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영화녹음감독, 안성일 – 레전드매거진

영화녹음감독, 안성일

안녕하세요, 안성일 감독님. 구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동시 녹음을 하는 안성일 이라고 합니다. 동시 녹음이란 영화 촬영과 동시에 배우의 대사도 녹음 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배우의 감정 연기가 중요하거나 현장의 소리가 필요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남극일기>라는 영화에서 흔히 말하는 막내로 활동을 시작하여 <분홍신>, <행복>,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작품을 거치며 붐 오퍼레이터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 후 <글로리데이>, <그래, 가족> 등의 작품을 시작으로 녹음 감독에 데뷔하여 최근 개봉한 <퍼펙트맨>과 2020년 개봉을 앞둔 <사냥의 시간>, <특송> 등의 제작에 참여했으며, 현재는 사운드브라더스라는 팀에서 녹음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동시 녹음이라는 분야가 다소 생소하기도 한데요,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던 건가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고 촬영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제작에 직접 참여해본 적은 없는 일반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계에서 일을 시작한 친구로부터 일 해보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때 받은 제안이 동시 녹음팀이었고 그를 시작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상미가 두드러지는 파트와는 다르게 동시 녹음 팀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붐 오퍼레이터로 활동하던 초기엔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각적인 부분에서 오는 자극에 매료 되고 감탄하는 경우는 많지만, 의식적으로 소리에 집중하시는 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많은 작품에 참여하며 소리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자극하는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 다. 조명, 미술, 분장이나 특수효과처럼 그 결과물이 시각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영상물에 대사가 추가되었을 때 비로소 영화의 이야기가 완성되고 어떠한 주제를 갖는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어 관객의 마음속 깊은 곳에 여운이 되어 끝까지 남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잘 안 들리던 작은 소리도 한번 인지하기 시작하면 신경 쓰여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런 소음을 배제하고 배우의 깨끗한 연기와 음성만 전달하여 관객분들이 영화에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안겨드리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동시 녹음 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각자가 맡은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동시 녹음 팀은 기본적으로 녹음 감독, 붐 오퍼레이터, 붐 어시스 턴트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붐 어시스턴 트는 이름 그대로 붐 오퍼레이터를 돕는 사람으로, 붐 오퍼레이터가 안정적이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끔 장비의 세팅을 돕고, 공간이나 동선을 확보하고, 현장의 소음을 체크하여 필요하다면 소음의 원인을 제거하는 등 붐 오퍼레이터가 온전히 소리를 담아내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붐 오퍼레이터는 붐 마이크 안으로 배우의 대사가 최대한 잘 들어올 수 있도록 음성을 녹음하는 사람 입니다. 마이크의 위치와 배우의 동선에 따라 소리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카메라의 화각을 고려하여 영상에선 보이지 않지만 최대한 배우와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의 대사를 픽업하는 일을 합니다.

녹음 감독은 현장에서 동시 녹음을 총괄하는 사람 으로, 두 사람이 받은 소리가 깨끗하게 잘 녹음되었 는지, 중간에 잡음이나 대사가 틀리진 않았는지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합니다. 잡음이 섞였을 땐 영화 감독님과 상의를 거쳐 다시 녹음하거나 일부분만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후시 녹음으로 마무리하는등 현장의 상황을 조율하는데, 감독님마다 동시 녹음이나 후시 녹음을 선호하는 경우와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동시 녹음 팀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후시 녹음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 동시 녹음과 반대 되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는지 궁금해요. 

동시 녹음은 현장에서 영상 촬영과 동시에 녹음을 진행하는 것으로, 배우들의 대사나 감정 연기를 고스 란히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감이 느껴지는 생생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소음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나 예상치 못한 잡음이 섞일 수밖에 없고, 대로변이나 공사장, 바닷가 등 늘소음이 발생하고 심한 곳이면 동시 녹음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후시 녹음은 영상 편집이 끝난 후의 영상에 녹음을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영화에서 영상 편집이 끝나기까지 짧게는 2~3개월 늦으면 6개월까지 걸 리기 때문에 배우가 편집된 영상을 보고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녹음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음이 완벽하게 통제된 곳에서 깨끗한 음성을 얻을 수 있으며, 촬영이 끝난 이후에 부족한 음성이나 현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동시 녹음과 후시 녹음은 어느 것이 더 우월하기보다 각자의 장점이 있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동시 녹음을 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동시 녹음은 영화관에서 쓰이는 커다란 음량을 전제로 녹음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던 작은 소리도 마이크에 픽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소리들이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최대한 소음을 배제하고 영화 안에서 이루어지는 배우의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번 깨끗한 소리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배우들도 사람이기에 무한정으로 연기를 요구할 순 없으며, 영화 촬영이란 언제나 변수가 상주하는 현장 에서 다양한 팀과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저희의 욕심만 내세울 순 없습니다. 자기 파트에 대한 욕심은 모두가 같기 때문에 영화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를 우선시하여 다 같이 공감하고 움직여 주는 편입니다. 최종 결정권자는 영화감독님으로 현장 스탭 모두 감독님의 의견을 따르고 있습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책은 많은 책임이 따르는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술 파트로서 소리가 깨끗하게 녹음되고 있는가에 집중하지만,
감독님은 촬영, 조명, 미술, 분장, 의상 등 모든 파트를 고려하고
문제 상황에선 의사소통의 중심이 되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수장이다 보니
어려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동시 녹음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는 볼륨 조절이 안되고 되감기가 없기 때문에 이미 지나간 장면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깨끗한 대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장비를 준비하고 있는데, 카메라 앵글에 대응할수 있도록 다양한 붐 스탠드를 구비하고 있으며, 붐이 들어가기 어렵거나 주변 소음이 클 땐 몸이나 옷에 마이크를 부착하거나 구조물에 마이크를 숨기는등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음식점이나 시위 현장 등 영화 내에서 외부 소음이 필요한 신을 촬영한다면 소음이 통제된 상태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녹음하고 현장의 소음만 따로 녹음합니다. 이렇게 녹음된 소음을 왈라(wall of sound)라고 부르는데, 따로따로 녹음된 대사와 왈라를 가지고 밸런스를 조절하여 최종적으로 영상에 삽입합니다. 소리를 따로 분류해 놓아야 연출이 용이하고 대사에 집중할 수 있어 영화에 더 몰입할 수있게 만들어줍니다.

어느 분야던 마찬가지겠지만, 영화 촬영도 경험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문제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고 돌발 상황에서도 경험을 살려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요령이 생기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무선 마이크가 보급화되며 둘 이상의 붐 오퍼레이터를 쓰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데, 무선 붐을 사용하면 마이크 라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 롭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쉽기 때문에 무선을 선호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시 녹음 감독으로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보다 영화를 제작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때에도 작품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요. 옥에 티처럼 눈에 띄는 마이크가 집중을 방해하기도 하고, 훌륭한 씬에 감탄하다 가도 이 씬에선 마이크를 어디에 뒀을까? 란 기술적 의문이 들 때도 있어요. 또, 대사를 듣다 보면 의식하지 않아도 어디는 동시를 썼고 어디는 후시를 썼는지 느껴지다 보니 영화를 봐야 하는데 자꾸 분석하게 되네요. (웃음)”

영화 외적인 어려움이라면 동시 녹음을 하려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촬영, 연출, 제작, 조명에 더 큰 관심 갖고 있고 녹음을 전공 하려는 친구들은 흔치 않으며 학교에서의 수업도 상대적으로 녹음 파트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음의 매력이나 중요성에 대해 가르쳐주는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동시 녹음에 대한 필요성과 이해가 부족하고 심지어 어떤 경우는 동시 녹음 기사 한 명으로도 촬영이 가능한 줄 아시는 분도 계실 정도입니다. 동시 녹음에 대한 필요성과 저변 확대가 아쉬운 현실입니다. 

참여하신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붐 오퍼레이터로 참여했던 <놈놈놈>이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 기간만 10개월 가까이 걸린 작품으로, 봄에 촬영을 시작하여 겨울에 끝났기 때문에 계절별로 겪을 수 있는 비신, 눈신을 비롯해 슈팅카, 렉카 촬영, 사막 신과 해외 촬영 등 붐 오퍼 레이터로서 다양한 상황과 경험을 늘려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의 둔황 사막에서 거대한 모래 폭풍을 만났던 기억과 식사를 하는데 밥 위에 후추처럼 모래가 솔솔 뿌려진 밥을 먹었던 것도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녹음 감독으로 촬영에 참여한 <사냥의 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녹음 감독이 되어서 맡은 작품이었기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특히 촬영 스탭을 비롯하여 젊은 배우가 많이 참여하 였는데, 젊은 영화인이 주축이 되어서 100억 원 규모의 거대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실감했고 함께 촬영한 이들이 대단 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가능한 오랫동안 많은 작품에서 녹음 감독 으로 제작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많은 작품에 참여 한다는 것은, 제가 열심히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또 동시 녹음이 필요한 이에게 거리낌 없이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저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과도 함께 하고 싶고 젊은 제작자 분들과도 함께하고 싶은데, 저보다 젊은 분들에겐 경험과 노하우를 보여주고, 선배 들에겐 젊음의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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