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매거진 택견꾼, 황인무 - 레전드매거진

택견꾼, 황인무

택견은 서울 강북 지역에서 전수되어온 전통 무예다. 태껸이라고도 불리는 이 무예는 1983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76호로 무예로서는 최초로 한국 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또 2011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도 무예로서는 최초로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이자 한국인의 혼이 담긴 전통 무예 ‘택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헌신하는 열혈 택견꾼 ‘황인무’를 만나 택견과 함께 걸어온 그의 인생 이야기와 택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택견꾼, 황인무]

안녕하세요. LEGEND 매거진 독자 여러분.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사) 결련택견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택견꾼 황인무입니다.     

택견은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76호이며 2011년 무술로는 최초로 UNESCO 세계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통무예입니다. 저는 1995년 처음으로 택견을 접하게 되었고 2001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까지 다수의 방송 출연과 인터뷰, 강의 등을 해왔으며 택견 시연으로 대중에게 택견을 알리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사동의 명물로 자리 잡은 ‘택견배틀’의 진행과 심판으로 15년째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로 택견을 알리는 동영상을 제작해 택견 대중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열혈 택견꾼입니다.      

택견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저는 어릴 적에 무혈 괴사증이라는 질병을 앓아서 왼쪽 발과 오른쪽 발의 길이가 무려 7cm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그로 인해서 두발에 깁스를 하고 6개월 이상 누워서만 지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답답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몸을 쓰는 일이 좋았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끊임없이 운동부에 들어가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제 몸을 걱정하시는 어머님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번번이 운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어머니 몰래 복싱체육관에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도내 복싱대회에 나가 우승을 했고 그즈음 우연히 TV에서 ‘택견’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제 눈에는 너무 신비하고 아름다우며 강인한 무술로 보였고,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바람처럼 상대방을 제압하는 시연을 보고 완전히 택견에 매료되어 수소문 끝에 택견전수관에 등록하게 되면서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는 택견을 할 때마다 항상 ‘나는 정말 운이 좋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택견을 하면서 너무나 좋은 선생님과 스승님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중 특히 사) 결련택견협회의 도기현 회장님을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 사실 그분에 대한 존경심이 지금까지도 제가 택견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생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거칠기만 하던 철없던 시절, 도기현 회장님께서는 저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시고 저를 믿어주시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저는 회장님께 택견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간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참다운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항상 회장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버팀목인 도기현 회장님과 함께 제 인생의 롤모델이 한 분 더 계신데 바로 ‘이소룡’입니다. 중학교 시절 그의 영화를 보면서 액션배우를 꿈꾸게 되었고 지금도 택견을 하면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이소룡’처럼 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소룡은 생전에 단 4편의 영화로 ‘쿵후’를 세계에 알리게 되었고 지금도 절권도, 영춘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련 인구를 가진 무술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소룡이 제시한 철학적 사고에 수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육체적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가 택견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 영화를 통해 택견의 아름다운 몸짓 속에 감춰진 강력함의 매력을 발산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멋진 무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가올 그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택견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15년째 인사동에서 매주 토요일 택견 시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연을 하다 보면 대중들이 택견을 바라보는 시선이 피부로 와 닿을 때가 많습니다. 시연을 시작도 하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개그프로에서 봤던 ‘이크~ 에크’하며 흐느적거리나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모습이 각인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택견은 수 백 년 이전부터 민중들에 의해 끊임없이 전수되어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 무예입니다. 일제시대에는 택견의 강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일본인들이 택견을 철저히 금지시키기도 했으며, 백범일지에는 백범 선생이 일본 경찰을 제압하는 장면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백범 선생이 택견의 고수라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 우리의 전통 무예가 과연 우스꽝스럽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택견을 배워보시면 아시겠지만 택견은 기본적으로 백스텝(후퇴)이 없습니다. 제자리 아니면 전진만 있는 것이죠. 그리고 모든 과정이 견주기(대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견주기를 하며 이어져왔기 때문에 필요 없는 기술들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실제로 사람을 타격하거나 넘어 뜨릴 수 있는 기술들만 남아있습니다. 택견이 부드럽다는 것은 움직임이 부드러운 것이지 기술이 부드럽다는 것이 아닌 것을 꼭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택견의 대중화를 위해 이룬 성과

사실 제가 지금까지 이뤄왔던 모든 일은 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택견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입니다. 택견은 겨루면서 발전된 무예이고 모든 시연은 여럿이 함께 하기 때문에 저만의 성과는 아닌 것이죠.      

다만 저는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5월부터 6개월간 진행하는 ‘택견배틀’이라는 큰 경기를 2004년부터 지금까지 15년 이상 진행하며 심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택견의 대중화를 위해 방송에 출연해 택견을 소개하는 일에 앞장섰고,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택견 영상을 제작해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 해는 5월부터 11월 초까지 인1사동에서 ‘서울시 택견 상설공연’을 매주 2회 열었습니다. 이 공연은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택견을 선보이는 무대이기에 저에게 더욱 큰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연을 본 많은 내·외국인 분들이 시연 후 저에게 ‘너무 좋은 공연이고 택견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실 때 말할 수 없는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역시 위에서 말씀드렸던 사람들의 택견에 대한 인식입니다. 여전히 택견을 개그 소재로만 소비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인데 그것을 차차 개선해 나가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의무라 생각합니다.      

택견 세미나

국내에 계신 내국인들 역시 아직은 택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외국에서는 택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심지어 인사동에 위치한 전수관까지 택견을 배우러 오기 위해 저에게 연락을 주시는 외국인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열리는 세미나는 체코에서 진행되는 두 번째 세미나입니다. 지난 첫 번째 세미나에서 저는 그들이 선입견 없이 택견 그 자체에 큰 흥미를 가지고 택견의 우수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두 번째 열리는 세미나로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그들이 택견을 수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체코 세미나 이전에도 2014년 독일, 그리고 2017년 프랑스에서 ‘Korea Live’라는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축제에서 택견을 선보인적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에서 택견을 배우고 싶어 하거나 또는 이미 수련을 시작한 외국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는 호주, 독일, 프랑스, 미국 등 4개국에서 ‘택견 세미나’ 일정이 확정되어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택견이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열린 ‘서울시 택견 상설 공연’으로 많은 내·외국인에게 택견을 선보였고 그 공연을 보고 택견에 대한 인식이 실제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 전보다 더 많은 분들께서 택견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배우기 위해 협회를 찾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러한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며 한국의 전통 무예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저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노력이 빛을 바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택견의 세계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믿습니다.     

택견은 소중한 우리의 전통무예이자 지켜야 할 문화유산입니다. 더 많은 분들께서 택견을 사랑하고 수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LEGEND 매거진을 통해 이렇게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택견에 대한 말씀을 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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