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완선

1986년 1집 앨범 <오늘 밤>으로 데뷔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일곱. 
흔들림 없는 표정과 눈빛을 유지하면서 보여준 세련된 절제미와
화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무대 위 
그녀의 춤과 노래는 전 국민을 매료시켰다. 
가요의 감성을 담고 있지만 팝 음악과도 비견될 만큼 뛰어난 음악으로
90년대를 그녀의 시대로 환기하였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속에는 태풍이 몰아쳤다. 
완벽한 무대매너는 물론 온몸으로 터져 나오는 소울풀한 존재감은
스크린을 뚫고 나오기라도 할 듯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잔인한 흡입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불멸의 댄스퀸, 가수 김완선이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댄스퀸
김완선

한국 댄스가수의 계보를 논할 때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레전드 디바 김완선 님을 이렇게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요즘은 방송 활동과 앨범 작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헌정앨범 <이야기해주세요>세 번째 앨범 작업에 한창입니다. 오로지 여성 음악인들만 참여하여 재능기부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데요, 뜻깊은 작업인 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월 말 경에는 작업이 마무리되어 발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김완선 님은 1세대 아이돌이잖아요. 데뷔하시기 전에는 어떤 연습생활을 하셨나요?

어린 시절의 저는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어요. 음악을 처음 만난 것은 아홉 살 때였는데, 무심코 듣게 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들을 흥얼거리다가 내가 장차 가수가 되리라는 것을 예감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 접어들 무렵, 막연한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죠.

열네 살 때 이모가 운영하던 기획사에서 연습생활을 시작했어요. 소속 가수로 인순이, 희자매가 한창 활동 중이었는데, 저는 열네 살 때 합류해서 그곳에서 악기와 노래, 춤까지 모두 배웠어요. 기획사에는 누구나 원한다면 방문해서 자유롭게 춤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그곳을 개방해 연습을 원한다면 누구나 저에게 춤을 하나씩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때문에 수많은 댄서분들이 저의 동료이자 스승이었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해외의 팝 음악들을 듣고, 댄스 비디오를 보고, 스트릿 댄서분들에게 춤을 배우면서 지냈어요. 저의 음악적 자아가 싹트는 데 있어서 굉장한 영향을 받았죠.

해외 활동을 잠깐 하셨어요. 1세대 한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의 해외 활동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95년부터 96년까지 대만에서 활동하면서 총 세장의 앨범을 발매했어요. 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한국에서는 당시를 저의 공백기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실은 대만에서 활동을 하면서 정말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대만의 국민들은 한국의 팬들 못지않게, 어쩌면 더 많은 사랑을 저에게 주셨어요. 대만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에 매주 출연했고, 프로그램 속 한 코너의 MC를 맡아서 대만에 공연을 온 에어서플라이(Air Supply)의 통역을 담당해 영어를 중국어로 통역해주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재미있게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어도 익히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대만에서는 아직도 저를 기억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당시의 대만 활동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댄스가수들에게는 립싱크가 흔하던 시절, 생방송에서 라이브로 춤과 노래를 소화하며 방송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하셨습니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 어떤 연습을 하셨나요?

립싱크를 할 때도 있고 라이브를 할 때도 있었지만, 립싱크를 할 때도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노래를 했어요. 단 한 번도 입모양만 흉내 내 본 적이 없습니다. 반복적인 연습이 계속 쌓이니까 나중에는 그저 자연스럽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당시 비디오를 보면 어떻게 저런 힘든 춤을 추면서 노래를 했었는지 신기하기도 한데, 연습도 물론 많이 했지만 무대 위에 섰을 때 자연스럽게 동작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제 히트곡들이 전부 댄스곡들이고, 방송에서 춤을 추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니까 제가 댄스곡들만 발표했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발라드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했어요. 그러다가 대중들에게 유독 댄스곡이 많이 사랑받으면서 그 장르를 더욱 파고들게 되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저는 흥이 많아서 노래를 할 때 가만히 있지 못해요. (웃음) 

그동안의 가수로서의 삶을 돌아봤을 때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나요?

생각나는 건 두 가지 정도인데요. 정규앨범 3집 작업 중 무명의 신인 작곡가가 보내 준 곡 하나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곡의 분위기와 가사가 전부 너무나 좋았습니다. 요즘은 작곡가들이 곡을 쓰면 기획사 데모곡을 보내서 들어보고 채택하는데, 당시만 해도 악보를 보냈거든요. 그러면 악보를 볼 줄 아는 사람들만 그 곡이 좋다는 걸 알아보잖아요. 저는 그 곡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기획사에서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신인 작곡가의 곡이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어요. 결국 회사를 설득하지 못해 트랙에 넣는 걸 포기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그게 참 아쉬웠고요. 

두 번째는 일찍이 작곡 공부를 했다면 조금 더 좋았을 텐데 싶을 때가 있어요. 데뷔를 오래전에 했음에도 저만의 음악세계의 정립에 있어서는 아쉬운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2011년 이후로는 제가 하고 싶은 곡들을 선택해 싱글 앨범을 발매하는 등 저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나가려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하는 것은 게을리하지 않되, 그 안에서 되도록이면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해요. 욕심을 내면 일이 틀어지게 마련이거든요. 과거의 아쉬웠던 순간들도 이제는 흘려보내고 순리에 맡겨 초연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잘 안 되는 것은 제 능력의 한계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요.

그럼 가수의 길을 선택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최근 들어 매일매일 그런 감정을 느껴요. 그동안 음악을 하면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는데 때로는 이 일에 애정을 느끼는가 하면, 증오가 생길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온갖 일을 다 겪고 나서 지금에 이르니 비로소 이 직업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만나는 관객들은 다들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에요.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죠. 

방송도 물론 하고 있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기다리는 관객들이 눈 앞에 있고, 저의 몸짓과 노래에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좋은 직업이 또 있을까요? 매 순간에 감사할 수밖에. 

과거 활동 시기에는 오로지 저 자신에게만 집중했어요. 일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컸었죠. 어떻게 하면 춤 동작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노래를 더 잘할 수 있을지 제 실력을 쌓는 것에만 집중했고, 대중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제가 어떤 영향과 느낌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저 무대에 서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보여요. 나만 홀로 무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기다려주고 내 무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김완선 님이 만약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되었을까요?

가수가 되지 않았더라도 음악은 했을 것 같아요. 댄스가수가 아닌 기타리스트 김완선, 혹은 드러머 김완선이나 작곡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생각을 전에 혼자 해본 적이 있어요. 음악, 미술, 디자인 등 예체능 쪽을 비롯해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여러 가지 직업들을 한 번씩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결국 음악을 했을 거예요.

미술을 잠깐 공부했어요. 맛만 본 수준인데, 이를 계기로 좋은 취미가 생겼죠. 지금은 음악에 집중하고 싶고, 세월이 흘러 언젠가 집중적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지금은 스케줄도 바쁘고 고양이들도 돌봐야 하고. (웃음) 아무튼 저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만 생각하고 집중하는 생활에 익숙해요. 깊게 생각하지 않기, 단순하게 살아가기. 어떤 일을 하건 늘 제가 가지고 있는 삶의 가치라고 할까요. 

올해 8월에 ‘삐에로는 우릴 보며 웃지’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셨죠

좀비 분장을 처음 해봤어요. 밤 촬영이어서 거의 밤을 꼬박 새웠지만 여러모로 재미있었어요. 원래는 에버랜드 핼러윈 테마파크 광고 촬영이었는데 그쪽에서 오히려 뮤직비디오 촬영을 제안했어요. 생각도 못했고 큰 기대도 안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뮤직비디오가 너무 잘 나왔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혹시 뮤비가 먼저 발표되고 나중에 광고가 나오니 사람들이 상업성이 짙다고 비난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멋진 콜라보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예전에도 뮤직비디오를 많이 찍고는 했지만 쇼 프로그램에서 한번 사용하고 마는 일회성에 지나지 않았고, 이렇게 공식적인 뮤직비디오는 처음이에요. 제안주신 에버랜드 측에도 감사드려요. 저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죠. 역시 인생은 타이밍 아닐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장무도회’와 ‘나만의 것’도 새로운 형태의 뮤직비디오로 찍어보고 싶어요. 

1인 기획사 KWSunflower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소속 가수는 저 하나예요. 혼자서 조촐하게 꾸려가고 있습니다. 회사라고 하면 거창해 보일 수도 있고 할 일도 이것저것 많을 것 같지만, 저희가 먼저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면서 일을 따오기보다는 오는 연락만 소화하고 있어요. 그것만 소화하고 스케줄을 잡기에도 벅차거든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저랑 친한 동생이 매니저로 곁에서 늘 저를 도와주고 있어요. 딱히 자랑할만한 소개 거리나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김완선으로 시작된 김완선만을 위한 김완선의 기획사라고 할까요. 

‘내시경 밴드’ 활동이 한창이시죠?

네. 최근에는 ‘하와이 댄스’라는 곡을 발매했는데, 기분이 업 되는 흥겨운 노래예요. 처음에는 밴드를 결성한 기념으로 여러 명의 의견을 모아서 곡을 만들다 보니 어떻게 우리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결론이 나지 않았어요.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조금씩 맞춰 가다 보면 우리 색이 차츰 나올 거라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앞으로 공연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후속곡도 준비하고 있어요. 다들 각자의 스케줄로 바쁘게만 지내다가 이런 기회로 함께 하게 되니 저로서는 반가운 일이고 재미있는 일이에요. 또 혼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에 워낙 평생 익숙해져 있었고 당연하게도 느껴졌었는데, 밴드를 하다 보니까 매일매일 짜장면만 먹다가 난생처음 짬뽕을 먹는 기분이에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멤버들이 함께 하니 무엇을 하건 그저 재미있어요. 거창한 포부도 없고, 엄청난 결과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정 자체에서 즐거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더 바라는 것도 없어요. 우리는 모두 그런 마음으로 함께 밴드를 하고 있어요.

이루고 싶은 활동계획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싱글 앨범을 발매할 거예요. 그게 저의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그것 말고는 딱히 없어요. 어떤 음악을 들려드릴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게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매 순간 행복하게 노래하고 춤을 춘 가수. 지금 제가 발매하는 싱글 앨범과 활동들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현재가 우리 모두에게 어쩌면 가장 귀중한 순간이잖아요. 그 순간들이 쌓이면 먼 미래의 저는 각자가 바라보고 생각했던 그대로의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기억되겠죠.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제 노래도 PR을 잘 못하는 상황인지라 후배들을 양성할 재능이나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함께 작업하면서 저도 재미를 느끼고,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런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 가고 싶어요. 또 제가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은 그 사람이지 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들 어떤 일이건 용기를 내서 스스로 헤쳐나가고 경험하면서 즐겁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어둠을 정말 무서워하시나요?

어둠은 누구나 무서워하지 않나요? 집에서는 괜찮은데, 낯선 곳에 있을 때의 어둠은 특히 무서워요. 저는 겁이 많아서 평소에 호러영화도 못 봐요. 그런데 사실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죠. 괴물보다, 어둠보다, 그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것. 사람.

현재까지 발표한 곡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곡은?

그때그때 달라져요. 옛날에 발매한 곡들은 이미 대중들에게 크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거론하기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발매한 싱글들 중에서 골라볼게요. 2017년 11월에 발표한 ‘oz on the moon’ 이란 곡이 있어요. 편곡부터 작업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제 생각들을 많이 담았어요. 그 곡을 들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확실히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껴요. 음악인들에게는 환경적으로 과거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해요. 음악 하기 어려운데 저도 음악을 취미로 할까 봐요. 농담입니다. 아무튼 TV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유튜브로 원하는 걸 알아서 찾아보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KIMWANSUN official 계정에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세요!

외모, 체력과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체력관리를 위해서는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이 기본인 것 같아요.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고, 먹는 것도 잘 조절해야 하고요. 그런데 실은 할리우드 배우들이나 미국 가수들에 비하면 프로답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외모 관리라.. 딱히 해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음악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

음악이 없으면 너무 삭막하잖아요. 누군가 음악은 인간이 발명한 것 중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여기에 동의해요. 연인과 이별하는 순간에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 순간 그들의 인생은 영화의 한 장면이 되죠. 이처럼 음악이 있기에 각자의 삶은 한 편의 영화가 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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