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한식 조리명장 1호, 박대순 - 레전드매거진

한식 조리명장 1호, 박대순

당신의 요리는 신념이 담겨있습니까?
한식 조리명장 1호 박대순

제 모토는 정직과 성실, 그리고 도전입니다.
정성을 다한 음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 박대순, 한식

반갑습니다. 조리사 박대순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언론 매체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셰프가 자주 등장하다 보니 ‘조리사’라는 직업을 친근하게 여기는 분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통해 요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조리사로 활동하며 나름의 노력을 통해 조리기능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한식 조리명장 자격을 취득하였는데, 명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선정된 13인의 명장 가운데 한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영광스럽게도 한식 부문에 서는 최초의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며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국빈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귀빈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 운명처럼 시작된 조리사의 길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조리사의 길을 걷게 된 데에도 운명이 작용하였는지도 모르 겠습니다. 저는 육류가공을 가업으로 하던 집안의 삼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집 안팎의 일을 도맡아 하셔야 했기에 늘 바쁘셨지요. 결국, 삼 형제 중 누군가는 어머니를 도울 수밖에 없었고, 그 일은 제게 운명처럼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 호텔, 조리사로서의 기본을 배우다

제 노력 때문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였는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실습한 호텔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은 군대를 제대한 이후까지도 계속되었죠. 덕분에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호텔에 소속되어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호텔 근무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수입은 물론이고 근무 시간이나 업무 내용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죠. 조리사로서의 기본기를 철저하게 습득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다양한 조리 영역의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는 데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 진정한 스승과 함께한 6년, 박대순의 요리를 고민하다

그렇게 안정적인 호텔 생활을 뒤로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스승님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지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스승님 곁에서 모든 시간을 함께 하였습니다. 우선, 좋은 식재료를 선별하는 방법을 배웠고, 고기를 조리하는 다양한 방식과 양념 준비, 그리고 냉면 조리법 등에 이르기까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게 되었죠.

# 스승의 가르침을 깨닫다

스승님을 떠난 후부터 저는 박대순만의 요리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의 요리가 대체 무엇일까?’, ‘박대순만의 요리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당시는 정말 폐인처럼 지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반년 가량을 무기력 속에서 허우적댈 때, 처음 조리사로 근무 했던 호텔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일손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이야기였지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제 고민에 대한 답을 빨리 찾을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저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호텔에 도착하여 깜짝 놀라게 됩니다. 6년 간 다른 호텔이 아닌 일반 가든에서 근무했던 저에게 부주방장 직급과 기존 임금의 3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호텔 대표님과 총주방장님께 서는 그분 밑에서 배우며 6년을 버텨온 사람이라면 이 정도 자리는 책임질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요리를 통한 소통을 중시하셨던 스승님의 큰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 고, 함께 한 시간 동안 제게 주신 가르침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 감사에 대한 보답이 조리명장의 길로 이끌다

제가 호텔의 총주방장이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가르 침을 주신 스승님과 귀감이 되는 선배들, 그리고 함께한 동료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조리사로서 그들 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제가 갖고 있는 저만의 레시피를 공유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음식부터 1등급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까지, 제가 그동안 접해본 모든 음식의 조리법을 정리해서 보완하고 또 개량한다면 한식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리기능장의 자격은 이러한 제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취득 하였습니다. 기능장이 된 이후에도 배움을 이어가 끊임없는 연구와 정리 과정을 통해서 2016년도에 준명장 자격을 취득하였 고, 2018년도에는 최초의 한식 명장, 동시에 최연소 조리명장으로 선정되며 대통령님께 직접 칭호를 부여받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경험하였습니다.

# 끝없는 배움의 길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이는 식약재를 활용한 보양식이 많은 한식에 더욱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먹기 좋고 맛도 좋으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 해왔고 현재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약재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경험에만 의존하다 보니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실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체계적인 학문의 필요성을 느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의학을 전공하여, 마침내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궁중 음식 신선로를 현대적으로 개량한 신선탕이라는 음식을 개발하였고, 사포닌 성분이 풍부한 황칠나무를 사용해서 건강 레시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지식이 있다고 하여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혔고, 지식이 늘어날수록 모르는 것 역시 많아졌습니다. 그럴 때면 스승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고, 그 가르침을 마음속에 다시 새기곤 하였 습니다. 저는 지금도 늘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CCC 가입국이 되다

최고의 셰프 모임이라는 뜻의 CCC(Club des Chefs des Chefs) 는 1997년에 프랑스의 유명 레스토랑인 폴 보퀴즈(Paul Bocuse) 에서 모임을 개최한 질 브라가르(Gilles Bragard)를 비롯한 최정상 셰프들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유럽의 왕실이나 대통령등 각국을 대표하는 정상들의 음식을 책임지는 셰프로서 자신들의 노고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시작한 연회가 지금의 CCC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 명장의 철칙, 성실 그리고 정직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성실과 정직입니다. 저는 어떤 곳에서 일을 하든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마지막에 불을 끄고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누가 보든 안보든 상관없이 저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식재료의 상태를 살피고 오늘의 조리를 계획하는 일부터, 하루를 마감하며 주방을 정리 하고 내일의 식단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주방의 전반적인 운영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매일 부지런하게 움직이다 보면 본인보다 주변 동료들이 먼저 그 노고를 인정하고 더욱 격려해줄 것입니다. 그런 성실함에 배우 고자 하는 의지, 실력까지 겸비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또 저는 ‘정직’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그러하지만 조리사로서 음식을 대할 때 특히 정직함을 갖추어야 합니다. 요령을 부려서 만든 음식은 진정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습니다. 더운 여름, 뜨거운 불 앞에서몇 시간 동안 커다란 솥 앞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위와 갈증에서 빨리 벗어나고만 싶어 지겠죠. 하지만, 조리사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하나, 둘 외면 하다 보면 나중에 더 큰 화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 시기를 겪으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게 되니 그러한 상황을 더욱 느끼게 되었 습니다. 몸이 힘들더라도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음식을 만들면 그 진실함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 명장으로의 길

명장을 꿈꾸는 이라면 프랜차이즈처럼 규격화되고 전문화된 음식점보다는 다소 힘들고 거칠더라도 날것에 가까운 조리를 하는 곳에서 근무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조리에 있어서 자신의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 학교나 교육 기관 등 배움의 과정에 있다면 다양한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직장 생활을 한다면 산업기사를 준비하며 자신의 전문적인 기술 연마에 힘 쏟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 업종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다른 셰프들에게 인정받는 기술을 습득하여야 합니다. 또한 요리에 대한 실력만큼이나 바른 인성을 가져야 합니다. 오랜 시간 초심을 유지하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주변에 훌륭한 동료들이 모일 것입니다. 그들과 교류하다 보면 혼자 연구할 때와는 또 다른 방향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누구 에게나 인정받는 셰프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 한식 조리사로서의 숙제

전 세계에 부는 K-Pop 열풍은 모두가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K-Pop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K-Food 역시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을 가면 한식에 대한 상상 이상의 관심에 매번 놀라게 됩니다. 한국을 대표하여 해외에 나가 현지의 반응을 실감한 한식 조리명장으로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은 늘 고민하고 있는 과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음식에는 세계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으며, 이와 반대로 각국의 음식이 지닌 특이한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한다면 세계인들의 식탁에 한식이 오를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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