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해설위원, 송재우

송재우는 국내 최고의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 위원이다. 1998년 iTV 해설 위원으로 데뷔하여 현재는 MBC 스포츠 플러스와 JTBC에서 야구 해설 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 최초의 비선수 출신 야구 해설위원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와는 다르게, 그의 야구 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탄탄대로가 펼쳐진 해외 오퍼를 거부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메이저리그 해설을 선택하여 야구에 대한 사랑만으로 그 길을 개척해온 송재우의 인생 이야기를 이번 레전드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도록 하자.

한국 최고의 메이저리그 전문가

야구 해설위원 송재우

안녕하세요. 레전드매거진 구독자 여러분. 저는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 위원인 송재우라고 합니다. 현재는 MBC 스포츠 플러스 채널에서 야구 해설을 맡고 있고 올해로 데뷔 2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학창 시절

제가 처음 야구라는 스포츠를 접한 건 5~6살 때였던 거 같아요. 제가 야구를 좋아 하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커요. 야구를 관람하는 게 아버지의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셨는데, 저도 아버지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야구라는 스포츠에 빠지 게 된 거 같아요. 당시는 야구 프로 리그가 없던 시절이라 고교 야구의 인기가 가장 높았고 고교 야구 대회도 많았어요.

피는 못 속이는 걸까요? 저는 아버지 이상으로 야구에 빠지게 되었고, 급기야 고등학교 때는 집에서 야구를 금지하셨는데 독서실을 핑계로 거의 매일 경기장을 들락거렸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이 무렵부터 야구에 관련된 통계 같은 걸 혼자 만들어보곤 했는데, 그 당시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까 세이버메트릭스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여러 가지 수학적 방법으로 야구를 분석하는 분야인데 저도 나름대로 비슷한 것을 했던 거죠.

그런데 스포츠는 사람이 직접 뛰잖아요? 너무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거기에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야구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숫자는 어디까지나 서포트를 해주는 그런 역할이지, 선수들의 모든 지표를 숫자로 반영하여 결론을 도출해버리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야구 해설이 되기까지의 과정

사실 저는 야구 해설 위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전 그저 흔한 야구팬이었을 뿐이었죠. 제 전공은 컴퓨터 데이터 베이스였으며 제 진로도 당연히 그쪽이었어요. 그저 한 가지 욕심이 있었다면 야구 잡지에 글을 투고하고 싶다는 생각 정도만 있었어요. 지금은 사라진 <WEEKLY BASSBALL 주간야구>란 잡지에 당시 이보형 교수님이 이보형 칼럼이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었어요. 이분도 야구를 전공하진 않으셨는데 야구의 열열한 팬으로 야구를 보는 깊이가 남달랐고 주옥같은 글들이 많았어요. 저도 훗날 기회가 온다면 이런 칼럼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죠.

그러다 기회가 닿아 일요신문의 MLB 통신원으로 일주일에 두세 개씩 신문사에 야구 관련 글을 기고하게 됐어요. 방송사에 아는 선배가 있었는데, 그분이 보시기엔 한국에 저만큼 메이저리그를 많이 아는 사람이 없는 거 같다고 귀국해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하셨던 게 계기였죠. 그 당시 저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평생 있어야 할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 회사 세 군데에서 입사 제안이 왔어요. 제 전공인 데이터 베이스 관련 분야였죠.

저는 단순히 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에 갔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평생을 산다고 생각 하니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래서 귀국을 결정했죠. 막말로 제안받은 일도 있으니 밥을 굶진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어요. 해설 쪽은 전혀 생각을 않고 있었죠. 그런데 귀국 일주일 후에 iTV 방송국에서 전화가 와요. 메이저리그 해설과 관련하여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전화였어요. 방송국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왔는데 일주일도 안돼 또 전화가 오더라고요. 내일 메이저리그 해설이 필요한데 와줄 수 있냐고, 그때 저는 방송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급하게 투입 해도 되나?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방송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솔직히 그때는 그냥 제가 아는 지식을 얘기하면 됐었어요. 귀국한지도 2주밖에 안됐을 때였고 오히려 그걸 어떻게 아냐는 반응이었죠. 국내에 메이저리그가 소개된 지 얼마 안 됐던 시기여서 신기하게 봤던 거 같아요.

박찬호와 메이저리그

저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경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책을 찾아보며 경기를 정리하고 연구하긴 했지만, 야구팬의 입장에서였지 해설가가 되기 위한 과정은 아니었어요. 저처럼 선수 출신이 아닌 해설가는 특히나 드물었을 뿐 아니라, 당시 국내에서 메이저리그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치부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의 등장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메이저리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고 국내에서도 메이저리그 중계가 시작됐죠. 기존에 해설하시던 분들 중에서도 메이저리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거죠.

저는 박찬호 선수가 데뷔하는 걸 미국에서 봤어요.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공을 던지는 걸 본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꿈같은 일이었어요. 제가 신문사에서 글 쓰면서 제일 먼저 인터뷰한 선수가 박찬호 선수고, 그가 메이저리그 첫 번째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도 취재했어요. 또 이 친구가 국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건 확실하거든요. 박찬호 선수는 제 인생에도 그렇고 야구팬의 입장에서도 남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박찬호 선수는 투 머치 토커로도 유명한데 말하는 걸 진짜 좋아해요.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니까 그만큼 할 말이 많은 거 같아요. 제가 한 번은 “선수 때 왜 그렇게 건방졌었니?”라고 물어보니 “에이, 뭘 건방이에요~”라면서 LA 다저스 시절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었는데 말하기 좋아하는 아줌마 같아요. 아직도 순수한 면이 많이 남아있고 열심히 사는 멋진 친구예요.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이 되다

무사히 한 시즌을 마치고 나니 iTV 방송국에서 내년에도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나 왔는데 사실은 불안했어요. 방송을 하면 일반 기업에 취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 니 집에서 굉장히 싫어했어요. 나이 서른셋에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니 집에선 당연히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서 배운 걸 써먹길 원하셨죠. 아버지께서 참다 참다 수원에서 열린 해외 인력 채용 모집에 가라고 하셨어요. 그곳에 가보니 캐나다의 무슨 관리직이었는데 마침 제 전공에 맞는 직업이 있더라고요. 그 회사와 면접을 보는데 기업 입장에서도 제 이력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어요. 제가 미국에서 8년을 살았으니 영어도 되고 미국에서 일한 경력도 있었으니까 바로 채용하겠다고 호텔방 직통 번호를 적어주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러고 미국의 원하는 지사로 발령을 보장해줬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잘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머리가 너무 복잡한 거예요. 어떡하지? 어떡하지? 고민하며 집에 와서도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어요. 그날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의 “어 떻게 됐어?”라는 질문에, 제가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안됐어요 ”라고 대답했어요.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 봐요. 잘 안됐다고 그랬어요. 아버지가 아무 말씀 안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시더라고요.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이 사실을 모르세요.(웃음) 그렇게 iTV 방송에서 해설 일을 처음 시작했고,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가져간 MBC에서 연락이 오면서 처음 전속계약을 통해 본격적인 야구 해설가의 길을 걷게 되었죠.

메이저리그의 매력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라고 생각해요. 제가 메이저 리그를 처음 접한 게 11살 때였으니까 40년 이상을 본 셈이죠. 중계한 경기를 제외하고도 몇천 경기 이상 봤을 거예요. 그런데도 제가 단 1년만 리그를 안 본다면 변화를 못 따라가는 빈 깡통이 되어버릴 거예요. 메이저리그는 선수 풀도 다양하고 팀 이적도 활발하여 늘 변화가 계속되는 곳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 머릿속의 기억만으론 따라갈 수 없어요. 새로운 선수가 나오고 트렌드가 바뀌며 변화무쌍하게 흘러가기에 그 흐름을 따라갈 필요가 있는 거죠. 늘 새롭다는 점, 그게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잊을 수 없는 경기 – 이승엽과 알 라이터

제가 해설을 맡았던 경기 중 특히 기억에 남아있는 경기가 있어요. 하나는 2006년 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일본과 맞붙은 예선전의 기억인데요. 중계를 들어갈 때, 이승엽 선수의 광적인 팬인 후배 피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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