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이아이아키텍츠(AI Architects), 손선기 소장

공간을 만드는 디자인의 힘에 대해
애이아이아키텍츠(AI Architects) 손선기 소장

서양화를 전공한 손선기 소장은 일상에서 받은 미적 영감을 매개로 디자인을 구상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의 예술적 센스와 타고난 수학적 감각은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애이아이아키텍츠와 좋은 합을 이뤘고, 회사는 손선기 소장을 대표 디자이너로 위시하여 기업에서 중요한 공간을 설계할 때 섭외 대상 일순위로 거론되는 설계업체로 자리 잡았다.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에서 설계만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사례, 특히 거대 규모의 연수원, 호텔, 리조트 설계를 인테리어 디자인 설계업 체에서 했던 사례는 애이아이아키텍츠가 거의 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업팀을 만들지 않아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영업행위를 하지 않고 프로젝트 레퍼런스 만으로도 20여 년이 넘도록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는 것만 봐도 그가 실력자라는 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건축의 최종 목적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창조라는 단어와 사람들이 모인다는 행위를 강조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의뢰인 또는 의뢰업체의 DNA와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의 공간으로 창조하는 행위가 아닌가. 공간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다. 사람은 정신적으로는 믿을 수 있는 타인에게 의지하고, 육체적으로는 무의식적으로 건 의식적으로 건 공간의 힘에 의존한다. 지금 우리가 숨을 쉬며 존재하는 이 공간 또한 우리를 드러내는 무형의 언어이자, 내 정체의 일부로서 세상에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테리어 설계 업체 애이아이아키텍츠에서 디자인 실무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손선기 소장입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회사는 1996년에 설립되었고, 저는 1999년에 합류해 지금은 햇수로 만 22년째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애이아이아키텍츠는 저의 세 번째 직장인데, 전에 다녔던 두 곳을 포함해 세 회사 모두 건축 설계를 함께하는 곳이었어요. 일반적으로 건축은 모듈의 산수가 적용되는 수학적인 분야로 생각하는 반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실은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컨셉을 정의하거나 공간의 의도를 표현하는 과정은 예술에 가깝지만 인테 리어 디자인 일은 공학적 계산이 70퍼센트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해요. 앞선 두 직장에서 건축가들과 함께 일을 했던 것은 애이아이건축사무소에서 공학적 개념을 토대로 설계를 할 수 있게끔 저를 이끈 유용한 경험이었죠.

소장님은 학부 때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우셨습니다. 서양 예술에 대한 기본지식과 소양이 인테리어 디자인에 어떻게 접목되던가요?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대학교 3학년 때였어요. 주변에서는 전업 예술인이 되어 화가로 살아가는 친구 들도 많았는데, 저는 예술가가 되어 작품 활동을 하며 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하루하루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럼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어린 시절부터 제가 수학을 좋아했고 공간에 대한 감각도 뛰어난 편이라 이를 살려서 일을 하면 좋겠다 싶었죠. A4 사이즈의 스프링 무지 노트를 펼쳐놓고 어린 시절 살던 집의 설계도를 스케치해봤어요. 반쯤 놀이삼아 해본 거였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걸 알고 그 길로 대학원 관련학과의 진로상담을 위해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교수님께서 제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투시도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줄 분을 소개해주셔서 그분의 도움을 받아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점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데 어떤 영향이 있었으리라 보시나요?

여기엔 한 가지 공통의 법칙이 있죠. 대학원에서 썼던 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는데, 시대를 지배하는 철학이 있고 그 철학을 뿌리로 문학과 패션, 예술과 미디어, 건축과 인테리어 등 수많은 분야가 뻗어 나와 서로 연결 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상관관계 속에 있다는 거예요. 인테리어 디자인은 예술에 귀속되거나 예술을 포함하고 있거나 예술과의 교집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요. 전부 같은 이야기죠. 다만 차이점이라 한다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순수예술과 구분되는 상업 디자인으 로서 공간 사용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 하기에 디자이너의 기획의도와 공간의 실체 간 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 괴리감 또한 하나의 명확한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이죠. 그 목적을 우리는 ‘브랜딩’이라 정의해요. 철학으로 시작해 충돌과 결합이 발생되는 모든 과정은 브랜딩이라는 목적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인 거죠.

영업부서 없이도 기업이 오랫동안 굳건할 수 있다는 건그만큼 초반의 레퍼런스가 단단하고 강력한 역할을 했다는 것 같습니다. 초기에 어떤 프로젝트로 성공을 거두 셨나요?

초반에 CJ와 두 가지 일을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제주도 나인브릿지 골프 리조트였고, 또 하나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CJ 인재원이에요. 인재원은 공간 내부에서 워크숍도 진행하고, CJ그룹의 문화와 가치관을 보여줄 수있는 공간으로 브랜딩 하자는 취지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90년대 초반만 하더 라도 기업 연수원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규격화된 사무용 책상이 일렬로 빽빽이 들어서 있는 클래스룸과 기숙사 시설 정도였는데, 저희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어요. 인테리어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되었죠. 그 작업이 유명 세를 타면서 대기업들이 연달아 연락을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리조트 단지, 클럽하우스, 대기업 연수원 등 고급 시설의 포트폴리오가 20년 이상 축적되면서 여기까지 온 거죠.

“ 뉴욕의 빌딩 숲을 모티브로 만든 거예요.
앤티크 한 건물에 모던한 펜스가 묵직하게 보이면 힘이 있겠다 생각했죠. ”

디자인을 할 때 어떻게 윤곽을 어떻게 잡아가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쓸 때 소재를 중심으로 각본 콘티 작업을 하잖 아요.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디자인도 바탕이 되는 기초작업을 프로젝트 시작 전에 텍스트화해요. 인테리어 디자인은 우리가 도달하려는 목적을 향하는 이야기를 공간으로 표현한 것의 결과물이에요. 회사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죠. 차별 성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인 시도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시도 또한 결국 프로젝트의 기본 개념을 완성하기 위한 재료라 볼 수 있어요.

프로젝트 기간은 보통 얼마나 소요되나요?

애초에 길게 잡는 편이에요.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일을 해치우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죠. 3 천 평을 기준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그 과정에서 실무자와의 협의, 부서장 보고, 프레젠테이션 등등 여러 가지 보고할 단계가 많아서 6개월 안에 완성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여럿이서 그 일에만 집중하고, 1년이면 다른 프로젝트도 겸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일의 총량으로만 봤을 때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어떻건 비슷하게 소요되는 편이에요.

*사진설명 : 이태원 맥심플랜트 설계스케치. 서양화를 전공한 손선기 소장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난다. (자료제공 – 손선기)

얼마 전 이태원 맥심플랜트에 방문했습니다. 2013년에 토지를 매입해 5년간 무려 300억 원의 자산을 투자해 진행한 대장정이었다고 들었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정말 근사한 카페더군요. 맥심플랜트는 어떤 공간인가요?

맥심플랜트가 오픈 한지 2년쯤 됐는데 그동안 4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해요. 방문자 수로만 봤을 때는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누르고 로컬 매장이 강력한 입지를 보여준 흔치 않은 사례죠.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는 믹스커피 시장에서 부동의 업계 1위예요. 여기까지는 잘 알려져 있는데, 믹스커피뿐만 아니라 원두 사업에서도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몰라서 섭섭한 지경이죠. 동서식품은 커피의 수입과 가공에 있어서도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사실을 대중에 알리고 맥심 커피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연구했어요. 저의 일은 각 층별로 스토리 라인을 써두고 사이트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건축 인테리 어를 조정해 이곳이 맥심의 도심 공장임을 보여주면서 층마다 맥심의 커피 공정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거였어요.

쉼 없이 사회생활을 해오셨으니 가끔은 지칠 법도 한데요,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가 있나요?

책임감 때문이에요. 하나는 프로젝트의 결과를 만족스럽게 끝내는 것에 대한 업무적 성취에 대한 책임감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 여성으로서의 책임감이죠.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의가 되었건 타의 이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직장을 그만두거나 파트 타이머로 전환하는 경우가 흔해요. 하지만 저는 직장 에서의 일을 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고, 가정을 돌보고 육아를 해내고 있으니 실은 참 보람되게 일하다가도 가끔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를 느낄 때가 있는데, 한 번은 어떤 여성분이 저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며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순간 깨달았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협력업체들 뿐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을 보며 꿈을 키우는 사람들, 여성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갖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더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 자리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이 인터뷰를 널리널리 공유해주세요!
  •  
  •  
  •  
  •  
  •  
사은품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