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유수경

그녀가 추구하는 춤의 세계

다른 장르와의 유연하고 세련된
콜라보 작업들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무용가 유수경,

유수경 님 반갑습니다. 저희가 유수경 님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현대무용가 유수경 혹은 무용가 유수경 중 어떤 타이틀이 더 정확한가요?

제 전공이 현대무용이기 때문에 현대무용가 유수경으로 많이들 부르시고, 저 또한 그렇게 소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무용 장르 간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서 어떻게 불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 ‘제100주년 전국 체육대회’ 개회식과 폐막식의 퍼포먼스 준비로 한창 바쁘셨죠? 안무를 준비하시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시고자 했는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 등 작품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무사히 마치신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획의도는 ‘몸’이었어요. 사람의 몸이 주는 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기획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 씬에 수백 명 이상의 댄서들과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하게 되었어요. ‘묵별의 시대’와 ‘빛의 도약’이 그러했죠. 이번 주제 공연을 통해 기술이 아무리 화려하게 발달하여 인간 문명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할 지라도, 인간의 몸이 가진 절대 불가결한 표현력이 주는 감동과 에너지를 대체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획의도 하에 ‘화합’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문 스트릿 댄서들과의 콜라보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장르가 화합되었던 것도 메시지 전달의 일환이며, 안무적으로도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체제 하에 이루어졌던 역동적인 시대상의 변화 속에서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대중가요를 춤으로 표현함으로써 세대 간의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화합으로 극복하는 길을 모색했어요. 이번 퍼포먼스가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가고 겪어내야 할 시간들과 지금 우리의 시대가 연결되는 시대적 화합 도모에 대한 열망의 기록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지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근황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두고 계신 공연이나 준비 중이신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10월 26일에 현대카드 언더 스테이지에서 문화 프로젝트 ‘다빈치 코드’의 일환으로 선우정아 씨와 즉흥 콜라보 공연이 있어요. 선우정아 씨의 보컬 및 음악 세션들과 무용가들이 만나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토대로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얼마 남지 않아 준비에 한창인데, 매거진이 나간 후에는 공연을 마친 뒤겠네요.

선우정아 님의 ‘Invisible Treasure’ 뮤직비디오 콘셉트가 독특하더라고요. 안무를 맡으셔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원래 그날은 선우정아 님의 ‘CLASSIC’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날이었습니다. ‘CLASSIC’ 뮤직비디오 안무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생각했던 것 중 객석에서 선우정아 씨가 함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을 ‘CLASSIC’에서는 넣지 않게 되었어요. 촬영을 마친 뒤 저희가 ‘Invisible Treasure’와 ‘Fall Fall Fall’의 뮤직비디오를 클립 형태로 담아보는 과정에서 그 아이디어가 ‘Invisible Treasure’의 가사와 곡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하에 즉흥적인 뮤직비디오가 완성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무용을 잘 이해하고 계시기에 소통이 잘 되고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 감각적이고 직감적인 연출이 가능했고, 그 결과로 세련된 즉흥성이 가미된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예술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무용도 마찬가지로 끝없는 창의력을 요하는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안무를 만드실 때에 어떤 영감을 통해 소재를 발견하시나요? 그리고 창작을 하실 때 이따금씩 겪게 되는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창작에 영감을 주는 부분들은 너무나도 많아요. 어떠한 주제가 주어지면 그 주제에 의해서 받기도 하고, 관련된 음악에 의해서 받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의 몸에 의해서 받기도 하는 등 다양한 순간들과 장면들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표현을 위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적인 발상들을 토대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도 즐겁고, 때로 작업을 하다 막히는 순간에는 그 나름대로 어떻게 답을 찾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다가 결국 답을 찾았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스케치와 단상들이 어떤 주제와 만나 두각을 드러내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온몸에 배어있는 일상속 아이디어의 기록들을 소재로 사용해 나가고 있어요. 그 순간들이 조화를 이루게 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흐름이 맺어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항상 즐거운 마음입니다.

유수경 님은 앞으로 계속해서 무용가의 길을 걸어가실 테고, 분명 어떤 시점에 이르러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후세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셨으면 하나요?

저는 무용계에서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인터뷰하게 된 것 자체에 대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콜라보와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또 저희 세대를 비롯해 다음 세대로 갈수록 다른 장르들과의 소통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무용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모두 무용과 관련된 분들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무용 안에서만 머무르기보다, 무용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장르와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만나서 작업하고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넓혀가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현대무용의 순수한 가치가 훼손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향후 어떻게 기억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가짐만 말씀드리자면, 저는 50년 후에도 계속 무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무용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면서 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예술가들은 이미 소통에 대한 답을 알고 있어요. 다만 서로를 이어주는 고리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현대무용을 대중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변질되거나 다른 장르에 흡수되어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내가 가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하여 더욱 많은 분들이 현대무용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도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계신데 현대무용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 서로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현대무용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실 만한 좋은 공연이나 축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국제 현대무용제 ‘모다페(MODAFE)’를 추천합니다. 일 년에 한 번 개최되는데, 연극과 순수무용, 행위예술 등 다양한 현대무용 장르의 해외 및 국내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페스티벌이에요. 이밖에도 서울 세계 무용축제 ‘시댄스(SIDANCE)’에서 해외의 유명 작품들과 다양한 장르의 콜라보가 이루어지는 신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요. 

다음 질문입니다. 무용가로서 수경님이 생각하는 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른 장르도 비슷하겠지만, 특히나 춤을 추는 시간은 동작들에만 완전히 몰입하여 무의미한 생각과 걱정들을 차단하고 오로지 저만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으로 저를 데려가 줘요. 근육에는 기억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별히 어떤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몸이 기억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연습을 할 때면 나 자신이 음악에 온전히 동화되고 몰입되는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그 순간에 느껴지는 기분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아마 보는 사람들보다 추는 사람들이 더 즐거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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