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나들&일진 – 레전드매거진

나들&일진

그리운 두 사람을 만나다
나들&일진

반갑습니다. 구독자분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들 : 안녕하세요. ‘좋아 좋아’, ‘인형의 꿈’ 등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한 그룹 ‘일기예보’의 나들입니 다. 초창기엔 듀엣으로 활동하였으나 현재는 아쉽게 혼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진 :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김일진입니다. 제 본명보다는 ‘HUSH’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분이 더 많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현재는 일진, Jane, 김일진 등 여러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두 분의 얼굴을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나들 : 한동안 병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어요. 일기예보 활동 당시에도 조짐이 있었지만, 갑작스레 지병인 간경화가 악화되었거든요. 건강상의 이유로 일기예보는 5집 활동을 끝으로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10년 가까이 긴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극적으로 간 이식을 받게 되며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죠. 아무래도 그간의 공백으로 인해 복귀 소식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해요.
최근에는 미술에도 아주 관심이 많아졌어요. 사실 제가 미술을 전공하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갤러리 콘서트에 다녀온 뒤 다시 붓을 꺼내 들게 되었죠. 현재는 명동성당에서 전시회를열 정도로 아주 본격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음악 작업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 금세 빠져들 수 있었습니 다. 또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도 매력이라 할 수 있고요.

일진 : HUSH라는 그룹으로 반짝 유명세를 얻다가 2002년에 제 이름을 따 ‘일진’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서기를 시도했어요. 그런데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죠. 그래서 였을까요, 대중음 악과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배우고 싶어 졌고 클래식을 배우기로 결심하게 되었어요. 오스 트리아의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해버렸습니다. 대중음악에 지쳤기 때문인지 클래식 수업은 제게 몹시 흥미로웠어요. 그곳에서 공부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고요. 귀국 이후엔 고상하게 (웃음)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앨범 발매했어요. 사실 더 이상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아서 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도 있어요. 그런데 드라마 음악 작업이나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하다 보니 원치 않아도 자꾸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다시 노래가 하고 싶어 지는 게아니겠어요? 하하. 그래서 현재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거 일기예보를 회상하며 나들님이 슈가맨에 출연을 바라는 팬분들도 많이 계세요. 출연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나들 : 신기하게도 여러 방송에서 섭외에 대한 문의가 오곤 해요. 저로서도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는 슈가맨이었고 실제로 슈가맨 측에 서도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시즌 3가 될 때까지 매회 빠지지 않고 요. 하지만 나가지 못한 이유는 프로그램 포맷상 멤버 전원이 모여야 출연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어요. 아쉽게도 함께했던 현민 씨가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모이긴 어려운 상황이었고 홀로 출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서로 원했지만 아쉽게도 출연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사실 슈가맨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나들’하면 그룹 일기예보를 떠올리시곤 하는데 대중의 인식에 솔로 아티스트 나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두 분이 함께 녹음을 하셨죠?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일진 : 지난달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의 마지막 차례로 준비된 곡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코로나 시대에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내자는 의미를 담은 곡으로, 참여 가수가 다 같이 부를 계획이었죠. 그런데 편곡과 녹음이 생각보다 지연돼서 결국 공연 때 부르진 못하였고그 곡의 마무리 작업을 민사운드 식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팀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솔로로 전향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작업을 함께 하며 어떤 장점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서로의 장점을 딱 하나 씩만 말씀해주세요.

나들 : 일진 씨의 음악에는 순수성이 존재해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어 하고 그것이 음악에 드러 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하지만 일진 씨는 그 영역을 뛰어넘었 어요. 그녀의 음악을 들어보면 다양하고 독특한 표현이 넘치지만 그것이 폼을 잡거나 과욕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성을 표출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의 일부로 곡 안에 녹아있어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는 점…? 반 발자국 정도만 눈높이를 낮춰서 대중에게 다가간다면, 어쩌면 본인은 촌스럽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진 : 형님과 대화를 나눠보면 음악적 깊이에 종종 감탄을 하게 돼요. 함께 라이브나 라디오 방송을 하다 보면, 준비된 대본이 아닌데도 현장에서 즉석으로 하는 이야기에 푹 빠질 때가 많거 든요. 미술을 전공해서인지 저와는 다른 시선에서 음악을 바라보고 다른 해석을 들려주시는 데, 그것이 어설프거나 날것이 아니라 아주 심도 깊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쉬운 단어로 풀어서 이야기해주시거든요. 그런 철학이 자연스레 가사에도 묻어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가시지 않아 미래가 불투명 하지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나들 :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비대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러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요. 아마 당분간 비대면 공연이 지속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거 같아서 적응해나가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어요. ‘나들 TV’라는 이름으로 일기 삼아 하루에 겪은 일을 노래로 정리해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또 궁극적으로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즐거움을 선물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간 경화를 겪기 전엔 자신을 위해 노래했는데, 제2의 인생을 얻은 뒤로 남을 위해 노래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일일 테니까요.
일진 : 최근에 강아지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어요.
하얀 닥스훈트로 이름은 치치라고 해요. 치치와 함께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기 위해 해부학과 질병학을 공부하는 등 수의 테크니션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요. 사실 치치가 가족이 되면서 밀린 음악 작업이 많아요. 2020년 남은 기간 동안은 음악 작업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어요.

끝으로 구독자분들께

레전드매거진을 구독하시는 분들이라면 마니아 이상 가는 범상치 않은 지식과 실력을 자랑하는 분들일 거라 생각해요. 어쩌면 이미 계통에서 종사하고 계신 분일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예술이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세대에 등장하셨던 분 중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분들을 살펴보면 당시에 초절정 인기 가수가 아니었던 경우가 더 많거든요. 지칠 땐 쉬고 힘들땐 주저앉아도 괜찮으니 즐겁게 예술을 이어갈 수 있는 장기 레이스를 준비한다면 모든 사람이 레전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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