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

터널을 달려 꽃이 만발한 도로를 달리는 완벽한 봄날의 드라이브를 상상한다. 한여름의 해변가에 찾아온 축제의 밤과, 들뜬 표정으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자유로운 환호성을 상상한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이는 푸른 녹음의 짙은 향을 머리가 아찔할 만큼 흠뻑 코로 들이마시는 순간을 기대해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그때도 여전히 데이브레이크는 우리 삶의 어딘가에서 만났던 반가운 마음과 설레던 순간의 행복을 노래하고 있을 것 같다. 안온한 모든 계절과 사람들의 복작임에 안부를 전하며.

함께 노래할 모든 계절을 향해   
데이브레이크(Daybreak)

“확실한 건 여러 음악 장르를 해석하고 대응해 풀어내는 저력이 우리를 뒷받침한다는 거죠. 2007년과 2020년의 ‘urban life style’이 같지만 다르듯, 우리가 처음 만나서 음악을 하겠다며 가졌던 마음과 13년이 넘는 지난 시간 동안 함께해온 세월이 꾸준히 축적되어 왔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 하게 느끼고 있어요.”

■ 그들의 근황
코로나 사태로 공연계에 수개월 동안 찬바람이 불고 있네요. 데이브레이크 멤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선일 :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맛있는 거 먹고,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무대가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대에 서는 순간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었는데,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고 나니 무대가 저의 전부라는 걸 알겠더라고 요.
원석 : 활동으로 인해 분주히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멈춰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 습니다. 요즘은 다이어트도 하고, 보컬로서 미흡한 점들을 보완하고 건강도 챙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원 : 앞서 말씀하신 두 분과 비슷해요. 홀로 보내는 시간이 강제로 많아지는 바람에 앞으로 뭘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보완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유종 : 저는 최근에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형들에게도 기회가 되면 꼭 탁구를 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 다.
장원 : 유종이는 오늘도 저를 보자마자 탁구클럽 등록했냐고 물어봤어요. 계속 탁구 배우래요. 탁구 전도사 예요. (웃음)

유종 : 원래 장원형이랑 제가 나머지 멤버들의 에너지 충전을 담당 했는데, 장원형이 요즘은 기력도 없고 너무 생각만 많아진 것같아요. 기운 내란 의미에서 형들 생일에 탁구채를 하나씩 선물해줄까 생각 중입니다. 장비가 생기면 치기 시작하겠죠?

최근 2020년 29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밴드상을 수상하셨는데 비록 시상식장은 아니지만 매거진 독자분들께 소감 한마디 전해주세요.

원석 : 상을 받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시상식장에 갔을 때 생각했던 건 우리가 밴드를 결성한 지 어느덧 10 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 우리에게 상을 주는 자리가 있구나.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시상식에 밴드는 우리밖에 없었어요. 상을 받으면서 앞으로는 많은 밴드가 그런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어요.

■ 사나이가 된 소년들
밴드에 정식 드러머를 영입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원석 : 7년째 객원 드러머인 홍준 씨와 함께 하고 있는데, 밴드 초반에 홍준 씨에게 팀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요즘도 가끔 이야기하는데, 본인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고 어디에 귀속되는 게 싫다고 말을 했었고. 또 하나는 저희 넷이 함께 오랫동안 함께 보내며 축적된 시간들이 본인에게는 없어서 조금 부담스럽다고 말했었어요.

멤버들 각자 음악을 제외하고 ‘이것’은 내가 최고다, 하는 장기는?

장원 : 네 명 중에선 제가 가장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확인해본 건 아니라서 검증된 바는 아니 지만, 그동안 소통하면서 멤버들의 요리실력 정도는 적당히 알잖아요. (웃음)
선일 : 인정. 얼마 전에 장원이네 잠깐 갔다가 장원이가 5분 만에 끓여준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더라고요.
장원 : 다 조미료의 힘입니다.

라면은 누가 가장 잘 끓이나요?

유종 : 옛날에 짜**티냐 짜**니냐를 두고 맛 대결을 했었는데 제가 졌어요. 근데 질 수밖에 없었던 게, 라면 끓이는데 장원형이 고기를 가지고 왔더라고요. 황당.
장원 : 아닙니다. 당시 5천 원 내외의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룰이 있어서 저는 양파와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준비했던 것이지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한 표 차이로 제가 이겼어요.
유종 : 라면은 못 끓여도, 달리기는 제가 잘해요.
선일 : 유종이가 운동신경이 좋아요. 기초체력도 좋고. 서전트 점프할 때 깜짝 놀랐다니까요. 제 경우 장기 라기보다는 취미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을 하나 말해보자면, 그림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들과 미술관에도 자주 가는 편이죠. 요즘에는 액션 페인팅에 관심이 생겨서 옷이나 신발에 커스텀 작업을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작업하면서 뭔가 해소되는 것도 있고요.
원석 : 제 취미는 각종 쇼핑으로 하겠습니다.

데이브레이크의 노래 중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곡들이 많은 것 같아요.

원석 : 의식적으로 사랑 노래를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사랑을 소재로 하지 않은 곡들도 많은데, 저희 노래 중 사랑 노래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라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가사는 경험을 바탕으로 쓰시는 편인가요?

원석 : 사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때의 순간과 감정을 기억해서 써요. 때로 그 순간의 발화점을 떠올리며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데, 픽션도 많아요. 전부 경험담이라고 할 수는 없죠.

2007년의 데이브레이크와 2020년의 데이브레이크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나요?

원석 : 이 사람들이 계속 있는 게 같아요. 다른 점은, 드러머가 바뀌었다는 것. 음악적으로는 데뷔 앨범은 퓨전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색채로 보자면 시티팝에 가까웠고, 2집부터는 재즈적인 터치는 좀 빠지고 빈자리에 모던락적인 색채가 가미되었죠. 요즘은 초창기 앨범의 색채로 돌아가려는 시도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음악적으로 좀 더 과감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바람도 음악 속에 알게 모르게 투영되었던 것같아요. 물론 누군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지만, 누군가에게 우리 음악의 맛은 이거다. 그러니 한번 와서 들어보실래요? 와 같은 접근도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는 거죠.

■ 돌려줘, 불멸의 여름
우리는 이런 공연도 해봤다. 독특한 장소나 상황에서의 무대 경험을 들려주세요.

원석 : 여름에 비가 많이 오다 보니까 비 왔을 때 했던 공연들도 기억나고, 한 여름에 야외공연을 하면 마이 크가 너무 뜨거워져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요. 손을 좌우로 번갈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다가 스탠드에 꽂아놓고 노래를 불렀어요. 입술에 화상 입을까 봐 조심하고 그랬던 게 기억나요.
유종 : 여름에 공연을 하는데 영화 <매드맥스>에 나올법한 불기둥이 푸와악 올라와서… 높이가 거의 15미터 이상되는 불기둥의 뜨거운 열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덥지 말라고 물도 같이 쏴주는데 병 주고 약 주고 죽을 맛이었어요.

장원 : 데뷔 초에 월악산 중턱에 있는 절에서 했던 불교채널 공개방송에 갔어요. 공연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여기가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산 중턱 너머 깊숙한 곳에 있는 무대였죠. 도착하니 공개방송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어요. 데뷔 한지 얼마 안돼서 사람들이 저희를 거의 모를 때였는데, 열심히 연주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지는 거예요. ‘우리 이제 됐구나. 해냈 구나’ 생각하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는데, 관객들이 손가락으로 자꾸 저희를 가리키더 라고요. ‘나? 나 멋있다고?’하다가 좀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무대가 뒤로 넘어 가고 있더라고요.
산 중턱의 한적한 절에서 그렇게 큰 함성을 들었으니 우리가 이제 못할 게 없구나 싶었던 거죠. 무대가 넘어간 줄도 모르고.
원석 : 무대 관련 에피소드들이 참 많은데, 대부분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죠. 한 번은 소속사 대표님이 중학교를 공략하자고 하셔서…

중학교 축제요?

선일 : 축제도 아니고, 그냥 들이대는 거죠.
원석 : 교가를 편곡하고 리메이크해서 들려주는 걸 비즈니스로 삼은 거예요. 데이브레이크가 학교로 찾아가서 공연을 하고, 교가를 요즘 트렌드에 맞게 들려주겠다는 컨셉으로. 그때는 저희도 신인이고 뜨거울 때니까 흔쾌히 ‘하겠습니다!’ 했던 건데.
장원 : 아직도 교가가 기억나요 “여~기는 구월여중~ 우리들의 보금자리♪ 문~학산 정기를 받아~ 미추홀의 옛정기♪♬” 이런 가사를 락 비트로 편곡하고 노래했었죠.

공연을 앞두고 원석님의 목소리가 안 나와서 팬들이 노래를 불러줬던 일화도 있었죠.

원석 : 2집 발매하고 한창 활동을 하던 때였어요. 그때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행사, 방송, 공연 어떤 게들어와도 조건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었죠. 내 한계도 모르고 에너지와 목을 아끼지 않고 무대에서 막 분출하던 시기였어요. 그때는 아침에 행사를 하고 밤에 단독 공연을 해도 목소리가 안 나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 줄 몰랐는데, 갑자기 단독 공연을 코앞에 두고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었고, 공연을 취소해야 하나 걱정하다가 결국 진행했는데, 무대에서 멤버들이 노래하고 관객들도 불러주셨죠. 팬들과 멤버들에게 고맙고, 스스로에게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물바다였죠. 공연은 나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고, 우리 멤버들과만 만드는 것도 아니라는 걸 느꼈었고, 우리가 모자라더라도 함께 계신 분들이 채워주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자리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죠. 한편으로 앞으로는 정말 목 관리를 잘해야겠다 다짐했었고.

■ 데이브레이크, 꽃길만 걷길 바라
데뷔 연도로만 계산해도 13년인데 실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했으니 그동안 쌓아온 추억들은 몇 달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멤버들과 함께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장원 : 이제부터 만들어가야죠. (농담)
유종 : 저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하하)
선일 : 무대에 서는 순간마다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세 분의 답변에 온도 차이가 너무 크네요. 하하. 마지막으로 원석님은요?

원석 : 지금 굉장히 행복하네요. 인터뷰가 잘 풀리는듯한 느낌이 들 때. 장원이가 패스를 잘해줘요. 그러다 가끔 자살골을 넣기도 하는데, 어쨌든 플레이 메이커죠.

최근 해피로봇레코드와 세 번째 재계약을 맺었는데,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원석 : 저희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세요. 이야기할 때 ‘자 대화하자!’라면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러면 불편할 수 있는데, 제가 이야기할 수 있게 여유를 준다거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해 주는 게 강점이고, 밴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무대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노하우가 있어 밴드 무대 연출이 수월하고 말이 잘 통해요. 무엇보다도 세 번째 재계약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건데이브레이크를 최고로 생각해준다는 거죠. 저희가 음원시장 전체 매출이나 차트 성적으로 봤을 때 1위를 하는 팀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해피로봇레코드는 우리를 최고로 생각해줘요. 자존감을 높여주 고, 우리를 인정해주는 회사죠.

멤버분들은 함께 모이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선일 : 초반에는 종종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바빠지면서 그런 시간이 많이 줄었죠. 지금은 어쩌다가 같이 술한잔 하는 정도예요.
원석 : 예전에는 게임도 하고 당구도 치고 싸우기도 하고 지지고 볶고 참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스케줄이 많아지니까 아침부터 밤까지 보기 싫어도 매일 보게 되는 거예요. 지방 가는 날이면 거의 아침 일곱 시부터 새벽 네시까지 붙어있고. 그렇게 몇 년을 하니까 나중에는 꼴도 보기 싫더라고요. 하하. 그러다 최근에 소속사 재계약한 날, 도장 찍고 오랜만에 같이 술을 한잔 했어요. 가볍게 1차를 끝내고 2 차를 갈까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맥주집에도 편의점 앞에도 빈자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커피 한잔 사들고 공원 바닥에 앉아서 모기한테 엄청 뜯기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불현듯 옛날에 이런 날들이 참 많았었던 게 생각났어요. 옛날에는 그러면서 싸우기도 하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 었는데. 몇 주 지나지 않은 일 같은데 벌써 10년도 훌쩍 지났네요.

그렇게 함께 보낸 시간들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겠네요.

장원 : 행복은 앞으로 만들어 가야죠. 하하. 농담입니다. 아무튼 올해는 특히나 공연이 많이 취소돼서 지난해 보다 멤버들을 많이 못 봤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모이니까 새삼 반갑더라고요.
원석 : 사실 낯간지러워서 이런 이야기 멤버들과 잘 안 하는데, 예전에는 우리가 폭음을 많이 했어요. (웃 음) 다들 폭음하고 밑바닥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어떨 때는 날카롭게 던지기도 해서 상처 주기도 하고.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오랜만에 기분 좋게 술을 마시는데 폭주를 한다거나 선을 넘는 이야기는 안 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참 그때에 비해 정돈이 됐구나 싶었죠. 지금은 굳이 날을 세우지 않아도 속마음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게 됐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푹신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꿈이 뭔가요?
유종 : 꿈이요? 요즘에 잘 안 꾸는데. 농담이고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계속 공연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장원 : 기억에 오래 남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비틀즈나 퀸처럼 후세에도 계속 화자 되고 리메이크되는 팀이 되면 참 좋지 않을까.
원석 : 그 일환으로 해외에 이천만 명 정도의 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는 낯선 무대에 설 때도 객석에 백명이 있다면 그중 열명은 우리 팬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매 순간 올라가거든요. 전 세계 수억 명의 인구 중 우리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수점으로나마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일 : 제 꿈은요… 아마도 현존하는 전 인류의 바람이 아닐까 하는데요, 코로나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어요. 저의 바람이 이루어져야 앞서 멤버들이 이야기한 다른 것들도 모두 실현될 수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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