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건축음향 RPG KOREA, 최준혁 대표 – 레전드매거진

건축음향 RPG KOREA, 최준혁 대표

수학과 미학의 교차점에서 만난 건축음향
RPG KOREA 디퓨저 시스템
최준혁 대표

알피지코리아디퓨저시스템(RPG KOREA)은 공연장, 종교 집회 공간, 회의실, 스튜디오 등 음향 공간의 설계와 컨설팅, 감리, 시공 및 특수 음향 솔루션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컨설팅 업체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행복을 느끼는 요소가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모양새와 온도 등으로 다양하듯 건축음 향에 있어서도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들 못지않게 시각적인 효과도 중요하며 이와 같은 담론에서 건축음향 설계자는 비유하자면 마에스트로와도 같다. 건축, 음악, 물리, 컴퓨터 등다방면의 경험과 기술, 그리고 안목이 요구되며 각 요소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 최준혁 대표는 음향을 공부하러 간 미국 유학생활 중 알피지디퓨저시스템의 인턴십 후 연구원으로 5년여간 확장패널 개발 및 컨설팅 업무에 참여했고, 습득한 배경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알피지 코리아를 설립하기 위해 귀국했다. 우리는 최준혁 대표를 만나 건축음향의 설계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예술적 가치와 속성에 대한 그의 견해에 주목했다.

건축음향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아메리칸 대학에서 오디오 테크놀로지학을 전공했어요. 학사과정을 수료하던 중 건축음향 분야를 접했습니다. 전기음향을 공부할 때는 물리적 수치에 의해 결정되는 소리의 품질과 특성에만 집중하는 반면, 건축음향은 얼핏 육안으로 보기에는 음향과 관련 없어 보이는 공간 내 구성요소들까지 세세하게 고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분야입니다.
그 까다로움 때문인지 건축음향에는 예술적인 면모가 다분해요. 이를 테면 공간 인테리어, 마감재, 바닥의 종류, 조명까지 모두 건축음향의 오브제라고 할 수 있죠. 저는 본래 음악과 예술을 좋아했기에 이러한 저의 관심사와 건축음향 분야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건축음향이라는 단어를 건축과 음향으로 분리했을 때, RPG KOREA 의 실무는 두 단어 중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나요?

음향 컨설팅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저희 회사는 건물 컨셉, 인테리어 디자인, 시공 효율성과 실용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음향적인 자문을 하고 있어요. 때문에 업계에서 일을 하려면 건축물 및 인테리 어적 요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음향에 대한 전문 지식이 요구되죠. 실무적으로 예를 들면 보통 흡음재라고 하면 달걀 판과 흡사하게 생긴 방음재를 떠올리는데, 저희 기업은 유리나 석고 보드 등의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적절한 흡음력을 구사해 음향 기능을할 수 있도록 자문하는 일을 합니다. 물리적 공간, 인테리어의 미적 감성, 건축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될 수 있도록요.

그렇다면 건축음향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무엇보다도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설계가 최우선이며, 두 번째로 소방법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설계 또한 중요한 고려대상이죠. 한국의 소방법은 타국과 비교 해봤을 때 규제가 강력하고 까다로운 편입니다. 따라서 소방법을 준수하면서 심미적인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저희의 몫이죠. 소방법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수할 수 있는 음향시설의 마감재는 돌 소재 정도예요. 그러나 실제로 돌을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안전성과 친환경성과 내구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보고 돌 소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편의성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그 공간을 사용하는 엔지니어의 요구사항, 작업 습관, 특성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미국 RPG에서도 일을 해보셨는데, 한국 RPG와 미국 RPG의 실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미국 RPG는 확산패널의 개발과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RPG에서는 확산패널 개발과 컨설팅에 설계와 시공까지 병행하고 있어요. 한국의 실정에 맞게 일을 하다 보니 업무의 범주가 넓어진 것인데, 장단점이 있죠. 물론 한국에서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한다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한 업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병행하다 보니 실용성, 기능성, 내구성, 디자인까지 고려하게 되어 유리한 점도 있어요. 해외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나는 외국 기업들이 저희의 업무처리 속도를 보고 놀랄 때도 많아요. 외국 기업들은 이틀이나 삼일이 소요될 일들을 우리는 몇 시간 안에 전부 해결한다면서.

RPG KOREA를 설립하게 된 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었나요?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건축음향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어 요. 국내 마감재는 대부분 페인트, 벽지, 대리석 정도로 획일화되어 있었고요. 미국 RPG는 스튜디오는 물론 일반 가정과 업무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확산패널에 대한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저는 이를 제 스승이자 상사인 피터 디 안토니오(Dr.Peter D’Antonio)로부터 배웠습니다. 본래 자신의 스튜디오 설계를 목적으로 패널을 개발 했는데, 주변에서 그의 스튜디오를 본 이들로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컨설팅 문의가 쇄도했죠. 그러다 규모를 확장시켜 1983년에 본격적 으로 회사를 설립해 마감재 패널 개발을 전문화시키면서 확산의 이론적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시켰어요. 피터로부터 앞선 기술들을 배운 경험은 저에게 귀중한 자산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란 무엇일까요?

사람은 큰 소리에 더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는 등청감 곡선이 라는 개념 때문인데, 우리 귀는 20Hz부터 20만 kHz까지도 들을 수있지만, 주파수에 따라서 소리의 감도를 다르게 느끼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귀의 구조상 1-4kHz까지의 주파수를 선명하게 듣고 저음 이나 초 고역음은 잘 못 듣는 경향이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죠. 곡 자체의 여운과 희소성보다는 컴프레션과 레벨의 비중을 높여서 감도가 좋게 들리는 음악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되면 어쿠스틱 음악, 발라드, 클래식 등 여운이 중요한 음악에서 여운이 사라져서 그 음악들의 진수를 경험할 기회는 줄어들고, 결론적으로 우리가 다양한 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와 확률도 점점 줄어드는 거죠.

오늘날 확산패널 시장에서 주목받는 소재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시장에서 주목받는 소재들은 펠트, 천연 울 소재가 될 거예요.
천연 소재는 본래 단가가 높아요. 하지만 폴리에스터 펠트를 사용해 실정에 맞게 자재를 국산화시키면 단가를 낮춰 비용 부담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펠트는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주거공간과 사무공 간, 회의실에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면 인테리어의 일환으로 액자에 걸어두면 공간의 울림으로 발생하는 진동음을 줄일 수 있어 효율성이 뛰어나죠.

RPG DIFFUSOR SYSTMES INC. 는 확산(diffusion) 기술에 대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확산 기술’이 무엇인지 독자 분들도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을 부탁드려요.

흡음과 반사의 중간 개념입니다. 평면에 소리를 입사했을 때, 입사각과 동일한 각으로 소리가 퍼지면서 특정 방향으로만 일정하게 소리가 이동하게 되죠. 그럼 공간의 구조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특성도 달라지겠죠? 확산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공간의 음향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확산 기술을 사용하면 한 공간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에너지를 균일하게 전달함으로써 훨씬 더 동일한 소리를 듣게 만들 수 있어요. 또한 확산 표면의 사양에 따라 원하는 주파수 대역의 에너지를 여러 방향으로 부챗살처럼 균일하게 전달 하는 과정에서 공간감을 향상하고 명료도를 떨어뜨리는 각종 울림도 억제하게 되는데 흡음을 최소화하면서 음향 제어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생기 있는 음색을 만들 수 있어요.

한국에서 건축음향 업계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의 현실적인 제약사항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시간과 비용입니다. 저희가 취급하는 자재들은 대부분 고가예요. 또 자재 설계 시 천정, 측면 벽, 바닥 등 위치에 따라 각 자재의 활용도와 배치도 달라지죠. 실은 저희 제품의 카피본이 시중에 많아 오리지널리티의 의미가 퇴색돼버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겉만 흉내 내는 걸로는 원자재의 내구성이나 기능성까지 커버하기는 어렵지 만, 육안으로 봐서는 모르는 사람은 한눈에 구별하기가 어렵기도 하죠. 이런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가 국내에 많지 않다 보니 경험해보지 않고는 저희 업체에 일을 맡기면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선입견도 존재할 것 같아요.

또, 앞서 말씀드린 듯 1년이 걸릴 작업을 한국에서 두세 달 만에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실은 이런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죠. 그 기간 동안 전기 설치, 소방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설계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기간이 짧다 보니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요.

보통 외국에서는 각 기능들의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보험이 있는데 한국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 문제가 생길 경우 현장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에 요. 이런 상황들은 산업의 발달에 제약적인 요소들로 작용하죠. 클라이언트가 지불하는 비용으로만 본다면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할 때 국내 업체에서 받는 비용은 외국 회사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고, 사례비가 제대로 못 나가다 보니 특출나게 우수한 사례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에요.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시작된 불경기로 현재 건축음향 업계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됐어요. 업계 종사자가 독립해서 회사채를 새로 운영하고, 그러면 개인으로 일하게 되니 영업관리비가 적게 들어가는 면이 있어 클라이언트로부터 타업체보다 돈을 좀 적게 받아도 프로젝트를 진행하죠. 그러다 독립채가 점점 많아져 지금은 결국 다시 모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현실을 이야기하자니 씁쓸하네요. 어쩌면 미래 미디어 산업의 발달이 현 업계의 이러한 상황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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