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광민

피아노가 곧 삶이 된 그의 음악 이야기
피아니스트 김광민

Q.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린 시절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 분 다 학교 선생님이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전공하셨어요. 두 분 다 음악을 좋아하셨죠. 하지만 어머니가 제게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시지는 않으셨고, 다섯 살 때 저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가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저를 보더니 너무 어려서 가르치기 힘들 것 같다 말씀하셨는데, 어머니께서 하루만 가르쳐 보고 그때도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겠다고 하셨어요. 가르쳐 보시더니 제 재능이 보였던 건지 그냥 귀여워서 그랬던 건지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쭉 가르쳐 보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다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는 콩쿨에 나가서 일등을 해야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피아노를 즐겁게 연주하는 게 전부였어요. 또 제가 아들만 넷인 집에서 막내아들로 자랐는데 형들이 음악을 평소에 많이 듣던 편이라서 Beatles, Paul Simon 같은 유명한 팝 뮤지션들의 음악을 많이 들으며 자랐어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클래식도 많이 들었고. 그렇게 어릴 때부터 음악도 많이 듣고, 피아노도 연주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피아니스트의 길로 저를 이끌게 된 거죠.

Q. 요즘 가장 몰두하고 계신 작업은 무엇인가요?

6집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한창 준비작업을 하던 중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생겨 잠시 보류해뒀어요.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앨범 작업이죠. 그동안 우울한 분위기의 곡들을 많이 발표했었는데 오랜만에 밝은 곡들도 시도해볼까 해요. 보컬이 들어가는 트랙도 담길 예정입니다. 밝은 트랙만 담지는 않을 거고, 학구적인 느낌의 곡들도 섞어서 앨범 하나에 여러 가지 색깔과 이야기들로 다채롭게 채워볼 계획입니다. 발라드 위주였던 지난 앨범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장르의 경계 없이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고 계신데, 지금의 김광민 님은 어떤 음악들에 영향을 많이 받으신 것 같나요?

뭐 워낙에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라 다양한데, 몇 가지 꼽자면 이탈리아 출신의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OST가 제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의 작품 중 몇 가지를 추천드리면 1964년도 영화인 ‘황야의 무법자’ OST도 정말 좋고, ‘미션’의 OST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유럽 영화음악들을 좋아하는데, 얼마 전 타계하신 프랑스의 음악가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의 OST도 즐겨 들었어요. 제가 하는 음악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겠죠. 또 어릴 때는 락을 좋아해서 비틀즈, 레드제플린의 음악을 매일 들으며 자랐어요. 핑크플로이드는 기념티셔츠도 갖고 있을 정도죠. 평소에도 자주 입고 다녀요.

Q. 발매하신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이 있다면?

1집이요. 시간도 돈도 별로 안 들이고 했는데, 왜 가장 애착이 가냐면요. 미국에서 막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이건 내 음악이라기 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답습한 결과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과도기였죠. 어릴 때는 저대로 하던 음악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 배운 수많은 것들을 한편에 두고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게 1 집이에요. 제가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했던 스타일과 가장 비슷하죠.

실은 유학생활 중 재즈를 공부했지만 그 장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건 아니에요. 어떤 장르는 좋아했고, 어떤 장르는 별로였고. 제 나름의 호불호가 있었어요. 반면 가서 공부를 하며 만난 음악가들 중에서는 재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 있어요. 그들과 비교해 봤을 때는 저는 그 정도까지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닌 거죠. 그보다는 여러 장르의 다양한 음악들을 즐기는 편이고요. 집에 음악 앨범이 많은데 재즈 음악보다는 다른 장르의 앨범이 훨씬 많아요. 공부를 하면서 음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나중에는 악기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순수함을 추구하셨던 것 같네요.

그렇죠. 그래서 특별하게 남아있는 것일 수도.

Q. 재즈라는 장르가 가진 특수성이나 다른 장르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말하자면 재즈에서 파생된 수많은 장르들이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대체로 타 장르에 비해 자유로움과 즉흥성이 부각되는 면이 있어요. 즉흥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은 클래식에도 즉흥연주가 있어요. 슈베르트, 베토벤, 쇼팽 등 위대한 음악가들도 왕실에서 즉흥연주를 하곤 했어요. 바흐는 네다섯 개의 서로 다른 멜로디를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연주하곤 했던 사람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음악의 모든 장르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재즈 이야기로 돌아가서, 간단한 테마가 주어지면 여기에 변주를 하는 게 재즈의 특징이죠. 저도 가끔은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기도 해요.

Q. 아무래도 서양에서 온 것이니 서양의 사고방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재즈는 흑인 음악인 블루스에서 파생된 거잖아요.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가면서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원래 자기들이 하던 음악과 접목되어 탄생한 장르인 거죠. 우리가 외계인에게 잡혀가 아리랑을 부른다면 그 아리랑이 외계인들의 언어와 혼합되면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겠죠. 고유의 정서가 새로운 악기와 만나면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게 되죠. 한을 가진 민족이 아픔을 노래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재즈는 한국의 국악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국악과 명확하게 다른 점은 재즈뿐 아니라 서양음악을 통틀어 화성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다른 음계에 저마다 각각 다른 화성이 존재하죠. 물론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어요. 모든 세계가 비할 수 없는 매력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그런데 재즈도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화성을 지우고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화성의 느낌을 지우기 위해 선을 뭉그러뜨리는 작업이에요. 참 재미있죠. 그런 면에서 보면 음악이란 어떤 장르건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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