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드러머, 김홍기

삶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일상이 되는
뮤지션의 서캐디안
재즈 드러머 김홍기

“연습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각기 다른 시간 속에서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에요.”

안녕하세요 김홍기 선생님. 매거진 구독 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드러머 김홍 기입니다. 저는 ‘김홍기 어쿠스틱 그룹’과 ‘HG펑크트로닉’의 리더로 밴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또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전공 전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질젼 심벌과 캐노푸스 드럼 그리고 웨스톤 인이어의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레전 드매거진을 통해 여러분을 뵙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죠?

네, ‘드럼맨티비홍기’라는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부 일정이 많이 취소되어 최근에는 업로드에 집중하고 있는데, 저의 일상을 비롯한 드럼 강좌, 리뷰, 공연 및커버 영상이 주를 이룹니다. 200개 이상의 영상이 게시되어 있으며, 일반인보다 전문 음악인을 대상 으로 한 심도 깊은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만큼 입시생 및 전공자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매주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으며 여러분의 많은 관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생님의 성장배경이 궁금합니다. 드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는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며 자랐어요. 또 아버님께서 올드팝을 좋아하 셔서 ‘빌리 조엘(Billy Joel)’, ‘비틀즈(The Beatles)’, ‘팻 분(Pat Boone)’ 등의 팝송을 많이 들었는데, 특히 영어 공부를 시킨다는 이유에서 저희 집엔 늘 팝송이 흘러나오곤 했죠. 그러다 고학년 때 우연히 가수 심신 씨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조명이 꺼진 무대 위에 악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던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도 밴드가 연주를 하지 않고 MR이 나오 더라고요. ‘왜 뒤에 사람들은 가만히 서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진 채로 공연을 관람했는데 트로트를 부르자 그제야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어요. 그때가 난생처음으로 라이브로 이뤄지는 밴드 사운드를 듣는 순간이었는데, MR이 아닌 진짜 악기가 들려주는 앙상블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소리는 마치 악기가 살아 숨 쉬 듯이 입체적이었고, 특히나 드럼의 울림은 제 심장 가장 깊은 곳까지 뒤흔들어 놓았죠. 그때부터 드럼이란 악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드럼을 시작하게 된 이후 어떤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으셨나요?

드럼에 입문하고 처음에 관심을 가진 장르는 ‘비즈(B’z)’, ‘액스 제팬(X JAPAN)’, ‘더 옐로 몽키(THE YEL-LOW MONKEY)’ 같은 락 성향이 강한 그룹의 음악이었어요. 그러다 ‘카시오페아(Casiopea)’나 ‘티-스퀘어 (T-Square)’ 같은 퓨전 재즈 밴드를 접하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요. 드럼을 저렇게 복잡하고 화려하게 치는데도 깔끔하면서 잘 정돈된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충격받아 푹 빠지게 되었죠. 그러면서 퓨전 재즈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그것의 모토가 미국에서 시작된 정통 재즈에서 출발하였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어요.

음악에도 그들의 삶이 녹아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유학시절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죠. 유학생 시절 강도를 당했거든요. 날짜도 선명하게 기억나 요, 6월 2일. 아내의 생일 하루 전인 이 날에 알고 지내던 커플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집으로 향하던 중 강도를 만난 것이죠. 권총을 들이밀며 위협하는데 가진걸 모조리 내어줄 수밖에 없었어요.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국가에 보상금 신청을 권유하더라고요. 별다른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지금 환율로 천만 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받았어요. 정말 전화위복이 따로 없었죠. 그 돈으로 생활비와 귀국 비용을 마련하고도 남아서 제 앨범 녹음까지 마치고서 귀국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참 얄궂은 게 저희 아이의 생일이 6월 2일이에요. 권총강도를 당한 바로 그 날이죠. 떠올리기 정말 싫은 기억이지만 동시에 저희 아이가 태어난 굉장히 축복스러운 날이라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음악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인종의 벽 같은 어떤 절대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느껴집니다. 유학을 다녀오신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인은 무엇을 바라보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확실히 우리와 그들의 음악은 다르지 요. 우리가 ‘교육’이라고 받아온 훈련 방식도 다르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성장 배경도 다르니 그들과 똑같 아질 수는 없어요. 현재 대중음악의 뿌리는 흑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 보니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은 흑인의 그루브를 따라 하려고 노력합니다. 심지어 같은 국가에서 거주하는 백인들조차 흑인의 소울을 갖길 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하지만 결코 똑같아질 수는 없습 니다. 뿐만 아니라 뒤쫓기만 해선 오리지널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펑크는 모타운에서 탄생하여 흑인 감성이 충만한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백인 감성으로 해석한 펑크도 흑인 못지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버리지 화이트 밴드’ 같은 펑크 그룹도 찾아볼 수 있죠. 그들이 흑인을 따라 하는 데에 집착했다면 그들의 정체 성을 인정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물론 배움의 과정에서는 카피가 필요합니다. 타인의 음악을 이해하고 감성을 흉내 내는 과정이 쌓여야 자신의 것이 표출될 수 있을 테니까요.

2010년에 1집 , 2015년에 2집 두 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셨습니다. 앨범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2010년 발매한 〈Hong Gie Kim & The European Connection〉는 피아노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유러피언 재즈 앨범입니다. 유학을 통해 많은 뮤지션을 접하고 그들을 삶을 마주하며 제 음악 세계가 넓어졌지만, 부족한 학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그곳에서 생존하려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살아가던 저의 삶과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앨범입니다.
1집을 발매하고 5년 뒤 발매한 〈HG Funktronic -Ready For Change〉는 재즈를 기반으로 일렉트로닉과 펑크 사운드를 접목한 앨범입니다. 한국에서 프로로 활동하며 느낀 아쉬움과 욕심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사운드를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으로, 전자 음원을 사용하 고, DJ나 힙합, 랩을 섞기도 하는 등 재즈와 펑크가 결합하여 발생하는 소울에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접목 해보았습니다.

뮤지션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00도의 열을 가한다고 해서 한 번에 끓지는 않지 요. 자신의 상태가 얼음처럼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을 수도 있고, 본인의 바탕이 호수처럼 넓어 온도가 상승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았 으면 좋겠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자신의 재능이 끓어오르기까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의 10, 20대 분들에게 그 기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내다봤을 때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요. 물론 당사자들은 지금 당장은 제 이야기에 공감하 시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발전하지 않는 자신이 답답하고 조급함이 들기도 하겠죠. 그런데 저도 당시에는 여러분들과 똑같았습니다. 저도 조급함 때문에 레슨을 받기도 했고, 저들은 되는데 나는 왜 안될까 라며 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기도 했어요.

구독자분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씀

저는 예술이라는 분야에서 직업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바라 마지않던 바로 그 일을 저희는 직접 현실로 이루는 중이잖아요. 그러니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것에 자부심을 갖길 바라며 자신의 꿈에 도전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드럼맨TV홍기’와 ‘서울예술대학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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