그렇게 함께 하다가 졸업한 뒤에도 계속 음악 하는 친구들은 반도 안 됐었고.. 부모님들이 싫어하는 이유가, ‘뭐 먹고 살래?’ 였어요. 음악을 하던 학생들도 대학 가서 취미라면 모를까. 이걸 업으로 삼을 생각은 못 했죠. 저도 음악을 좋아하니까 친구들과 그룹사운드 할 때 기타도 연주하고, 노래도 했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권유로 김정욱형을 만났어요. 정욱형이 마침 베이시스트였는데 이 악기를 배우면 일거리가 빨리 생길 수 있다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저도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무대에서 필요한 연주가 무엇인지, 그런 실전 감각을 익히던 시간이었죠. 친구들이 직업이 뭐냐? 물으면 내 직업은 베이시스트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거에요. 현실적인 직업이 생긴 거죠.

아는 만큼만 들리는 법

독학의 아쉬운 단점 중에 하나가 내 능력만큼만 연습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옆에 선생이나 멘토가 있으면 5분 만에 알 수 있는 길을, 한 시간 돌아가야 했죠. 당시에는 실용음악과도 없고, 학원도 없었어요. 클래식 쪽은 레슨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전 LP 판으로 아는 만큼만 들으며 들리는 만큼만 연습을 해나갔죠.

American Forces Korean Network : AFKN

당시에 AFKN(주한미군방송)이 되게 중요한 매개체 중에 하나였어요. 돈이 없으니까 젊은 사람들은 라디오를 달고 살았어요. 공 테이프를 잔뜩 사서 라디오를 듣다가 재즈가 나오면 무조건 녹음을 하는 거예요. 시간별로 곡 편성이 달랐는데 편성표를 머릿속에 꿰고 있다가 녹음을 하는 거죠. 그러다 이 팀은 정말 최고다! 하면 LP 가게에 가서 사고요. 그때 들었던 것은 모타운(Motown) 음악, 지금도 전설의 베이시스트인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의 음악을 듣고 똑같이 카피를 해봤죠. 무슨 코드인지, 어떻게 연주하는지 모르는 채 귀로 들으면서 따는 거예요. 당시에는 다 그렇게 했어요. 옆 반 아이는 코드를 저렇게 잡네? 저렇게 연주하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정보가 또 들어오는 거예요. 그때는 그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최신 정보였고 다들 그렇게 했었어요.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

내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 독학을 해왔으니 카피를 해서 연주를 해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잖아요. 그런 음악들이 스케일이 되었건 코드가 되었건 리듬이 되었건 그걸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책을 봐도 모르겠고. 그래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 그렇게 결심하게 된 거죠.

“세션맨은 각 장르의 요소를 파악해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해요. 그 장르를 평생 해온 사람보다 잘 할 수는 없지만, 그 맛을 살릴 정도까지는 되어야 하죠. 어떻게 보면 세션맨은 어느 정도의 레벨까지는 해 줘야 하는 거예요.”

세션맨의 미덕

만약 메탈리카(Metallica)의 라스 울리히(Lars Ulrich) 라고하면 이분은 평생 메탈만 해온 분이잖아요. 그 깊이 있는 드러밍은 다른 장르의 드러머들이 못 따라오죠. 그분이 평생 쳐왔던 메탈 드럼의 가치를 매길 수가 없어요. 하지만 세션맨은 각 장르의 요소를 파악해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해요. 그 장르를 평생 해온 사람보다 잘 할 수는 없지만, 그 맛을 살릴 정도까지는 되어야 하죠. 어떻게 보면 세션맨은 어느 정도의 레벨까지는 해 줘야 하는 거예요.

저는 어느 정도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음악을 많이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어떤 장르를 좋아하면 그 장르 전문 연주자가 되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락, 재즈, 펑크 전부 좋았던 거예요. 마음 한구석에는 조금씩 발을 담그고 맛볼 정도는 해야 일감이 들어오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죠. 내가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레벨은 만들어 줘야 일거리가 올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세션맨이에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원하는 만큼 해 주는 것.

“선생님이 내신 앨범을 보면 보컬 없이 기악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이 많더라고요”

아 그건 제가 노래를 못해서예요. (웃음) 70 정도 되면 도전 한번 해보려고요, 농담이고. 보컬이 싫어서 안 하는 건 아니고, 연주 음악이 더 좋아서 그동안 그렇게 한 거였죠. 가장 최근에 낸 재작년 앨범에는 객원보컬을 쓰기도 했어요. 그래도 히트를 못 하더라고요. 서영도 일렉트로닉 앙상블, 가물거리는 세상이라는 곡의 보컬을 백현진 씨가 맡았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보컬이에요. 남들이 다 하는 건 호기심이 떨어지는 게 있어요. 그래서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보자 하는 생각이 있죠. 나만의 색을 찾아야겠다는 거창한 것까진 아니고 저 뿐 아니라 모든 음악 하는 사람, 예술 하는 사람들이 그런 게 있을 거예요.

신박서클(SB Circle)

신박서클도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죠. 연주자들이 목표의식을 갖고 만든 음악이 대부분이다 보니 일반인이 듣기에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라고 느낄 수도 있는 음악이에요. 제가 쓴 곡은 두 곡인데요. 최대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히트는… 신박서클은 가야금, 색소폰,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밴드에요. 이 앨범이 국악은 아닌데 가야금은 국악기잖아요. 드럼, 베이스, 색소폰은 일반적인 악기인데 여기에 유니크 한 톤인 가야금이 들어가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고 음악적으로 사운드의 차별화를 추구했죠. 요즘에 가야금이나 국악기가 전반적으로 대중음악과 섞이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 같아요.

예를 들면 과거에 타이타닉에 쓰인 아이리시 악기가 유행을 했던 것처럼 그런 사례가 많죠. 전 세계적인 유행과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유행을 누가 만들어내느냐. 그게 우리가 되면 참 좋겠다.’ 이건데 사실 유행은 보기 드문 천재들이 만드는 것 같고. 어떤 흐름에 올라타 모니터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세상이 급박하게 변화하니까요. 신박서클은 가을에 나승열 사진작가와 콜라보를 준비하고 있고 10월 말에 런던 K 뮤직 페스티벌 행사가 있어요. 거기 초청돼서 연주도 하러 가게 됐습니다.

음악역 1939에서의 기억

홍섭이 형님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알던 분인데요. 녹음실 새로 만들었다고 해서 전화를 드렸죠. 음악역 가오픈 기간에 사운드 테스트 겸 가서 해보고 싶다고 말했죠. 그래서 1박 2일 동안 녹음을 했어요. 원래 녹음부터 숙박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진행되는데 그때 음악역이 가오픈 기간이라 숙소에 침구류가 안 들어와서 근처 펜션을 빌렸던 기억이 있네요.

“아니, 싱글도 아니고 풀렝쓰, 정규 앨범인데 1박 2일 만에 녹음이 가능한 건가요?”

그땐 합주를 5~6개월간 충분히 한 상태였죠. 그러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걸러내서 최종 녹음 버전을 남겨놓은 채 들어갔기 때문에 시간을 줄일 수 있었어요. 우리 같은 팀은 여유가 있고, 돈 많은 팀이 아니니까 최대한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 실험은 연습 시간에 다 끝내고 거르고 거른 상태에서 계획대로 하니까 1박 2일 안에 끝낼 수 있죠. 이미 4차 교정까지 끝난 상태에서 녹음에 들어간 거예요.

취미

요즘에 사진에 취미를 붙여볼까 해요. 사진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해외 뮤지션들과 협연

제게 있어 엄청난 행운이었죠. 새로운 경험이었고 뮤지션 쉽을 배울 기회기도 했죠. 연주 중간 쉬는 시간에 맥주 한잔하며 릴랙스하는 분들도 있고, 1년 365일 24시간 연습하며 음악 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해요. 최근까진 서양 연주자들에 비해 국내 연주자들의 실력이 조금 모자르다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지금 국내 연주자들 레벨이 테크닉적으로 거리낄 것 없이 상향 평준화된 것 같아요.

연습벌레 Akira Jimbo

이분도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분인데, 정말 하루를 쪼개서 완전히 음악만 하더라고요. 오전엔 개인 연습하고, 오후엔 활동하는 팀을 위한 연습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스케줄이 마치 기계 같았어요. 저도 처음에 연주 시작할 때는 하루 18시간씩 연주했어요. 친구도 다 끊고 집에만 있었죠. 1년 정도 그렇게 했었어요. 지금도 학생들 레슨 할 때 그렇게 말해요. 정말 마음먹고 1년, 2년 죽어라 노력하면 그때 연습한 기술로 평생 이어갈 수 있다고. 물론 연습은 평생 하는 거지만, 그 기간 동안 집중 해서 연습하면 너희들도 길이 보일 거라고 말해요. 제가 실제로 경험한 거니까요. 집중해서 완전히 빠져서 연습할 그럴 기간이 있어야 해요.

“물론 연습은 평생 하는 거지만, 그 기간 동안 집중해서 연습하면 너희들도 길이 보일 거라고 말해요. 제가 실제로 경험한 거니까요. 집중해서 완전히 빠져서 연습할 그럴 기간이 있어야 해요.”

“선생님은 한국 실용음악학과 1세대 시잖아요. 선생님이 경험하셨던초기의 실용음악학과와 현재 실용음악학과 제자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기본적인 차이는 없는데, 상황 자체가 많이 바뀌었죠. 그 때는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지금은 음악으로 자기를 알릴 기회가 훨씬 많아졌고요. 그래서 음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요.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내가 만든 음악이 유튜브든 어느 다른 매체를 통해서든 알려질 수 있는 거니까. 대신 그만큼 더 치열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랩 탑 하나면 음악을 만들어서, 메이저 회사 도움도 안받고 낼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음악을 더 많이 만들고, 그만큼 더 치열해진 것도 있죠. 어떻게보면 더 힘들어진 걸 수도 있어요. 그 경쟁을 뚫고 와야하니까. 우리 때는 재즈클럽에서 베이스 치는 연주자가 열 명이 안 됐어요. 지금은 100명이 넘고, 100명이 모두 잘하니까. 기회가 많아진 한편 더 적어졌다고 볼 수도 있죠. 우리 때는 잘 못해도 끌어주는 세상이었는데, 지금은 웬만큼 잘 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죠.

뮤지션으로서의 삶, 그 안의 고충

성격 덕분인지 슬럼프는 없었어요. 현실적인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이죠. 음악인으로서의 어려움은 자기 음악이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고 음악 자체가 발전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 극복이 안되는 내적인 어려움이 있죠. 시간적인 어려움도 있고요. 예전처럼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연습만 해야지’ 라고 다짐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가족을 부양해야 되는 책임도 있으니까.

어른들이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저도 기술력 연마를 위한 스트레스가 있어요. 연습을 해도 잘 안 느는데,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음악 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꿈이 풀타임 뮤지션이 되는 것이에요. 해외의 유명한 뮤지션들 중에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고 여유가 있는 분들. 예를 들자면,

인터뷰 전문은 레전드매거진 7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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