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문화 기획자·공연예술 연출가, 김태욱 – 레전드매거진

문화 기획자·공연예술 연출가, 김태욱

[2018평창 문화올림픽]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최초의 동계 올림픽이자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두 번째 올림픽이다.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평창 동계올림픽과 더불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하나의 올림픽이 있었으니, 바로 ‘2018평창 문화올림픽’이다. 물론 올림픽과 같은 경연형태의 대회는 아니다.

IOC Cultural Olympiad Guide에 문화올림픽은 ‘올림픽 가치를 통해 개최국 및 세계의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화, 엔터테인먼트, 축제, 체험 활동으로 개최도시가 올림픽 기간 전부터 올림픽 종료 시까지 올림픽 행사로 전개하는 문화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통칭’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올림픽 전부터 다양한 문화 활동을 시작으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동계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인 2월 3일부터 동계패럴림픽 폐막일까지 총 44일간의 긴 여정으로 축제 분위기 고조와 함께 대한민국 강원도를 알리기 위한 여러 문화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전 세계인이 문화를 매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전 세계에 한반도의 평화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림픽 개막 무렵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행사가 바로 문화 올림픽”이라며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중심이 됐던 동계올림픽이 이번 문화 올림픽을 통해 아시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것이다”라고 강조할 만큼 문화올림픽에 대한 기대는 평창올림픽 그 이상이었다.

‘평창, 문화를 더하다’ 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일반인, 특히 청년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각국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수많은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함께 ‘강원으로부터의 영감(靈感/Inspiration)’을 주제로 만들어진 문화올림픽은 한국 전통문화공연과 K-pop공연,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각종 전시회 등 450여 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모두 성공리에 마치며 대한민국과 강원도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 ‘2018평창 문화올림픽’의 중심에는 김태욱 총감독이 있었다. 그는 이미 지난 2015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국 보다 더 많은 143개국 세계젊은이들의 축제인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총연출’로써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현재 2019년 2월에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 패럴림픽 1주년 공식 기념식’인 ‘AGAIN PyeongChang'(가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태욱 감독을 만나 문화 기획자이자 연출가로서 살아온 그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나갈 미래에 대한 각오를 진솔하게 들어봤다.

[김태욱, 문화기획자 / 공연예술 연출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기획, 행사 및 공연 연출가로 활동하는 김태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Legend 매거진을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개최지 강원도에서 펼쳐졌던 여러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조정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했었고, 그 전에는 각종 국가행사 및 메가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2019년 2월에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행사인 ‘AGAIN PyeongChang’으로 대한민국 국민 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억하고 평창에서부터 시작된 평화의 새시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뜻깊은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지금도 국제 행사를 다시 한번 준비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가 준비하고 만들어나가는 자리와 시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일입니다. 돌이겨보면 저 역시 대학 시절 작은 학교 축제를 준비하고 만들었던 시간의 감동과 성취감으로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올림픽 기간 동안 강원도에서 강원도를 이야기 했던 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강원도에서 가장 먼 제주도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 시절까지 그곳에서 푸른 하늘과 바다, 한라산이 만들어낸 풍요로운 자연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이 분야의 전공자도 아닌 토목공학도였고, 남들 취업준비가 한창일 당시 총학생회 홍보팀장으로 학교 축제를 기획했던 적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의 환호와 열광에 매료되었고 그때 앞으로 행사와 축제 같이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상황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고 홀로 저를 키우시던 어머니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다는 것이 가장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보라 응원해주셨고 저는 옷가지가 담긴 작은가방 하나 둘러메고 상경길에 오르게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목표가 생겼으니 꼭 이룰 것이다’라는 마음가짐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공연/축제 등의 가장 큰 묘미는 ‘내가 상상했던 모습들이 현실화 된다’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환경들이 많이 나아지고 업무가 체계화 되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행사/축제 등의 일들이 학문적으로도 현장에서도 체계화되지 않던 시절입니다. 저는 현장 도시락 배부 역할부터 시작하며 공연장이란 곳과의 인연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공연이라는 인연을 만들고 행사와 관련된 공부도 하면서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제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말 그대로 ‘나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공부하다보니 운이 좋게도 저에게 좋은 기회들이 주워졌고, 전국체육대회 개폐회식이라든지 소위 이야기 하는 대규모의 메가 이벤트를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국가 행사들과 공연, 등을 연출하며 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내다가, 제 인생의 큰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바로 2015년 광주에서 개최된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의 개·폐회식의 총연출을 맞게 된 것입니다.

120여 억원이라는 큰 예산과 국가적 행사라는 부담감이 제 심장을 마지막 짓누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메가 이벤트 연출가로서 성장해온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나름의 책임감과 저와 함께하는 수많은 분야별 감독들과 스텝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준 수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개폐회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당시 Creative Team 감독들과의 계속된 회의들 속에서 재미있는 연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현장에서 구현되는 꿈과 같은 일들이 저에게는 큰 행복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행복을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그 때 마다 저는 ‘그때는 미쳐 몰랐던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생각의 원천이고 꿈의 터전이다’라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랐던 주변 환경과 여러 상황들이 크고 작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마음 속에 품은 꿈들이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굳게 믿어 왔습니다.

꿈..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을 성공시킨 직후, 작은 꿈이 생겼습니다.바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고 싶은 꿈이었습니다.연출자로서의 참여가 가장 큰 꿈이었지만, 안되면 현장 도시락 배달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 간절한 꿈은 저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당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제작단의 핵심으로 초기 기획에서부터 연출제작감독으로까지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부득이 2017년 6월에 사퇴하고 새로운 올림픽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강원도로부터 ‘2018평창 문화올림픽’ 총감독으로 위촉되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하는데, 당시 문화올림픽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특별한 컨셉도 없이 나열식의 가득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 속에서 기획자로서 찬찬히 재정리를 해 나갔습니다. 단순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나열이 세계인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첨단 기술만으로 무장한 그럴싸한 무대와 볼거리 위주의 쇼들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과 강원도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

그런 고민 속에서 최고의 콘텐츠는 바로 ‘대한민국과 강원도’가 품은 그 모습이자 속성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감탄하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 강.. 일출… 달..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8평창 문화올림픽’의 주제를 ‘강원도로 부터의 영감 (Inspiration from GANGWON)’으로 정하고, 수많은 문화 올림픽 프로그램들을 정리하고, 그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몇 가지 핵심 프로그램을 직접 준비하며 ‘영감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다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지난 1년을 추억하며 말씀 드리면, 겨울바다는 추워서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니 포기하라고 만류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뿌리치고, 멋드러진 경포대 해변을 거대한 미술작품으로 채우고 동해일출의 풍광을 모티브로 한 불의 향연을 종합적으로 엮어낸 ‘Fire Art Festa 2018 [獻火歌]’가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사랑한 경포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경포호수 거대한 달을 띄우고 그 달을 바라보며 소망을 빌었던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낸 빛의 예술 프로젝트인 ‘Light Art Show [달빛호수]’가 있었습니다. 겨울 산으로 가서는 우리 산하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사계절 풍광과 우리의 옛 이야기를 빛과 미디어 장치로 풀어낸 ‘Forest Story [청산☆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DMZ에서 평화에 대한 바람과 염원을 예술가들의 몸짓과 예술활동으로 모아낸 ‘DMZ Art Festa 2018 [평화:바람]’, 강원도 사람들 특유의 흥과 낭만이 어우러지는 장터의 풍광을 모티브로 구성한 ‘문화예술공연 [Art on Stage]’가 펼쳐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야기와 풍광 등을 집약시킨 공연을 기획하고 직접 연출하게 됩니다.당시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 강원도를 찾아올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 그 풍경과 삶을 선보일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공연입니다. 처음에는 강원도의 장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한국적 판타지를 펼칠 ‘실경공연’을 만들고자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시공간적 한계와 함께 여러 문제들이 생각의 앞길을 가로 막았지만, 한국적 판타지를 만들겠다는 꿈은 막지 못했습니다.

그 꿈을 향한 도전으로 실내 공간에 강원도 대자연의 스펙터클한 숲 공간을 몽환적이고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파괴하고 한국적 미장센을 만들어낸 ‘Immersive Show’이자 관객이 자연스럽게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Site-Specific Performance’인 ‘평창문화올림픽 상설주제공연 [천년향]’을 완성하게 됩니다.

당시 티켓 예매 사이트 예매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관객만족도 9.9점의 좋은 평가를 받아낸 수작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저의 작은 꿈과 끝없는 도전, 그리고 행운과도 같은 기회들이 저에게 준 선물과도 같은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어느덧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지 1년이 다 돼는데, 아직 올림픽과의 인연이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희망을 선사했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되살려 감동을 선사할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살짝 소개를 드리면 전체적인 느낌은 겨울이 갖고 있는 하얀 눈 속에서 봄이 꽃피는 자연의 모습에 산수화의 색채를 더해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 배경 속에서 강원도와 대한민국에 좋은 선물이 될 소중한 소식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기에 이정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1주년 기념식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시작된 평화의 시대가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게 펼쳐질 것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강원도가 평화의 상징으로써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저는 제가 어린 시절 제주도에서 자라며 느꼈던 자연과 함께한 순간과 삶들이 이렇게 여러 국제적인 행사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단순한 추억을 넘어 너무나도 고맙고 소중한 선물을 선사한 자연과 삶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문화예술 전문가라고 하시는 분들은, 꿈을 가지고 살며 문화 기획자이자 행사/공연 연출가로 활동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그냥 상업적인 시각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치부하는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고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다른 새로운 싹이 꽃피우지 못하도록 배제하고 심지어는 싹을 밟아버리는 가슴 아픈 병폐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저 역시 이런 병폐를 경험하기도 했고 또 앞으로도 계속 경험할 수 있기에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뒹굴던 소위 비전공자라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창작물을 경험했고 그 성과를 보았다면 더 이상 그들을 배척하고 억누르기보다는 진정한 실력을 갖춘 그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젊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분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만의 문화를 만들고 싶고 저만의 브랜드,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나아가려 합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는 이럴 거야’라고 하는 것처럼, 감히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예술 분야에 있어서도 김태욱이라는 사람이 만들면 이 공연은 아마 이런 느낌일 거야 라고 많은 분들이 예상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저의 입지를 굳혀 나가도록 노력하며 앞으로도 더욱 좋은 작품과 공연, 그리고 행사들로 항상 여러분 곁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머무는 기획자, 연출가로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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